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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낭 베르투 제너럴 매니저 뱅상 라페어 인터뷰

신제품 FB 3SPC를 통해 본 페르디낭 베르투의 남다른 철학과 비전

  • 이재섭
  •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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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ed%8e%98%eb%a5%b4%eb%94%94%eb%82%ad-%eb%b2%a0%eb%a5%b4%ed%88%ac-%ec%a0%9c%eb%84%88%eb%9f%b4-%eb%a7%a4%eb%8b%88%ec%a0%80-%eb%b1%85%ec%83%81-%eb%9d%bc%ed%8e%98%ec%96%b4-%ec%9d%b8%ed%84%b0%eb%b7%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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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낭 베르투 제너럴 매니저 뱅상 라페어 인터뷰
Ferdinand Berthoud General Manager Vincent Lapaire Interview

21세기에 이런 시계를 만들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물론 나쁜 뜻이 아니다. 그 장엄한 시계는 나를 신고전주의 워치메이킹의 열렬한 추종자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2025가 열린 지난 4월 페르디낭 베르투(Ferdinand Berthoud)의 제너럴 매니저 뱅상 라페어(Vincent Lapaire)와 만났다. 1964년 스위스 취리히 태생으로 시계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쇼파드의 공동 회장이자 페르디낭 베르투의 CEO인 칼-프리드리히 슈펠레(Karl-Friedrich Scheufele)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 하에 페르디낭 베르투를 이끌고 있다. 늦은 오후라 지칠 법도 한데 열과 성을 다해 질문에 답하는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인터뷰는 분량과 명확성을 위해 편집 및 요약됐다.

페르디낭 베르투 제너럴 매니저 뱅상 라페어

올해의 신제품 FB 3SPC에 대해 알려달라.

FB 3SPC는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시계다. 올해의 신제품은 FB 3 컬렉션 최초의 플래티넘 모델이다. 총 수량은 50개다. 20개는 새먼 다이얼, 20개는 블랙 PVD 다이얼로 출시한다. 나머지 10개는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FB 3SPC.3-2

50개 한정 생산하는 이유가 있나?

2015년에 첫 번째 무브먼트인 칼리버 FB-T.FC를 공개했는데 딱 50개만 생산했다. 이에 대한 헌사의 의미를 담아 수량을 50개로 한정했다. 

그런 의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웃음). 

FB 3SPC.3

퓨제 앤 체인과 투르비용을 장착한 FB 1이나 퓨제 앤 체인과 레몽투아 데갈리테를 품은 FB 2와 비교하면 FB 3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평이해 보인다. FB 3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FB 3가 특별한 이유는 손목시계에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 중에서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한 것은 FB 3가 유일하다. 게다가 투르비용의 도움 없이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만으로 COSC 인증을 받았다. 옛 마린 크로노미터에서 사용하던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이용해 COSC 인증을 받을 만큼 정확한 시계를 만든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생산이나 조정하기가 매우 까다롭지 않나?

그렇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약 2년 반의 연구 개발 기간을 거쳐 프로토타입을 완성했다. 가장 큰 과제는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에 적합한 엔드 커브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새로운 터미널 커브를 고안했다는 건가?

정확하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의 양 끝을 콜릿(Collet)과 스터드(Stud)에 부착하여 밸런스와 브리지에 연결해야 하는데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에는 일반적인 커브를 적용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베르투 커브(Berthoud Curve)를 개발했다. 오직 숙련된 워치메이커만이 베르투 커브를 적용한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다룰 수 있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조정하는 데에만 5일이 넘게 걸린다. 이런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50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시계 하나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일정한 수축 및 팽창 운동을 통해 높은 작동 안정성과 등시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수직 상태에서는 움직임이 불안정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채용한 몇몇 브랜드는 투르비용을 추가해 약점을 상쇄했다. 투르비용이 회전하며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의 위치 변화에 따른 오차를 보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페르디낭 베르투는 새로운 터미널 커브를 개발하는 한편 콜릿의 무게를 줄이고, 무게 중심을 중앙으로 이동시켜 투르비용 없이도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해서는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이 부착되는 지점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특이한 형태의 콜릿을 제작했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일반적인 평평한 밸런스 스프링과 비교했을 때 어떤 면에서 뛰어난가?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마린 크로노미터에서 자주 쓰였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일정한 동심원을 그리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데 이로 인해 밸런스의 피봇에 가해지는 마찰이 줄어든다. 수직으로 놓였을 때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여러 보완책을 마련하여 어떤 자세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밸런스 스프링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마린 크로노미터는 항상 수평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하기에 적합했다. 하지만 손목시계는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자세가 계속 바뀌므로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쓰기에 적절하지 않다.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한 시계로 COSC 인증을 받는 것이 더 어렵나?

물론이다. 2022년에 처음 FB 3 컬렉션을 론칭한 이래 매년 20~25개의 FB 3 시계와 거기에 들어가는 무브먼트를 만든다. 충분한 경험을 쌓았지만 여전히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을 사용한 무브먼트로 COSC 인증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도 COSC 인증을 받지 못한 채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은 다루기가 어렵다. 

레몽투아 데갈리테 메커니즘을 적용한 칼리버 FB-RE.FC.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장본인이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시계를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무브먼트를 만드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복잡함과 높은 수준의 마감을 달성하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 자신과 싸워야 한다. 매일매일이 마치 전쟁과 같다. 투르비용, 실린드리컬 밸런스 스프링 모두 어려웠지만 레몽투아 데갈리테(Remontoir d’égalité)는 특히 어려운 과제였다. 

레몽투아 데갈리테가 조정하기 어렵기 때문인가?

정확하다. 투르비용 없이 레몽투아 데갈리테만으로 COSC 인증을 받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레몽투아 데갈리테 조정에만 7~10일 정도가 소요된다. 

페르디낭 베르투에 근무하는 인원은 몇 명인가?

총 21명이 플러리에 워크샵에서 근무하고 있다.

페르디낭 베르투에서 근무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나?

뛰어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모든 과정을 혼자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명의 장인이 시계의 모든 부품을 마감하고, 마감이 끝난 부품을 워치메이커에게 전달한다. 워치메이커는 무브먼트 조립부터 케이싱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는다. 이렇게 작업하는 곳은 드물다. 대부분의 시계 제조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특정 업무를 부여한다. 어떤 이는 나사만 만들고, 어떤 이는 보석만 다루고, 어떤 이는 무브먼트만 조립하고, 어떤 이는 밸런스 스프링만 조정하고, 어떤 이는 케이싱만 하는 식이다. 하지만 페르디낭 베르투는 좀 더 고전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한 명의 워치메이커가 조립하고 조정해서 시계를 완성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책임진다. 시간과 비용의 관점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진짜 워치메이킹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FB 3SPC.3-1

쇼파드와 함께 작업하는 경우도 있나?

그렇다. 시계 제작과 관련하여 뛰어난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는 쇼파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우리는 쇼파드로부터 공급받은 부품을 플러리에 워크샵에서 장식하고, 마감하고, 조립해서 시계를 만든다. 예를 들면, 페르디낭 베르투 시계의 케이스는 메헝(Meyrin)에 있는 쇼파드의 매뉴팩처에서 만들어진다. 페르디낭 베르투의 높은 기준에 부합하는 케이스를 제작하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쇼파드가 자체 주조 시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해 보인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재는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한다. 생산은 메헝(Meyrin)에 있는 쇼파드의 주조 공장에서 이루어진다. 거의 모든 것이 메헝과 플러리에에서 만들어진다. 쇼파드로부터 많은 것을 공급받는 게 사실이지만 페르디낭 베르투는 장식, 조정, 조립을 자체적으로 담당하는 팀을 가진 독립된 브랜드다. 다시 말해, 쇼파드와 페르디낭 베르투는 완전히 다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는 독특하고 가격도 비싸다. 그럼에도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고객들이 페르디낭 베르투에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순히 시계를 사는 게 아니다. 고객들은 감정, 완벽함, 정확성과 관련된 무언가 특별한 가치를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에서 찾는다.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를 구입한다는 것은 마린 크로노미터의 역사와 연결된 시계를 손목에 착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로써 사용자는 매우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희소성과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시계와는 분명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페르디낭 베르투는 시계가 전부 판매되면 다시 제작하지 않는다. 만약 먼 훗날 시계를 수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비스는 매우 중요하다. 업무의 중심에는 늘 고객이 있다. 고객들 뿐만 아니라 리테일 파트너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들 없이 페르디낭 베르투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리나 점검을 위해 접수된 시계는 해당 시계를 조립한 워치메이커에게 돌아간다. 워치메이커는 수리나 점검이 필요한 시계가 도착하는 즉시 새로운 시계를 만드는 작업을 멈춘다. 접수된 시계를 한 달 내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시계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다. 시계는 누군가가 선택하고 착용한 물건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사람의 일부처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담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계를 6개월 뒤에 보내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비스는 언제나 최우선 과제다. 모든 서비스는 항상 무료로 제공한다.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페르디낭 베르투의 정책이자 고객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시다. 페르디낭 베르투의 시계는 매우 비싸다. 그런 만큼 장기적인 유지 보수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다. 도면, 설계, 노하우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쇼파드와 페르디낭 베르투가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고객들은 안심해도 된다(웃음). 미래를 위한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20개 한정 생산하는 무브먼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부품을 최소 50세트까지 생산하고, 그 중 20세트는 진공 상태로 보존한다. 시계를 판매한 뒤에도 100년간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것은 페르디낭 베르투의 철학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객들에게 시계를 빨리 돌려줄 수 있다. 드물지만 사고로 인해 시계가 심각하게 손상됐을 경우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그때는 고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다이얼을 제작해야 할 때는 약 2개월 정도 소요될 수 있다고 사전에 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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