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날이 더워지면 나도 모르게 다이버 워치부터 찾게 된다. 종일 책상에서 타이핑이나 하는 데스크 다이버지만 그래도 다이버 워치와 함께라면 뭔가 업무의 바다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회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도 상당할 테니 헬륨 방출 밸브가 있다면 퇴근 시 감압할 때 도움이 되겠다.
여름에 다이버 워치를 찾는 건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나름 실용적인 이유도 있어서다. 일단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가죽 스트랩의 드레스 워치는 여름에 영 불편하다. 하지만 메탈 브레이슬릿의 다이버 워치라면 안심이다. 방수 성능이 빵빵해서 손을 씻을 때 조심할 필요도 없다. 일부러 물을 틀어놓고 방수 테스트를 하는 재미는 덤이다. 갑자기 국지성 폭우가 내려도 걱정 없다. 무엇보다 회전 베젤이 장착된 다이버 워치는 언제나 바다를 상상하게 한다. 그 역방향의 힘으로 더위를 견뎌낼 수 있다.
각 시계 브랜드마다 대부분 다이버 워치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밀턴의 경우 다이버 워치의 포지션이 좀 독특한 편이다. 타 브랜드의 다이버 워치 컬렉션과 달린 ‘카키’라는 군용 시계 헤리티지와 겹쳐 있기 때문이다. 해밀턴의 다이버 워치는 ‘카키 네이비’ 컬렉션에 소속되어 있다. 밀리터리 육해공 시계 중 바다에 해당하는 컬렉션으로, 군용 시계의 DNA가 다이버 워치 컬렉션 전반에 녹아 있다. 이는 타 브랜드의 다이버 워치와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현재 주요 제품은 크게 세 가지다. 빌로우제로는 잠수함에서 영감을 얻은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1,000m 방수 성능과 헬륨 방출 벨브까지 갖춘 전문가용 다이버 워치다.
프로그맨은 과거 해밀턴의 군용 다이버 워치를 계승하는 모델로, 300m 방수를 지원한다. 과거 크라운 보호 장치에서 영감을 받은 브리지 모양의 크라운 가드가 개성을 더해준다.
스쿠버는 카키 네이버 컬렉션의 엔트리 모델이다. 본격적인 군용 시계에서 살짝 벗어나 해변과 휴양지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비교적 노멀한 다이버 워치로 기획되었다.
카키 스쿠버 오토는 사이즈와 디자인에 따라 여러 레퍼런스로 나뉘는데, 이번 리뷰에서 다뤄볼 시계는 가장 최근에 출시된 40mm 모델이다. 새로운 카키 네이비 스쿠버 오토 40mm은 기존 모델보다 좀 더 전형적인 다이버 워치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1·2시, 4·5시, 7·8시, 10·11시 방향에 있던 아플리케 바 인덱스가 원형 모양으로 바뀌었고, 베젤의 아라비아 숫자 폰트가 좀 더 두툼하고 멋스러워졌다.
다이얼에는 전에 없던 물결무늬 패턴이 들어갔다. 부드러운 라인을 곡선 형태로 새겼는데, 패턴이 미묘하게 불규칙적이라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다이버 워치에 물결무늬 패턴을 넣는 추세인데, 그 중에서도 디자인 완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음각된 부분에 적당한 깊이감이 있어서 빛이 잘 반응하고 음영의 구분도 뚜렷하다. 다이얼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다이얼 표면에는 래커 처리를 했다. 요철 때문에 다이얼이 살짝 떠 보이는 효과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물결 패턴은 군용 다이버 워치의 분위기를 중화시키면서 좀 더 일상의 레저용 다이버 워치로 보이도록 만든다. 밀리터리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은 프로그맨을, 일반적인 레저 다이빙 워치를 원하는 사람들은 스쿠버를 선택하도록 좀 더 명확하게 세그먼트를 나눈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군용 시계의 흔적을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다. 아플리케 인덱스 옆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24시간 인덱스를 프린팅했다. 작전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카키 컬렉션 고유의 특성으로, 다른 다이버 워치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해밀턴만의 디테일이다. 핸즈는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끝 부분을 납작하게 절삭한 도피네 스타일 핸즈이고, 초침은 작살 형태로 디자인해 컬러 포인트를 줬다. 다이얼 외곽 플랜지 영역에는 마치 크로노그래프 워치처럼 1/3초 인덱스를 넣었고, 그 위로 초침 끝 부분이 흐른다. 비록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없지만 인덱스 디자인 덕분에 스포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글라스에는 무반사 코팅을 적용해서 반사 없이 높은 가독성을 제공한다.
케이스 지름은 40mm, 두께는 13mm다. 다이버 워치 장르에서는 비교적 컴팩트한 사이즈다. 크라운 가드는 케이스 측면 곡선에서 자연스럽게 한 덩어리로 이어지는 형태인데, 심플하면서도 카키 네이비 스쿠버의 개성을 살려주는 형태다. 카키 네이비 스쿠버 오토 40mm 모델은 엔트리 모델로 포지셔닝을 해서 100m 방수를 지원한다. 아무래도 가벼운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다이버 워치로서는 수치상 조금 부족하다 싶지만 스크루 다운 크라운을 적용했기 때문에 수중 활동에서도 문제가 없다. 단방향 60분 베젤은 무난한 클릭감을 보여주며, 알루미늄 소재 인서트를 적용했다.
메탈 브레이슬릿은 디테일이 상당하다. 3열 브레이슬릿은 직사각형 모양의 파츠를 조합한 형태다. 중앙 링크를 살짝 볼륨감 있게 디자인하고 엣지 부분에 폴리싱 처리를 해서 고급감을 살렸다. 푸셔 방식의 폴딩 클래스프도 만듬새가 좋고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다만 스트랩 교체 시스템이 없고, 사이즈 조절에 별도의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쉽다. 엔트리 모델의 가격대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H-10을 탑재했다. 스와치 그룹에서 사용하는 표준적인 80시간 파워 리저브 무브먼트로, 니바크론 헤어스프링을 적용했고 진동수는 3Hz(21,600vph)다.
새로운 카키 네이비 스쿠버 오토 40mm는 총 5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가장 기본적인 블랙 다이얼은 메탈 브레이슬릿과 블랙 러버 스트랩 옵션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여름에 어울리는 블루 다이얼 모델은 메탈 브레이슬릿으로 출시되며, 실버 다이얼에 블루 핸즈·인덱스, 그리고 블루 베젤 인서트를 적용한 모델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여름 해변에 어울리는 특별한 컬러도 준비되어 있다. 블랙 다이얼 모델에서 플랜지 부분에 터콰이즈 컬러를 적용하고, 터콰이즈 컬러 러버 스트랩을 매칭해 산뜻한 느낌을 살렸다. 가격은 전 모델 143만 원으로 동일하다.
해밀턴은 미국과 스위스의 정체성을 모두 갖춘 브랜드다. 이런 하이브리드적 특성은 개별 제품에서도 종종 드러나는데, 이번 카키 네이비 스쿠버 오토 40mm 모델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이 시계는 레저용 다이버 워치와 군용 다이버 워치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타 브랜드의 다이버 워치에서 만나기 어려운 새로운 디자인 코드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물결무늬 다이얼은 이 가격대에서 보기 어려운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사무실도 좋고 해변도 좋다. 당신이 올 여름 바다를 꿈꾸고 있다면, 해밀턴의 새로운 카키 네이비 스쿠버가 그 경계를 멋지게 이어줄 것이다.
-
- 크기 :
- 40mm
-
- 두께 :
- 13mm
-
- 소재 :
- 스테인리스 스틸
-
- 유리 :
- 사파이어 크리스털
-
- 방수 :
- 100m
-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 스틸 브레이슬릿 / 러버 스트랩
-
- 다이얼 :
- 블랙 / 블루 / 실버
-
- 무브먼트 :
- 칼리버 H-10
-
- 방식 :
- 셀프 와인딩
-
- 기능 :
- 시, 분, 초, 날짜
-
- 시간당 진동수 :
- 21,600vph
-
- 파워리저브 :
- 약 80시간
-
- 가격 :
- 143만 원
로그인하거나 가입하여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