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작의 역사는 시간을 측정하고 표시하는 방법에 대한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쓰여 있다. 이 길고도 흥미로운 여정 속에서 전통적인 시간의 개념을 해체하고, 완전히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해 독립 시계 제작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한 우르베르크(Urwerk)에 대해 알아보자.
우르베르크는 쿼츠 시계의 침공으로 무너진 기계식 시계가 부흥을 맞이하던 격동기에 발아했다. 하지만 이들의 근원은 그보다 더 먼 과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우르(Ur)에서 살아가던 수메르인들은 건물에 드리워진 태양의 그림자를 관찰하며 12주기를 기반으로 한 시간의 단위를 처음으로 정의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 측정의 기초가 됐다. 이후 시계 제작의 역사는 끊임없는 진화와 변화를 거듭했다. 시계 제작자들은 시간을 정확히 반영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과 희생은 베르크(werk)라는 단어에 함축되어 있다. 우르베르크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시간 측정의 기원, 시계 제작의 계보, 인류의 집념과 끈기, 기술적 정수를 의미한다. 전통적이지도 상업적이지도 않은 이름은 기존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파괴적 존재임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우르베르크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서로 다른 분야를 파고 들던 두 젊은이의 만남에서 출발한다. 마스터 워치메이커 펠릭스 바움가트너(Felix Baumgartner)는 시계 제작 가문에서 태어났다. 조부가 샤프하우젠의 IWC에서 근무했기에 부친이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할아버지와 달리 아버지는 탁상 시계에 매혹됐다는 것이다. 지금도 펠릭스 바움가트너의 아버지는 오래된 탁상 시계를 복원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손목시계에만 한정되지 않은 우르베르크의 광활한 세계관은 이런 배경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음악과 현대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펠릭스 바움가트너는 아버지로부터 시계의 역사와 구조를 배웠으며, 어머니로부터 예술적 감각을 물려받았다. 실제로 그는 현대 예술, 구조,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 같은 환경 덕분에 일찌감치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같은 컴플리케이션을 익혔던 펠릭스 바움가트너는 졸로투른의 시계 제작 학교를 졸업한 뒤 세상에 나왔다
스위스 빈터투어에서 태어나 그래픽 디자인과 비주얼 아트를 전공한 마틴 프레이(Martin Frei)는 현대 예술과 디자인에 천착했다. 그는 루체른의 예술 & 디자인 대학에서 드로잉, 비디오, 조각 등 예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시간과 공간이었다. 마틴 프레이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천문학을 알려주었고, 이는 그의 예술적 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77년 뉴욕을 방문했을 때 강렬한 인상을 받은 마틴 프레이는 언제나 다른 세계, 문화, 예술을 갈망했다. 이는 당연하게도 우르베르크의 탄생에 밑거름이 됐다.
두 사람은 1995년 파티장에서 처음 조우했다. 펠릭스 바움가트너가 루체른의 예술 대학에서 마틴 프레이와 동문수학한 그의 친척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마틴 프레이가 시계를 좋아했기에 둘은 금방 가까운 사이가 됐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시계를 바라본 두 사람의 비전을 하나로 합치자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결과물이 도출됐다. 전통과 혁신, 시계와 예술. 모호한 경계 속에서 하나의 접점을 발견한 두 사람은 마침내 우르베르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펠릭스 바움가트너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열정적이었고, 머릿속엔 꿈으로 가득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고, 우리만의 길을 가고 싶었다. 기존의 규칙을 전혀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한 도전이었다. 분류조차 할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시계를 제안한다는 건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는 기존의 기계식 컴플리케이션을 반복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의 시계는 하나하나가 독창적인 작품으로 기획되기 때문에 가치 있고 희귀하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시계 제작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다.”
마틴 프레이는 “우리는 1652년 캄파니(Campani) 형제가 개발한 나이트 클락을 재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주: 17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캄파니 형제는 교황을 위해 밤에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탁상 시계를 제작했다. 이 시계는 원더링 아워로 시간을 표시하는 최초의 시계로 알려져 있다. 그 뒤로 많은 시계 제작자들이 비슷한 시계를 만들었다. 1800년 즈음 원더링 아워 방식을 적용한 회중 시계가 등장했다.). 우르베르크에 관한 첫 번째 기사에서 우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해가 지는 것을 보듯이 시간을 읽는다’. 이게 바로 우리의 목표였다. 불변의 원칙을 기반으로 하지만 원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조하고 싶었다.” 라고 언급했다.
우르베르크는 화려한 컴플리케이션과 고급 시계를 만드는 기성 브랜드와는 애당초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우르베르크는 많은 시계 브랜드 중 하나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1997년 바젤에서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선보인 우르베르크는 단숨에 시계 업계에서 주목받는 브랜드가 됐다. 그들은 새로움을 찾는 애호가로부터 환호를 받았지만 전통적 가치관의 수호자들로부터는 외면당했다. 하지만 우르베르크가 워치메이킹 씬의 앙팡테리블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펠릭스 바움가트너는 “우리는 사업가가 아니었다. 우리의 시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라고 술회했다.
브랜드의 초석이 된 UR-101과 UR-102는 전통적인 형태를 거부하고 유기적인 비대칭 구조를 채택했다. 캄파니 형제의 나이트 클락을 손목위로 옮겨온 듯한 디자인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시침 역할을 하는 숫자가 미닛 트랙 위를 활보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원더링 아워(Wandering hour)에는 시간을 표시하는 예술 작품을 만들겠다는 우르베르크의 야망이 담겨 있었다. 시계 제작의 역사에 뿌리를 두면서도 최종 결과물은 극도로 전위적이라는 역설은 우르베르크를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2003년 우르베르크는 4개의 위성이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하는 3차원 디스플레이 방식의 UR-103을 내놓았다. UR-101과 UR-102를 출시한지 6년만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케이스백에는 미세 조정과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크로노미터 계측을 위한 카운터로 구성된 컨트롤 보드(Control board)를 설치했다. 시계를 분해하지 않고도 오차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심파티크(Sympathique) 탁상 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펠릭스 바움가트너가 아버지로부터 시계의 역사를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르베르크는 창립 이후 7년간은 수익을 거두지 못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지만 UR-103을 출시한 뒤부터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우르베르크는 여세를 몰아 2005년에 해리 윈스턴(Harry Winston)과 함께 오푸스 5(Opus 5)를 제작했다. 전통적인 레트로그레이드와 새틀라이트(Satellite) 메커니즘을 결합한 최초의 시계였다.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이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였으나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였다. 우르베르크는 새틀라이트 메커니즘과 레트로그레이드를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와 논리적 타당성을 정확하게 꿰뚫어봤다. 케이스백에는 서비스 타임을 알려주는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를 마련했다. 5년이 지나 화살표가 0에 도달하면 사용자는 서비스를 의뢰한다는 이 개념은 자동차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하지만 시계에서는 그 누구도 이런 기능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혁신의 물결로 가득했던 2000년대 초반 우르베르크는 해리 윈스턴과의 협업을 통해 시계 애호가들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2007년 우르베르크는 UR-201을 통해 또 한 번의 기술적 도약을 이뤘다.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에 텔레스코픽 미닛 핸드(Telescopic minute hand)라는 새로운 장치를 추가하며 리볼빙 새틀라이트를 완성했다. 새틀라이트 큐브가 미닛 트랙에 도달하면 큐브와 동축으로 설치한 분침이 길어지며 시간을 표시한다. 반대로 분침이 미닛 트랙을 벗어나면 길이가 1.8mm까지 줄어든다. 트랜스포터(Transportor)라는 장치에 의해 궤도를 따라 분침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메커니즘 덕분에 크기가 비교적 작은 케이스에서도 뛰어난 가독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텔레스코픽 미닛 핸드를 제어하는 트랜스포터의 두께는 0.9mm에 불과하며, 0.905mm라는 공간 안에서 작동한다. 우르베르크의 시계가 한층 더 복잡해진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추구하는 정밀 공학의 수준이 진일보했다는 것을 UR-201을 통해 증명해냈다.
이듬해에는 리볼빙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에 에어 브레이크(Air brake) 시스템을 추가한 UR-202를 발표했다. 에어 브레이크 시스템은 2개의 터빈이 공기 저항을 이용해 로터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오버 와인딩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공기 구멍이 완전히 열리면 터빈과 로터는 자유롭게 회전하며 동력을 생성한다. 레버를 움직여 중간으로 설정하면 와인딩 효율이 약 35% 감소한다. 공기 흐름을 완전히 막아버리면 로터는 더 이상 회전하지 않고, 수동 와인딩을 통해서만 동력을 생성할 수 있게 된다.
UR-CC1 킹 코브라(UR-CC1 King Cobra)는 그간의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에서 탈피한 시계였다. 점핑 아워와 레트로그레이드 분을 선형(Linear)으로 표시하는 이 시계는 루이 코티에(Louis Cottier)의 선형 시계로부터 얻은 영감과 시계에 대한 진중한 고찰 속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루이 코티에는 자동차 대시보드의 속도계와 라디오 다이얼에서 착안한 선형 인디케이션을 고안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파텍 필립에 의해 구현됐지만 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0년의 개발 기간과 3년의 정밀 작업을 거쳐 데뷔한 UR-CC1은 시간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새로운 차원의 시간과 시계 제작에 대한 눈을 뜨게 만든 것이다.
시계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하단에는 선형으로 시와 분을 표시하는 창이, 상단에는 디지털과 선형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초를 알려주는 창이 있다. 선형 디스플레이의 핵심은 실린더다. 실린더가 수평 형태의 창을 따라 회전하면서 눈금을 따라 시간을 알려준다. 초의 경우 2초 단위로 30개의 숫자를 적은 디스크가 회전하며 디지털 방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불규칙한 형태를 지닌 선형 디스플레이 부품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정확성을 구현하기 위해 LIGA 공법으로 제작했다.
우르베르크는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P-E CVD(Plasma-Enhanced Chemical Vapour Deposition, 플라즈마 강화 화학 기상 증착) 기술을 시계에 도입했다. UR-203 블랙 PT(UR-203 Black PT)라고 이름 붙인 시계는 검은색으로 코팅 처리한 플래티넘 케이스를 사용했다. UR-201, UR-202와 마찬가지로 텔레스코픽 핸드와 더블 터빈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와 자동차의 주행거리계에서 영감을 얻은 150년 작동 인디케이터를 추가했다.
쉼 없이 달려왔음에도 우르베르크의 왕성한 제작욕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UR-110은 전매특허인 리볼빙 새틀라이트 메커니즘과 위성 기어로 움직이는 원더링 아워를 결합했다. 미닛 트랙은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에 맞춰 케이스 디자인도 새로워졌다. 낮/밤 인디케이터와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는 구성을 더욱 알차게 만들었다. 더블 터빈 시스템 역시 그대로 유지했다.
뒤이어 등장한 UR-1001 자이트 디바이스(UR-1001 Zeit Device)는 회중 시계를 우르베르크만의 규칙과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캘린더와 시간을 표시하는 리볼빙 새틀라이트 컴플리케이션이 각각 1개씩 존재한다. 월을 새긴 캘린더용 리볼빙 새틀라이트의 큐브는 짝수 단위 숫자가 적힌 트랙을 이동하며 날짜를 표시한다. 4월, 6월, 9월,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이 지나면 다음 큐브가 1일을 가리킨다. 즉, 애뉴얼 캘린더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퍼페추얼 캘린더의 정교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자사의 시그니처 기술을 캘린더 메커니즘에 응용했다는 것을 통해 우르베르크의 상상력과 엔지니어링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케이스백 커버를 열면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와 함께 100년 및 1,000년 카운터가 있다. 시간의 영원함을 표현하면서 제품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까지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UR-210은 인간과 기계식 시계의 관계를 조명하고 추적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 동안 보여준 레트로그레이드와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은 그대로 둔 채 인간과 시계를 이어주는 와인딩 효율 인디케이터를 추가했다. 1시 방향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마주보는 듯한 11시 방향의 와인딩 효율 인디케이터는 2시간 동안 사용자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드러낸다. 움직임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바늘은 빨간색을 가리킨다. 반면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는 바늘이 초록색으로 이동한다. 케이스백에 있는 와인딩 효율 셀렉터를 풀(Full)로 설정하면 로터가 미세한 움직임도 에너지로 전환한다. 이때 로터에 연결된 터빈은 로터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다. 반대로 리듀스드(Reduced)로 설정하면 터빈이 내부 저항을 생성해 로터의 속도를 늦춘다. 로터의 움직임을 완전히 차단하는 스톱(Stop) 모드에서는 수동으로만 동력을 생성할 수 있다. UR-202의 에어 브레이크와 동일한 방식이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한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나란히 두어 사용자와의 소통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UR-210을 출시한 그 해에 우르베르크는 EMC를 공개했다. 전기 기계식 제어(Electro Mechanical Control)의 줄임말인 EMC는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시간을 모니터링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계였다. 우르베르크는 EMC를 인공지능을 탑재한 최초의 고급 기계식 시계로 정의했다. EMC의 요지는 핸드와인딩 기계식 무브먼트와 전자식 오차 모니터를 합치는 것이다. 오른쪽에는 시와 분 그리고 초를 확인할 수 있는 2개의 다이얼이 있다. 왼쪽 상단에는 ±20초까지 측정되는 오차 및 진동각 인디케이터, 하단에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자리한다.
ARCAP 합금으로 제작한 밸런스 휠은 LED 조명과 광학 센서와 연결되어 있다. 광학 센서는 LED 조명을 이용해 밸런스 휠의 진동수를 3초간 측정한다. 쿼츠 오실레이터를 부착한 집적회로(IC)는 무브먼트의 오차를 쿼츠 오실레이터와 비교한 뒤 측정 값을 오차 및 진동각 인디케이터를 통해 표시한다. 직렬 연결한 2개의 배럴은 무브먼트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집적회로는 소형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다. 소형 발전기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봇용 모터를 만든 맥슨(Maxon)이 제작했다. 소형 발전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케이스 우측에 있는 핸드 크랭크를 돌려야 한다. 마틴 프레이는 이 핸드 크랭크를 필름 카메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스 좌측 측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 오차와 진동각을 확인한 사용자는 케이스백에 있는 미세 조정 나사를 이용해 오차와 진동각을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UR-103의 뒤를 잇는 UR-105는 새틀라이트 메커니즘, 컨트롤 보드,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미세 조정용 나사 등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한데 모아 적절하게 뒤섞어 재배치한 시계였다. 최초의 UR-105M의 경우 초와 파워리저브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를 케이스 오른쪽 측면에 설치했다. 이후 우르베르크는 UR-105 시리즈의 컬러 및 소재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디자인과 기능에서도 약간씩 차이를 두며 UR-105 시리즈의 영역을 크게 확장했다.
2015년 우르베르크는 놀랍게도 여성 시계를 출시했다. 날씬한 디자인을 앞세운 UR-106은 부품을 꽃 모양으로 가공하며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담아내려 했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등의 젬세팅을 더해 외관을 화려하게 치장했다. 당시는 여성 시계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었지만 다양성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호황을 누리지 못했던 대다수의 독립 브랜드는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남성 고객을 위해 할애하던 시절이었다. UR-106은 우르베르크 입장에서는 꽤나 도전적인 시도였다. 우르베르크의 디자인과 메커니즘이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기계적인 언어로 쓰여 있는 만큼 섬세하고 우아함이 중요한 여성 시계에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럼에도 우르베르크는 여성을 겨냥한 고급 기계식 시계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다가올 미래를 대비했다.
EMC 컬렉션의 신작 EMC 타임 헌터(EMC Time Hunter)는 디자인을 다음어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우르베르크의 정체성을 보다 강하게 드러냈다. 최초의 EMC가 실험적인 성격으로 인해 다소 투박한 인상을 줬다면, EMC 타임 헌터는 우르베르크 특유의 분위기가 더욱 짙게 드리운 시계였다. 시계를 관통하는 개념과 장치 및 구조는 최초의 EMC를 그대로 답습했다. 단지 다이얼 디자인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었다. 사용자에게 시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워치메이커가 되어 시계를 조정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계인 EMC는 우르베르크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같은 해에는 UR-105 CT를 출시했다. UR-105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했으나 전면에 알파벳 U자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보호하는 덮개를 새롭게 추가했다. 덮개를 덮은 상태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브랜드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을 온전히 감상하기 위해서는 덮개를 들어올려야 했다. 덮개는 전면 중앙에 있는 슬라이드 버튼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들어올릴 수 있었다.
2017년은 우르베르크의 창립 20주년인 해였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독립 브랜드가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20년간 시계를 만들어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무적인 일이었다. 우르베르크는 시계 업계의 루키에서 어느덧 독립 브랜드를 대표하는 베테랑이 되었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첫 번째 축포는 AMC(Atomic Master Clock)였다. AMC는 우르베르크의 한계를 손목시계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우르베르크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8세기에 처음 고안한 심파티크 탁상 시계를 모델로 삼아 AMC를 제작했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수많은 발명과 시계 중에서도 놀라운 작품으로 평가 받는 심파티크는 어미 시계(Master clock)와 회중 시계를 동기화해 오차를 스스로 보정하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우르베르크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그랬듯이 어미 시계와 손목시계를 각각 생산해 둘을 동기화했다. 원자 시계 내부의 거치대에 손목시계를 설치하면(케이스를 스트랩과 분리해야 함) 원자 시계에 맞춰 손목시계의 시간을 설정하고 오차를 조정한다. 추가로 크라운을 돌려 와인딩을 하는 작업도 수행한다. 프랑수아-폴 주른이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의 심파티크를 원론적으로 되살렸다면, 우르베르크는 자신들의 색깔에 맞춰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고 볼 수 있다.
20주년을 장식하는 또 다른 시계 UR-T8은 우르베르크의 시계 중에서도 꽤나 전위적인 성격을 가졌다.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은 그대로였지만 실험적인 개념을 새로이 도입했다. UR-T8의 놀라운 점은 케이스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UR-105를 옆으로 돌려놓은 듯한 케이스는 측면에 설치한 버튼을 눌러 케이스 거치대에서 들어올릴 수 있다. 들어올린 케이스는 뒤집은 뒤 다시 케이스 거치대에 넣어 원래 형태로 되돌린다. 케이스를 뒤집은 상태에서는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대신 작은 창을 통해 터빈의 회전을 지켜볼 수 있다. 우르베르크는 컨트롤 보드를 이용해 오차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사용자의 개입을 유도해왔다. 그런 관점에서 UR-T8은 비슷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번에는 무브먼트가 아닌 케이스에 초점을 맞췄다. 케이스백에 별다른 기능이 없기에 실용성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우르베르크가 사용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노력과 상상력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우르베르크는 UR-111C에서 새틀라이트 메커니즘 대신 알루미늄 실린더를 이용한 리니어 레트로그레이드 미니트와 점핑 아워로 선회했다. 2009년의 UR-CC1 킹 코브라에서 한 차례 선보인 바 있는 조합을 보다 세련되고 복잡한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케이스 하단 중앙에는 0부터 60까지 숫자를 새긴 원통형 다이얼이 있다. 그 안에는 분을 표시하기 위해 사선으로 선을 그은 실린더가 회전한다. 왼쪽에는 분 실린더와 연결된 점핑 아워가, 오른쪽에는 5분 단위 숫자와 1분 단위 바 인덱스를 새긴 콘이 자리한다. 수평으로 회전하는 실린더와 수직으로 회전하는 콘(Cone)은 베벨 기어와 정밀한 각도 전달 장치를 이용해 연결한다. 케이스 상단에는 디지털로 초를 표시하는 또 다른 창이 있다. 독특한 방식으로 초를 표현하려면 톱니바퀴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했다. 톱니바퀴가 조금이라도 무거우면 작동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운은 케이스 중앙의 롤러가 대신한다. 케이스 우측 측면의 레버를 잡아당긴 뒤 롤러를 돌리면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레버를 뽑지 않은 상태에서는 와인딩을 할 수 있다. 이 조작법은 사용자에게 시계와 교류하는 색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디자인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메커니즘을 변경했는데 이러한 급진적인 접근 방식은 우르베르크의 정체성을 일깨워준다.
UR-100 스페이스타임(UR-100 SpaceTime)은 우르베르크의 시선이 언제나 공상 과학과 우주를 향해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시계다. 시계 중앙에는 역시나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 자리한다. 호를 그리는 하단의 미닛 트랙을 새틀라이트의 끝 부분이 훑고 지나가면서 시간을 알려준다. 60분이 지나면 바늘은 사라지지만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은 멈출 수 없다. 이때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 8시부터 4시까지 이어진 보조 다이얼을 지나가며 낯선 정보를 제공한다. 10시 방향에는 지구가 자전하며 이동하는 거리를 표기한다. 555.55km는 지구가 20분 동안 자전할 때 움직이는 거리를 의미한다(주: 지구는 1,670km/h의 속도로 자전한다). 2시 방향의 눈금은 지구가 공전하면서 이동하는 거리를 나타낸다. 35,742km는 20분 동안 지구가 움직인 대략적인 거리다(주: 지구는 시간에 약 107,208km를 이동한다). 시공간을 통해 지구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UR-100 스페이스타임은 천문학을 시각적으로 투영하려는 우르베르크의 오랜 야심을 담고 있다.
UR-220은 UR-210의 바통을 이어받은 후속작으로 팔콘 프로젝트(Falcon Project)라는 코드명이 주어졌다. UR-220은 기존 우르베르크 시계의 문법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요소를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아울러 케이스를 얇고 가볍게 제작해 착용감을 개선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얇은 카본 복합 소재를 81겹으로 압축한 케이스에는 제작 과정에서 생긴 동심원 패턴이 남아 있다. UR-220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나온 우르베르크의 수동 시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더블 터빈 시스템은 볼 수 없다. 그에 따라 와인딩 효율 인디케이터를 2개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로 대체했다. 1시와 11시 방향에 놓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각각 24시간 동안의 잔여 동력을 표시한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양분한 것은 매우 특이한 사례로, 디자인과 새로운 무브먼트를 고려한 우르베르크의 치밀함이 묻어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케이스백에는 새롭게 디자인한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를 설치했다. 서비스 기간을 39개월로 설정한 것도 독특하다. 오일 체인지 인디케이터는 케이스백에 설치한 긴 핀을 제거하는 순간 계측을 시작한다. 사용자는 시계를 받아 착용하기 전에 이 핀을 뽑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 서비스를 받은 시계는 다시 핀이 설치된 상태로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UR-112 아그레가트(UR-112 Aggregat)는 복잡한 기어와 정밀한 조립 품질을 통해 시계 공학의 정수를 보여줬다. UR-111C와 함께 스페셜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이 시계는 우르베르크의 시계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르베르크의 자유로운 실험 정신 속에서 탄생한 UR-112 아그레가트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무브먼트, 다른 하나는 시간을 표시하는 원통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실린더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실린더에는 시간을 표시하는 프리즘이 좌우에 각각 4개씩 들어 있다.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을 응용한 이 회전 디스플레이 메커니즘은 차동 기어에 의해 무브먼트에 연결된다. 케이스 측면에 있는 버튼을 눌러 케이스 상부의 덮개를 들어올리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5초 단위로 초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가 드러난다.
2022년에는 UR-110 컬렉션의 디자인과 기술적 코드를 발전시킨 UR-120을 소개했다. UR-110을 출시한지 10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시간을 표시하는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은 3개의 위성으로 이루어졌다. 위성은 다시 2개의 육면체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 붙었다가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육면체는 하나로 합쳐지면서 시간을 알려준다. 완전한 숫자를 새긴 3개의 육면체와 3개의 위성으로 시간을 표시하던 UR-110보다 한층 더 복잡해진 것이다.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공위성이 태양광을 흡수하기 위해 패널을 날개처럼 펼치는 듯한 모습은 UR-120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알파벳 V자 모양처럼 벌어지는 2개의 육면체는 <스타트랙> 시리즈에 등장하는 벌칸족의 인사법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UR-120에는 스팍(Spock)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스팍은 <스타트랙>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인물이다.
2023년 우르베르크는 모험의 시작을 알린 UR-102 컬렉션으로 기수를 돌렸다. 1997년에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역사적인 모델을 부활시킨 것이다. 이름하여 UR-102 리로디드(UR-102 Reloaded). 원작과 동일하게 조약돌 형태의 케이스로 제작했다. 단, 시대의 흐름에 맞춰 크기, 소재, 크라운의 위치, 시간 표시 방식 등 여러 요소를 새롭게 다듬고 개선했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에서 영감을 얻은 케이스는 각진 러그로 인해 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바뀌었다. 반원형의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시간을 비롯해 UR-102의 역사, UR-102 출시 이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 거리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르베르크의 회고록과 같은 UR-102 리로디드는 티타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으로 동시에 출시됐다.
UR-230 이글(UR-230 Eagle)은 2022년에 비행을 마친 UR-220 팔콘의 후속 모델이다. UR-230은 UR-220의 구조를 토대로 터빈을 이용한 충격 흡수 장치를 새롭게 추가하며 우르베르크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정신을 드높였다. UR-220에서 선보인 CTP 카본 케이스는 더욱 얇고 날렵하게 바뀌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보호하는 덮개를 들어 올리면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다. UR-230에서 터빈은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첫 번째 터빈 세트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무브먼트를 보호하여 시계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높인다. 두 번째 터빈 세트는 이미 다른 우르베르크 시계에서 선보였듯이 공기 흐름을 제어해 와인딩 효율을 조절할 수 있게 해주는 에어 브레이크 기능을 다룬다.
UR-150 스콜피온(UR-150 Scorpion)은 3개의 위성을 가진 회전식 카루셀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시간을 표시한다. UR-150은 그간의 우르베르크 시계에서 봤던 여러 요소들을 재구성한 시계에 가깝다. UR-100과 유사한 케이스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뛰어난 착용감을 제공하며, 레트로그레이드는 UR-200 컬렉션을 떠올리게 한다. 플라잉 휠과 피니언을 이용하여 새롭게 설계한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은 말테 크로스 형태의 부품을 사용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진일보해 캠과 랙에 의해 제어된다. 덕분에 새틀라이트 메커니즘과 레트로그레이드는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바늘이 60분을 가리키면 내부에 있는 스프링의 장력에 의해 바늘은 순식간에 240°를 되돌아가고, 위성은 270°도 회전하여 다음 시간에 해당하는 숫자가 바늘 구멍 사이에 정확히 위치한다.
2025년은 우르베르크가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의미 있는 해였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쇼케이스를 가진 우르베르크는 그 자리에서 신제품 UR-101 티-렉스(UR-101 T-Rex)를 선보였다. 지난 1997년 UR-102와 함께 우르베르크의 시작을 알린 UR-101이 마침내 복귀한 것이다. UR-101 티-렉스는 UR-101의 실루엣에 공룡의 피부처럼 생긴 브론즈 케이스를 뒤집어쓴 외형이 특징이다. 산화 처리 및 브러시드 가공으로 완성한 케이스는 복잡한 기요셰 패턴으로 뒤덮었다. 비대칭 케이스의 디자인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께가 11.86mm로 원작에 비해 얇아졌고, 12시 방향의 러그도 반대편에 설치해 실제로 착용했을 때 느낌이 쾌적하고, 커 보이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다. 원더링 아워 디스플레이는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시간을 알려준다.
스페셜 프로젝트 컬렉션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UR-10 스페이스미터(UR-10 Spacemeter)는 다이얼 중앙의 두 바늘을 이용해 현재의 시간을 표시하는 한편 3개의 서브 다이얼을 통해서 지구의 이동거리를 보여준다. 지구(EARTH)라고 적힌 2시 방향의 다이얼은 매일 지구가 자전하는 거리를, 태양(SUN)이 적힌 4시 방향의 다이얼은 지구가 태양의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거리를, 궤도(ORBIT)이라고 적힌 9시 방향의 다이얼은 지구와 태양의 궤도를 결합하여 1,000km의 자전 거리와 64,000km의 공전 거리를 표시한다. 각각의 바늘은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한다. 예를 들어, 지구의 자전 거리를 표시하는 바늘은 22초(지구가 10km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한 바퀴, 지구의 공전 거리를 표시하는 바늘은 34초(1,000km를 회전하는데 걸리는 시간), 지구와 태양의 궤도를 결합해 자전 및 공전 거리를 표시하는 바늘은 36분(1,000km의 자전 거리와 64,000km의 공전 거리를 모두 도는데 걸리는 시간)에 한 바퀴 회전한다. 케이스백에서는 하루 동안 지구가 자전한 거리(40,075km)와 공전한 거리(2,572,992km)를 새겼다. 우르베르크를 상징하는 원더링 아워나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은 없지만 21세기에 시계를 천문학과 결부시키는 우르베르크의 대담한 상상력만큼은 발군임을 드러냈다.
우르베르크는 종종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했다.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고 파괴해온 이들은 함께하는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행보를 보여왔다. 서로 다른 철학이 만나 탄생한 시계는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이제껏 보지 못했던 기발함과 독창성으로 애호가들을 매료시켰다.
2017년 온리 워치(Only Watch) 경매를 위해 제작된 아르팔 원(Arpal One)은 시계 제작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만남으로 꼽을 수 있다. 네오 클래시즘을 표방하는 정통 파인 워치메이킹의 수호자 로랑 페리에(Laurent Ferrier)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우르베르크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클래식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매끄러운 곡선의 케이스 안에는 우르베르크를 상징하는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을 담아냈다. 자동차에서 얻은 영감의 원천은 드라이버 출신으로 르 망 24시에서 종합 순위 3위를 차지한 로랑 페리에가 제공했다. 아울러 조약돌처럼 생긴 로랑 페리에의 갈렛 케이스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아르팔 원은 독립적인 정신을 가졌지만 상반된 비전을 제시하는 두 브랜드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2년마다 열리는 온리 워치에 맞춰 우르베르크는 2019년에 또 다른 시계를 선보였다. 새로운 파트너는 드 베튠(De Bethune)이었다. 독립 브랜드 중에서도 진취적이고 전위적인 성격을 가진 두 브랜드는 문 새틀라이트(Moon Satellite)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문 새틀라이트는 우르베르크와 드 베튠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드 베튠의 아이콘인 DB28에서 파생된 케이스 안에는 우르베르크의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을 결합한 드 베튠의 무브먼트가 담겨 있다. 알파벳 U자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너머로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은 UR-103과 UR-105에서 가져왔다.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의 아래쪽에는 드 베튠의 전매특허인 문페이즈가 자리한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팔라듐으로 제작한 구체형 문페이즈는 오차가 1,112년에 단 하루에 불과할 정도로 정교하다.
우르베르크는 타임 에온(Time Aeon) 재단이 주도한 시계의 탄생(Naissance d’une Montre) 프로젝트와 동행하기도 했다. 시계 제작의 노하우와 장인 정신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05년에 설립된 타임 에온 재단은 지금까지 총 3개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 중 우르베르크는 두 번째 시계 제작에 자신들의 힘을 보탰다. 우르베르크는 그뢰벨 포지(Greubel Forsey)와 손을 잡고 자신들의 공방에서 근무한 시계 제작자 도미니크 부서(Dominique Buser)와 시라노 데반테이(Cyrano Devanthey)를 후원하며 전통 시계 제작으로의 회귀를 도모했다. 전통적인 방식과 도구에 기대어 수작업으로 완성한 시계는 두 브랜드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2시 방향에 설치한 케이스와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갖춘 케이스에서는 우르베르크가, 다이얼을 배제하고 무브먼트를 그대로 드러내는 오픈워크 스타일에서는 그뢰벨 포지가 떠오른다. 보타이처럼 생긴 독특한 밸런스 휠은 밸런스 휠의 움직임을 쉽게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더블 배럴을 긴 스프링으로 연결하여 동시에 감는 방식은 일정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옛 시계 제작자들이 고안한 퓨제 앤 체인과 유사하다. 시간의 탄생 2는 지난 2023년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필립스 경매에서 406,400스위스프랑에 낙찰됐다.
2025년 두바이 워치 위크에서 공개된 UR-프릭(UR-FREAK)은 파괴적 혁신의 거장인 우르베르크와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의 만남으로 주목을 끌었다. 유구한 시계 제작의 역사 속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족적을 남긴 율리스 나르당의 프릭과 우르베르크의 UR-105를 하나로 합친 UR-프릭은 2019년에 출범한 원 오브 원(One-of-a-Kin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프릭의 플라잉 카루셀 투르비용과 우르베르크의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지는 당사자들조차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플라잉 카루셀 투르비용과 결합된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이 회전하며 시간을 표시한다. 율리스 나르당의 첨단 실리콘 기술로 제작한 밸런스 휠 및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은 시계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플라잉 카루셀 투르비용은 새틀라이트 메커니즘에 동기화되어 3시간에 한 바퀴 회전한다. 크라운이 없는 케이스와 조작 방식은 프릭 원과 동일하다. 뛰어난 와인딩 효율을 자랑하는 그라인더 오토매틱 와인딩 시스템 역시 프릭에서 가져왔다.
내년이면 우르베르크가 창립한 지 꼭 30년이 된다. 정체성과 생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이단아는 어엿한 독립 브랜드의 기수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우르베르크의 롱런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경계 없는 창의성과 독립 정신의 수호에 있다. 우르베르크는 생산 효율이나 마케팅 전략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창립자인 펠릭스 바움가트너와 마틴 프레이의 비전에 집중했다. 이들은 기계식 시계 제작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이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구현해냈다. 자본의 논리보다는 창의성을 우선시하는 접근 방식은 독립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이자 정신이다. 우르베르크는 그 가치와 정신을 가장 순수하게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우르베르크가 고급 시계 애호가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에 도달한 애호가들은 명망 높은 브랜드와 스테디셀러를 넘어 희소성과 기술적 독창성 그리고 서사가 담긴 시계를 갈망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우르베르크는 애호가들에게 단순한 소유를 넘어 독립 시계 제작의 후원자이자 선구적인 기술력의 산증인이 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끝으로 우르베르크는 시계의 패러다임을 뒤집고 시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쿼츠 쇼크의 충격에서 벗어나 고급 시계의 아름다움을 설파하던 시계 업계의 흐름을 뛰어넘어 원더링 아워나 새틀라이트 메커니즘 같은 기계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통해 시각적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우르베르크의 등장 이후 여러 브랜드가 관습에서 벗어나 아방가르드 워치메이킹에 뛰어들었다. 우르베르크는 길을 만들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였다. 시계를 둘러싼 모든 경계를 무너뜨린 우르베르크는 앞으로도 가장 흥미롭고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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