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과 ‘이탈’의 이중 운동: 까르띠에 똑뛰 그리고 탱크
유행의 철학으로 바라본 까르띠에의 두 가지 형태
- 이상우
- 2026.10.28
유행이란 결코 모두의 것이 될 수 없다. 바로 그 사실로부터 개인은, 자신이 택한 것이 여전히 특별하고 눈에 띄는 무엇이라는 만족을 얻는다. 그러면서도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안에서 떠받치고 있다고 느낀다.
– 게오르그 짐멜, 「유행의 철학」 중에서
여성 시계가 지나온 길은 남성 시계와 결이 다르다. 오랫동안 여성 시계는 남성 모델을 줄이고 그 위에 다이아몬드와 화사한 색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기계식 무브먼트나 컴플리케이션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고, 여성 시계 역시 도구라기보다는 액세서리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이 구도에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시계 관련 정보가 확산되면서 여성 구매자들이 남성 라인으로 넘어간 것이다. 40mm 이상의 유명 스포츠 워치가 여성 수집가들의 목표가 되었고, ‘보이프렌드 워치’라는 용어가 하나의 장르 이름처럼 사용되었다. 브랜드들도 이런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작고 장식적인 여성 전용 모델 대신, 젠더 중립적인 케이스 사이즈와 다이얼 컬러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시계의 흐름은 여기서 한 번 더 움직였다. 작은 시계의 유행과 함께 여성 시계에서도 31~36mm 사이가 데일리 워치의 표준으로 정착하는 한편, 그 아래로 훨씬 작은 미니 사이즈 시계들이 독자적인 카테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도로 발달한 여성 시계는 주얼리와 구분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오늘날 여성 시계는 주얼리와의 경계를 허물며 진화하고 있다.
이렇게 시계는 시대와 취향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이즈가 줄거나 늘고, 스타일은 도구에서 벗어나 주얼리로 옮겨간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다시 새로운 유행이 된다. 하나의 흐름이 자리를 잡는 순간, 다음 흐름이 그 자리를 차지할 준비를 마친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1905년에 발표한 「유행의 철학」에서 이런 유행이 왜 멈추지 않는지를 설명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에게 상반된 두 개의 욕구가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같아지려는 욕구, 다른 하나는 그 집단 안에서 자신을 구별하려는 욕구다. 짐멜은 이것을 ‘모방’과 ‘이탈’의 이중 운동이라 불렀다.
흔히 같아지려는 욕구를 개성의 포기로 읽기도 하는데, 짐멜의 논의는 그렇지 않다. 어떤 형식을 다수가 공유한다는 것은 그 형식이 오랜 시간 검증을 통과했다는 뜻이고, 그것을 고르는 사람은 취향의 공동체에 합류하게 된다. 혼자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된다는 편안함은 유행이 제공하는 강력한 혜택이다. 반대로 달라지려는 욕구 역시 그 공동체를 떠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언어를 쓰되 자기 고유의 문장을 만드는 행위다. 결국 유행은 이 두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에서 이러한 두 가지 욕구는 보통 브랜드로 나뉜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모방’을, 덜 알려진 브랜드는 ‘이탈’을 맡는 것이다. 그런데 까르띠에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다. 모건스탠리와 럭스컨설트의 스위스 시계 산업 보고서 2025년판을 보면, 까르띠에는 매출 35억 스위스프랑에 시장 점유율 8.7%로 롤렉스에 이어 2위다. 널리 알려졌다는 조건을 객관적으로 이미 충족한 브랜드다. 그런데 까르띠에에서는 구별 혹은 이탈을 원하는 사람이 굳이 브랜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같아지려는 마음을 받아내는 형태와 달라지려는 마음을 받아내는 형태가 한 브랜드 안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탱크가 오랫동안 전자의 자리를 지켜왔다면, 올해 정규 컬렉션에 합류한 똑뛰는 새롭게 후자의 자리를 맡았다.
까르띠에에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시계는 단연 ‘탱크’다. 중고 거래량도 많고, 여성들의 첫 럭셔리 워치 추천 목록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이름이 오른다. 시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까르띠에 시계’라고 말할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모양도 대체로 탱크다. 적어도 여성 시계에서 탱크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고, 그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 탱크를 고른다는 것은 그 오랜 사회적 합의에 동의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판단을 남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고, 몇 해 뒤 후회할 가능성도 낮다. 취향을 증명해야 하는 피로가 확연하게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게 모방의 욕구가 탱크에서 완벽하게 충족된다.
게다가 이 충족에는 몰개성이라는 대가가 따라붙지 않는다. 재클린 케네디와 앤디 워홀이 같은 시계를 찼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탱크는 그저 남성 시계를 크기만 줄여놓은 물건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독립적인 작품으로 설계되었고, 젠더를 가로지르며 통용되었다. 대다수 브랜드의 여성 라인이 안고 있는 한계, 즉 ‘원본은 따로 있고 이것은 축소판’이라는 감각을 탱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안전하면서 동시에 당당한 선택, 이 두 조건이 겹쳤기 때문에 탱크는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미 탱크를 가진 사람, 혹은 탱크의 사회적 언어를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의 노트에는 다른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짐멜이 언급한 두 번째 욕구, 즉 이탈의 욕구가 발현되는 자리에 까르띠에는 올해 똑뛰를 놓아두었다.
똑뛰는 프랑스어로 거북을 의미한다. 위아래로 조금 길고 양옆이 부드럽게 부푼 케이스가 거북의 등딱지를 닮았다. 첫 등장은 1912년으로 탱크보다 오히려 이르다. 산토스 뒤몽과 토노에 이은 까르띠에의 세 번째 손목시계 디자인이었으니, 그 이력만 놓고 보면 오늘날 메인 컬렉션에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똑뛰는 생산량이 많지 않았고, 100년 넘게 까르띠에 안에서 희소성을 유지해왔다. 192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잠깐씩 되살아났고, 2024년 수집가를 위한 프리베 컬렉션으로 한 차례 더 돌아왔을 뿐이다. 까르띠에를 오래 지켜본 수집가들 사이에서 똑뛰가 각별한 이름으로 통하는 이유다. 그런 똑뛰가 올해 처음으로 정규 컬렉션에 포함되었다. 한정판이나 수집가용 라인이 아니라 부티크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컬렉션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새 똑뛰를 손에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둥근 곡선의 볼륨감이다. 까르띠에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이전 세대보다 케이스의 볼륨을 부풀리고 모서리를 눌러, 눈으로 볼 때는 물론 손끝으로 만질 때도 부드럽게 느껴지도록 다듬었다. 시계가 손목의 곡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이런 특성은 시계를 착용했을 때 보다 뚜렷해진다. 곡선은 시계와 손목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지운다. 각도에 따라 윤곽이 계속 달라지고, 팔찌와 겹쳐 차면 어디까지가 시계이고 어디부터가 장신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까르띠에의 다른 컬렉션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탱크나 산토스가 손목에 직선을 긋는 느낌이라면, 똑뛰는 곡선 라인을 따라 손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다이얼에도 새로운 시도를 더했다. 까르띠에가 오래 써온 기요셰 패턴을 걷어내고 얕은 엠보싱 질감을 입혀, 빛을 튕겨내는 대신 머금은 듯 번지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로마 숫자는 그대로 남았고, 숫자 ‘X’ 안에 숨겨둔 시크릿 시그니처도 여전하다. 미니 사이즈의 작은 다이얼에도 모든 디테일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가장 눈여겨볼 곳은 다이얼 가장자리다. 까르띠에 시계의 상징과도 같던 철길 모양의 분 눈금이 작은 점의 행렬로 바뀌었다. 1922년 까르띠에 아카이브의 한 시계에서 그대로 가져온 디테일이다. 새 컬렉션에서 가장 과감해 보이는 디자인조차 역사 속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온 점들은 다이얼 안에 모여 똑뛰를 가장 동시대적인 시계로 만들고 있다.
새로운 똑뛰 컬렉션은 6개의 레퍼런스로 구성된다. 모두 긴 수명을 갖춘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사파이어 글라스에 30m 방수,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갖췄다. 케이스 크기는 스몰이 33.4 × 26.7mm에 두께 7.2mm, 미니가 26.1 × 20.9mm에 두께 6.9mm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옐로 골드 스몰이다. 다이아몬드 없이 형태만 남긴 모델이어서 새 케이스의 곡선 라인과 도트 다이얼을 가장 심플하게 보여준다. 팔각형 크라운 끝에는 사파이어 카보숑이 놓인다. 옐로 골드에는 미니 사이즈를 별도로 두지 않았다.
핑크 골드와 화이트 골드의 모델은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더한 구성이며, 크라운에도 사파이어 카보숑 대신 다이아몬드가 놓인다. 다이아몬드는 뾰족한 면이 바깥을 향하도록 세팅되어 형태적으로 차별화될 뿐만 아니라 독특한 촉감까지 전한다.
사실 똑뛰는 탱크나 산토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설명을 요구하는 시계다. 그렇다고 해서 장황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계 역시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형태의 미학’을 또렷하게 구현하고 있는 까닭이다. 까르띠에 시계는 멀리서 그 형태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다. 로마 숫자, 블루 스워드 핸즈, 크라운 끝의 카보숑까지. 이 코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점에서 까르띠에의 모든 시계는 이미 1차적인 구별 지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똑뛰는 그 위에 새로운 형태로 또 하나의 구별 지점을 겹쳐 놓았다. 까르띠에인데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똑뛰는 어떤 사람에게 어울릴까. 이미 까르띠에를 한 점 갖고 있고 두 번째를 찾는 사람. 브랜드보다 형태를 먼저 보는 사람. 눈에 띄는 것을 원하지는 않지만 남과 같아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손목을 시계 하나로 끝내지 않고 팔찌나 뱅글과 함께 구성하는 사람. 똑뛰의 독특한 곡선 케이스는 이런 사람들의 손목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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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 :
- 33.4 × 26.7mm (스몰) / 26.1 × 20.9mm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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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께 :
- 7.2mm (스몰) / 6.9mm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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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 :
- 옐로 골드 / 핑크 골드 / 화이트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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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
- 사파이어 크리스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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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 :
- 3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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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랩 / 브레이슬릿 :
- 블랙 / 레드 / 네이비 블루 앨리게이터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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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얼 :
- 샴페인 (옐로 골드) / 화이트 (옐로 골드, 화이트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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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먼트 :
-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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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 :
- 시, 분
탱크 역시 형태가 그대로 멈춰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탱크 상트레, 탱크 아메리칸, 탱크 프랑세즈, 탱크 머스트 등 1917년 이후 수많은 변주가 존재했고, 탱크는 그 변화 덕분에 지난 10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다. 2026년 까르띠에는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좌우 측면, 까르띠에가 ‘브랑카르(Brancards)’라고 부르는 두 줄의 세로 기둥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한 4개의 모델이 새로 합류한 것이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디자인 코드는 단순하다. 직사각형 케이스, 양옆에 세운 두 줄의 브랑카르, 로마 숫자 다이얼, 블루 스워드 핸즈, 그리고 비즈 장식 크라운이 전부다. 모든 손목시계가 회중시계의 원형을 따르던 시대에 까르띠에는 직선을 선택했고, 1922년 그 선을 한결 부드럽게 정리한 것이 바로 탱크 루이 까르띠에다. 지난 100여 년 동안 다양한 탱크 컬렉션이 카탈로그에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탱크 루이 까르띠에만큼은 늘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현대적인 탱크 디자인의 표준을 완성한 모델이자 탱크 컬렉션의 중심에 있는 모델인 셈이다.
이번 신제품은 탱크의 정석인 탱크 루이 까르띠에 모델에 다이아몬드 세팅을 더했는데, 중요한 것은 세팅 위치다. 다이아몬드가 베젤을 둘러싸는 대신 좌우 브랑카르 전체에 들어갔다. 브랑카르는 원래 이 시계의 골격이자 시선을 세로로 끌어당기는 장치인데, 거기에 스톤이 깔리면서 두 직선이 한 번 더 강조된다. 다이아몬드가 빼곡하게 더해진 두 개의 기둥은 형태를 빛으로 다시 그려내면서 시계의 실루엣을 더욱 우아하게 만든다. 또한 똑뛰와 마찬가지로 크라운에도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다이아몬드가 세로선에만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다는 점도 실용성 측면에서는 강점이다. 손목 전체가 번쩍이지 않아 사무실에서 살짝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 착용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저녁 파티 자리에서는 그 두 줄이 충분히 주얼리 워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사실 이번 신제품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다이얼이다. 여성 시계 특성상 실물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자주 없었는데, 이번에 오랜 시간 살펴보면서 까르띠에 다이얼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그레인 다이얼은 공식적으로 ‘실버’로 표기되지만 실제로 보면 살짝 베이지 톤이 들어간 ‘미색’에 가깝다. 새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약간 빛바랜 금속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마치 100년 전 시계를 눈앞에 가져다 놓은 듯하다. 간혹 까르띠에 전시회에서 옛 빈티지 워치를 볼 때가 있는데 그 오래된 시계의 다이얼 색과 거의 비슷하다. 고전적인 미네랄 글라스는 이런 효과를 더욱 증폭시킨다. 그러면서도 조명 아래에 가져가면 매우 고급스러운 광채가 표면에 묻어 나오는데, 루페로 관찰해보면 아주 작은 펄이 다이얼 전체에 묻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입자들이 모여 오랜 시간을 건너온 듯한 색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이번 모델에는 화이트 골드에도 옐로 골드와 같은 다이얼이 적용되어서 깨끗한 화이트 골드와 빛바랜 실버 다이얼의 조화를 느껴볼 수 있다.
이번 신제품은 4개 모델 모두 쿼츠 무브먼트에 미네랄 글라스, 30m 방수, 샤이니 블랙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갖췄다. 케이스 치수는 스몰이 29.5 × 22mm에 두께 6.35mm, 미니가 24 × 16.5mm에 두께 6.2mm다.
케이스 소재는 옐로 골드와 화이트 골드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소재에 따라 다이아몬드 세팅의 효과가 확연하게 다르다. 옐로 골드는 따뜻한 바탕 위에 다이아몬드가 또렷하게 떠오르고, 화이트 골드는 금속과 스톤이 하나의 면처럼 이어진다. 전자가 다이아몬드를 보여주는 콘셉트라면, 후자는 케이스 전체를 빛으로 물들이는 쪽을 선택했다.
탱크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것은 역시 옐로골드 모델이다. 비슷한 디자인의 스틸 모델인 탱크 머스트와 시각적으로 차별화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화이트 골드와 빈티지한 실버 다이얼의 조합이 주는 매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시계 하나로 다양한 상황을 소화해야 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회의실에서 저녁 약속으로 옮겨갈 때 시계를 바꿔 찰 필요가 없고, 액세서리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손목이 비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현대 여성을 위한 아이템이다.
아울러 첫 골드 시계, 혹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첫 번째 진지한 시계로도 이만한 선택이 드물다. 형태는 이미 검증되었고, 다이아몬드는 그 검증된 형태에 개인적인 무게를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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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 :
- 29.5 × 22mm (스몰) / 24 × 16.5mm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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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께 :
- 6.35mm (스몰) / 6.2mm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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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 :
- 옐로 골드 / 화이트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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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
- 미네랄 크리스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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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 :
- 3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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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랩 / 브레이슬릿 :
-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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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얼 :
- 실버 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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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먼트 :
- 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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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 :
- 시, 분
똑뛰와 탱크 루이는 형태에서 정반대에 서 있지만, 2026년의 두 라인업은 두 가지를 공유한다. 미니 사이즈의 존재, 그리고 다이아몬드라는 재료다. 공유하는 조건 안에서 두 컬렉션이 서로 다른 답을 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2023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까르띠에가 베누아 미니를 공개했을 때 많은 여성들이 새로운 사이즈에 열광했다. 작고 귀여운 사이즈는 다른 주얼리와 매칭하기에 최적이었고, 골드 소재의 사용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 면에서도 합리적이었다. 까르띠에는 베누아의 성공 이후 탱크, 탱크 아메리칸, 팬더 등 다른 클래식 라인으로도 미니 사이즈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했다. 올해는 똑뛰와 탱크 루이 까르띠에 다이아몬드 세팅 버전에도 미니 사이즈가 등장했다.
미니가 왜 특별한지는 치수를 비교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오늘날 30mm 안팎이면 이미 작은 시계로 분류된다. 탱크 루이 스몰은 29.5 × 22mm로 그 기준을 충족한다. 그런데 미니는 거기서 한 번 더 내려간 24 × 16.5mm다. 가로와 세로 각각 5.5mm가 줄었을 뿐인데 면적으로는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 차이가 만들어내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시계가 커프 아래로 완전히 숨는다. 두께 6.2mm에 세로 24mm라면 소매를 걷어 올리지 않는 한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손목에 다른 것을 놓을 공간이 남는다. 팔찌나 뱅글과 함께 착용해도 시계가 손목 전체를 차지하지 않는다. 시계와 주얼리를 조합해서 착용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다. 셋째, 미니 사이즈는 시계를 차는 이유를 바꿔놓는다. 이 정도 크기에서 다이얼을 힐끗 보고 시각을 읽기란 어렵다. 손목을 돌리고 시선을 집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계의 형태와 디자인이 더욱 부각된다. 기능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물건 자체가 전면에 드러나는 것.
하지만 두 컬렉션에서 미니가 작동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직선 케이스는 작아져도 선이 남는다. 탱크 루이 미니는 24 × 16.5mm에서도 브랑카르 두 줄이 또렷하게 읽히고, 그래서 여전히 시계로 보인다. 반면 곡선 케이스는 작아질수록 윤곽 자체가 유연해진다. 그래서 똑뛰 미니는 팔찌 사이에 섞였을 때 시계가 아닌 주얼리로 읽히는 경향이 있다. 사이즈 역시 같은 미니 사이즈로 분류되지만 똑뛰가 조금 더 크다.
두 컬렉션의 다이아몬드 세팅은 숫자부터 서로 다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탱크 루이는 스몰에 153석 1.19캐럿, 미니에 127석 0.91캐럿을 깔았다. 똑뛰는 스몰에 48석 1.32캐럿, 미니에 42석 0.77캐럿이다. 스몰 케이스의 경우 다이아몬드 개수는 탱크 쪽이 3배가량 많은데, 총 캐럿은 오히려 똑뛰가 더 크다.
이러한 차이는 취향의 문제이기 이전에 형태가 이끌어낸 결과다. 일단 곡선 케이스에는 스톤을 세팅할 평면이 마땅치 않다. 까르띠에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똑뛰 고유의 형태가 도드라지도록 스톤을 정면에 배치했다. 반면 직선 케이스는 사정이 다르다. 브랑카르 두 줄이 그대로 세팅 면이 되므로, 작은 스톤을 빽빽이 채워 그 선을 강조하는 편이 형태에도 잘 맞는다.
결과적으로 똑뛰는 빛의 크기를, 탱크 루이는 빛의 밀도를 택했다. 똑뛰의 다이아몬드는 한 알 한 알이 제 광채를 내고, 손목이 움직일 때 곡면을 따라 빛이 흐른다. 이브닝 워치의 세팅에 가까운 설정이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 다이아몬드 모델의 경우 스톤이 작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두 줄의 선으로 읽힌다. 그래서 사무실에서도 부담이 적다. 이처럼 같은 재료를 사용해 한쪽은 윤곽을 빛으로 바꾸고 다른 쪽은 골격을 빛으로 그려냈다. 형태의 대비가 세팅의 방식에서도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낸 셈이다.
유행은 퍼져나가면서 서서히 자신의 죽음을 향해 간다.
– 게오르그 짐멜, 「유행의 철학」 중에서
짐멜의 도식에는 한 가지 결론이 따라붙는다. 유행은 퍼질수록 소모된다. 모두가 채택하는 순간 구별의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탱크는 100년 동안 퍼졌는데도 소모되지 않았다. 탱크가 어느 시점에 유행이기를 멈추고 하나의 형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행은 소모되지만 형식은 남는다. 직사각형 케이스에 두 개의 기둥을 조합한 디자인은 이제 까르띠에의 한 모델이 아니라 시계 디자인의 한 문법이 되었다. 마치 셔츠의 칼라나 재킷의 라펠처럼,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을 이루는 기본 바탕이 된 것이다. 탱크를 고르는 사람이 얻는 안심의 정체가 여기 있다. 그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문법을 쓰는 것이다. 시계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문법 말이다.
반면 똑뛰는 아직 그 문턱 앞에 서 있다. 1912년에 태어났으니 나이는 충분하다. 하지만 형식이 되려면 널리 퍼지는 과정을 한 번은 통과해야 하는데 똑뛰는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친 적이 없다. 올해의 정규 컬렉션 편입은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똑뛰를 고른다는 것은 새로운 문법이 만들어지는 자리에 함께 서는 것을 의미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아마도 지금의 선택이 더 큰 빛을 발할 것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짐멜의 논의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짐멜이 말한 두 욕구는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있는 것이고, 다만 때와 사람에 따라 무게중심이 다를 뿐이다. 검증된 형식 위에 서고 싶은 날에는 탱크가, 자기 문장을 쓰고 싶은 날에는 똑뛰가 어울릴 것이다. 사이즈라는 선택지도 마찬가지다. 시계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주얼리의 역할을 맡길 것인가. 그에 따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사이즈 역시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까르띠에가 한 세기에 걸쳐 만들어둔 것은 결국 그 모든 선택지의 배열이다. 브랜드를 갈아타지 않고도 같아지거나 달라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와 사이즈를 남겨두었는데, 사실 이만큼 넓은 선택의 폭을 한 브랜드 안에 갖춰둔 곳은 흔치 않다. 형태의 워치메이커, 까르띠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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