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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소개에 앞서 SP 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많은 시계 브랜드가 호황을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커다란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MB&F도 마찬가지였다. 막시밀리앙 뷔서(Maximilian Büsser)를 필두로한 MB&F의 팀원들은 잠시 미뤄뒀던 자유롭고 유쾌한 프로젝트를 다시 들춰보았다. 그 중 하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M.A.D.1이었다. 수많은 아이디어로 가득 찬 보물창고에서 막시밀리앙 뷔서는 MB&F의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SP 원을 실현시키기로 결심했다. 우아하고 고전적인 시계를 만들고자 했던 막시밀리앙 뷔서는 2018년에 SP 원의 스케치를 마쳤다. MB&F의 친구이자 디자이너인 에릭 지루(Eric Giroud)는 스케치를 바탕으로 SP 원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SP 원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얇고 작은 시계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MB&F를 정의하는 입체적인 구조와 독창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화려한 오롤로지컬 머신(HM)과 클래식한 레거시 머신(LM) 사이 어디쯤 위치하는 SP 원은 스페셜 프로젝트(SP) 컬렉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SP 원의 무브먼트에는 스리 서클(Three circles)이라는 코드명을 부여했다. 기계식 시계의 핵심적인 요소인 다이얼, 배럴, 밸런스 휠을 중심으로 구성한 SP 원은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라는 철학을 토대로 브리지와 나사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부품을 숨기는 방식으로 설계해 세 가지 요소가 공중에 부유하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다이얼, 배럴, 밸런스 휠의 지름을 동일하게 만들어 균형을 도모했다.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심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다이얼은 코니컬 기어(또는 베벨 기어)를 이용해 살짝 앞으로 기울어지게 배치했는데 이는 MB&F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브러시드 가공과 베벨링으로 정교하게 제작한 플린지는 무브먼트를 고정하며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준다. 막시밀리앙 뷔서는 원형극장이라고 표현하는데 무브먼트의 복잡한 구조를 드러내는데 적합하다. 플래티넘 모델은 스카이 블루, 로즈 골드 모델은 안트라사이트 컬러로 플린지를 물들였다. 시계를 뒤집으면 정성스럽게 가공하고 마감한 부품을 볼 수 있다. 원형 그레이닝 처리한 톱니바퀴, 결을 살린 브리지, 마이크로 블라스트로 질감을 살린 플레이트, 루비 주얼을 감싸는 골드 샤통, 블랙 폴리싱한 나사 등 전통적인 마감을 통해 MB&F가 강조하는 장인 정신을 경험할 수 있다. 우아함과 정제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고전적인 방식과 요소들을 지켜내는 것이 기계식 시계가 추구하는 가치임을 에둘러 강조하는 듯하다.

지름 38mm 케이스는 세월의 흐름을 견디며 매끄럽게 다듬어진 강바닥의 조약돌을 연상시킨다. 베젤이 없고,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케이스에 그대로 연결해 시계 전체가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러그와 미들 케이스 사이에는 미세한 틈을 남겨 놓았다. 케이스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뻗어 나온 듯한 러그는 기하학적이고 유기적인 디자인을 한층 더 강화한다.

MB&F SP 원은 플래티넘과 로즈 골드 버전으로 나뉜다. 정해진 수량은 없으며, 가격은 플래티넘 모델이 63,000스위스프랑(한화 약 1억615만원), 로즈 골드 모델이 58,000스위스프랑(한화 약 97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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