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성수동을 방문했다. 오데마 피게의 워치메이킹 다큐멘터리 무비 〈인사이드 더 드림 오데마 피게〉를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4월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처음 공개된 뒤 아마존 프라임 등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순차적으로 업데이트되었다. 국내 서비스에 올라오지 않아서 사실상 감상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던 것. 그런데 영화관에서, 그것도 한글 자막으로 볼 수 있다고 하니 시계 덕후로서 무조건 가야하는 이벤트다.
행사 장소는 성수동 연무장길에 자리한 소극장 ‘무비랜드’. 1층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팝콘, 츄러스, 음료 등을 나눠줬고, 이번 행사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칵테일도 즐길 수 있었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오데마 피게 코리아에서 꽤 많은 준비를 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박스에서 예쁜 티켓을 수령한 뒤 트레이에 간식을 챙겨서 2층으로 향했다. 2층에는 무브먼트 부품을 비롯해 오데마 피게의 워치메이킹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작품 내용을 미리 엿볼 수 있는 트레일러 영상도 상영되고 있었다. 또 한쪽에는 르 브라쉬에 위치한 매뉴팩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작은 포토존 공간도 꾸며놓았다.
간식을 먹으면서 잠깐 휴식을 취한 뒤 3층 상영관으로 올라갔다. 30석 정도의 프라이빗한 소규모 상영관이었는데, 기계식 시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상영하기에는 꽤 어울리는 곳이었다. 본격적인 상영에 앞서 오데마 피게 일본 및 한국 지역 총괄 CEO인 프레데릭 레이스(Frederic Leys)와 오데마 피게 코리아 나인범 지사장이 참석한 기자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건넸다. 프레데릭 레이스는 “현재 시계에 탑재된 모든 기능들은 거의 대부분 19세기에 발명된 것인데, RD#5에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가 적용되어 있다”며, “시계 개발 과정뿐만 아니라 AP의 일하는 방식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곧이어 상영관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인사이드 더 드림〉은 2022년 시작된 동명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 상징적인 브랜드들의 세계로 들어가 그 창작물 뒤에 있는 사람과 과정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로, 이번 오데마 피게 편은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특별 에피소드다. 제작은 프랑스 제작사 터미널 9 스튜디오(Terminal 9 Studios), 연출은 마티유 므뉘(Matthieu Menu)가 맡았고 러닝타임은 약 55분이다. 내레이션은 오데마 피게 CEO 일라리아 레스타가 직접 맡았으며, 브랜드 앰배서더인 존 메이어와 레이(RAYE), 시계 매거진 『레볼루션』의 창립자인 웨이 코 등이 중간중간 화자로 등장한다.
영화의 메인 줄기는 시계 한 점이 태어나는 과정이다. 오데마 피게 창립 150주년 기념작이자 10년간 이어진 RD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로열 오크 엑스트라-씬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RD#5’다. 영화는 초기 디자인 스케치에서 시작해 설계와 부품 가공, 시제품 제작, 조립과 검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순서대로 따라간다. 오데마 피게의 RD 시리즈와 RD#5에 대해서는 클로카 매거진에서 별도의 기사로 다뤘으니 다음 두 개의 링크를 참고하길 바란다.
다만 이 영화가 실제로 담고 있는 것은 시계 한 점의 제작 스토리보다 훨씬 넓다. 1875년 르 브라쉬에서 두 시계 제작자가 회사를 세운 이야기부터, 1972년 로열 오크가 세상에 나오며 브랜드의 방향을 바꿔놓은 순간, 그리고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까지. 영화는 RD#5의 제작 과정을 축으로 삼되 그 위에 오데마 피게라는 브랜드의 150년이 겹쳐 흐르게 했다. 표면적으로는 RD#5에 집중했지만, 내용은 사실상 브랜드의 전반적인 역사를 폭넓게 담고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오데마 피게의 최신 매뉴팩처 내부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스위스 시계 매뉴팩처는 내부를 언론에 잘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오데마 피게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매뉴팩처는 VIP 자격으로 초청받아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쉽게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카메라는 공방 안으로 들어가 부품을 다듬고 조립하는 직원들의 손끝을 오래 비춘다. 도면 앞에서 논의하는 엔지니어들의 모습까지 담겨 있어서, 하나의 시계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시간이 필요한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프레데릭 레이스가 상영 전에 말한 “AP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상을 보면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구성과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촬영과 편집,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방식 어느 쪽도 허술하지 않다. 특히 매뉴팩처를 포함해 스위스 르 브라쉬 지역의 자연 풍경을 담아낸 영상미가 탁월했다. 기술적으로 난해한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시계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계를 좋아한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오데마 피게가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에 도전해왔고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완성된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무언가를 시도하는 브랜드의 모습이 영상 전반에 잘 담겼다. 극장을 나오면서 오데마 피게가 왜 오늘날 최고의 시계 브랜드로 올라설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계식 시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한번 관람해보길 권한다. 완성된 시계만 보아오던 시선에서 벗어나 그 안쪽으로 파고드는 경험은, 앞으로 시계를 보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다.
이번 <인사이드 더 드림 오데마 피게> 상영회는 일반 관람으로도 만날 수 있다. 오데마 피게는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같은 장소인 성수동 무비랜드에서 무료 상영회를 진행한다. 하루 네 차례 상영되며, 무비랜드 웹사이트(https://movieland.co)에서 사전 예매로 신청할 수 있다.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 아직 올라오지 않은 작품인 데다 한글 자막으로 볼 수 있는 자리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서둘러 좌석을 확보하길 바란다.
관람 안내
– 상영 기간: 2026년 9월 10일(목) ~ 13일(일)
– 상영 시간: 11:30 / 14:00 / 16:30 / 19:00 (1일 4회, 약 60분)
– 상영 장소: 무비랜드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5-5)
– 예매 방법: 무비랜드 웹사이트 온라인 사전 예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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