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스위스 르 로클에서 출발한 유니버설 제네브(Universal Genève)가 7월 2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공식 리론칭을 알리는 미디어 세션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하우스 오브 브랜드(House of Brands)의 CEO 조지 컨(Georges Kern)이 직접 방한해 유니버설 제네브의 헤리티지와 리론칭 비전을 소개했으며, 그레고리 브루탱(Gregory Bruttin) 유니버설 제네브 매니징 디렉터와 정우창 하우스 오브 브랜드 코리아 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유니버설 제네브는 1894년 워치메이커 누마-에밀 데콤브(Numa-Émile Descombes)와 율리스-조르주 페레(Ulysse-Georges Perret)가 ‘유니버설 워치(Universal Watch)’를 등록하며 시작되었고, 이후 제네바로 거점을 옮기며 론가(Rue du Rhône)에 본사를 두었다. 브랜드는 1932년 라울 페레(Raoul Perret)가 경영을 맡으며 전환점을 맞는다. 디자인과 기술이 처음부터 하나로 맞닿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전담 디자인 부서를 설립했고, 이는 훗날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 ‘르 쿠튀리에 드 라 몽트르(Le Couturier de la Montre, 시계의 재단사)’의 토대가 됐다. “프랑스적 취향과 제네바의 정밀성을 결합한다”는 1946년의 광고 카피는 이러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조지 컨 CEO는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서 “유니버설 제네브에 있어 ‘르 쿠튀리에 드 라 몽트르’는 메종을 규정하는 언어이자 창조적 정신과 장인 정신을 담아내는 표현이었다”고 소개했다. 조지 컨의 설명에 따르면 하이엔드 워치 시장은 통상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미학을 추구하는 브랜드군과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브랜드군으로 양분되어 왔다. 유니버설 제네브는 이 둘 사이의 중간 지점에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 제품군의 성비는 남녀 50대 50으로 균형을 맞췄으며, 이는 브랜드 콘셉트인 ‘르 쿠튀리에 드 라 몽트르’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CEO 발표에 이어서 매니징 디렉터 그레고리 브루탱이 컬렉션 전반을 소개했다. 컬렉션 소개에 앞서 그는 브랜드의 세 가지 핵심 요소인 ‘기능적 미학’, ‘헤리티지’, ‘장인 정신’을 강조했다.
기능적 미학(Functional Beauty)
디자인이 기능을 이끈다는 원칙이다. 통상 워치메이킹 업계에서는 기능이 디자인을 결정하지만, 유니버설 제네브는 최적의 디자인을 먼저 설정한 뒤 이를 구현할 기술적 해법을 찾는 방식을 취한다. 무브먼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폴라우터를 39mm대의 얇은 두께로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무브먼트를 개발했으며, 일부 여성 라인은 38mm까지 슬림화됐다.
헤리티지(Heritage)
브랜드는 1930년대 리버서블 워치를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 중 하나이며, 트리플 카운터 구조의 크로노그래프도 초기에 도입했다. 제럴드 젠타의 첫 시계 디자인은 1954년 유니버설 제네브에서 나왔다. 1960년대에는 여성 라인을 포함한 창의적인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선보였으며, 같은 시기 브랜드 모토인 ‘르 쿠튀리에 드 라 몽트르’가 확립됐다.
장인 정신(Craftsmanship)
제품과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인들과도 협업한다. 스트랩의 경우 에르메스(Hermès)에서 20년간 가죽 공예를 담당한 장인이 현재 유니버설 제네브의 가죽 스트랩 디자인을 맡고 있다.
유니버설 제네브의 리론칭을 함께하는 핵심 컬렉션은 제럴드 젠타(Gérald Genta)가 디자인한 폴라우터(Polerouter), 크로노그래프 모델인 콤팩스(Compax), 리버서블 워치 카브리올레(Cabriolet), 그리고 여성용 워치 디스코 미니(Disco Mini)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유니버설 제네브가 처음부터 단일 제품군에 의존하지 않는 브랜드였다는 점이 강조되었으며,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서로 다른 성격의 4개 컬렉션을 선보여 왔다고 소개했다.
폴라우터(Polerouter)
1940년대 유럽에서 LA를 잇는 최초의 민간 항공 노선이 개설되면서, 항공사가 조종사를 위한 손목시계를 유니버설 제네브에 의뢰하며 탄생했다. 특히 제럴드 젠타가 로열 오크, 노틸러스를 디자인하기 이전에 작업한 모델이기도 하다. 다이얼의 십자 형태, 비대칭 이너 플랜지, 트위스트 러그 세 가지 디자인 요소가 특징이며, 이번 컬렉션은 스테인리스 스틸·블랙, 블루 다이얼, 로즈 골드·브라운 다이얼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스트랩은 원터치 방식으로 교체 가능하다.
콤팩스(Compax)
1930년대 선보인 크로노그래프 라인으로, 항공·영화·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정밀 계측 도구로서의 성격을 갖췄다. 1960년대에는 핀란드 출신 모델 니나 린트(Nina Rindt)가 남편 요헨 린트(Jochen Rindt)의 F1 경기 트랙에서 이 모델을 착용하며 유명세를 얻었고, 이후 ‘더 니나(The Nina)’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됐다. 리론칭 컬렉션은 1960년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팬더 다이얼 세 가지 버전으로 구성되며, 여름을 겨냥해 리넨 소재를 연상시키는 다이얼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카브리올레(Cabriolet)
1930년대 등장한 플리핑(flipping) 케이스 구조의 리버서블 워치로, 무브먼트는 전량 인하우스에서 제작됐다. 아트 데코 시대 디자인을 계승하며, 1930년대 아티스트 타마라 드 렘피카(Tamara de Lempicka)와의 협업을 통해 케이스백에 미니어처 회화를 재현한 에디션도 함께 선보인다. 개인 맞춤형 오더도 가능하며,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케이스백에 구현하는 비스포크 서비스도 제공한다.
디스코 미니(Disco Mini)
주얼리 워치 부문에서 쌓아온 유산을 기반으로 한 라인으로, 1973년 드비어스 어워드(De Beers Award) 최우수 다이아몬드 주얼리 워치 디자인 부문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워치 헤드를 분리해 뱅글이나 트위드 브레이슬릿 등으로 교체 착용할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며, 프랑스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레이블 개발도 진행 중이다. 이번 시즌에는 레이스를 모사한 프롱(prong) 세팅 기법을 아카이브에서 재발굴해 적용했으며, 다이아몬드 세팅을 고객의 의상에 맞춰 조율하는 맞춤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유니버설 제네브의 모든 컬렉션은 크게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 캡슐 에디션(Capsule Edition), 쿠튀르 컬렉션(Couture Collection), 시그니처 타임피스(Signature Timepieces)로 전개된다. 프레타포르테는 핵심 아이콘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고, 캡슐 에디션은 소재·컬러·장식 기법을 탐구하는 시즌 한정 에디션이다. 쿠튀르 컬렉션은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한 유일무이한 창작물이며, 시그니처 타임피스는 아카이브 피스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정 컬렉션이다.
브랜드는 체인 메이커 로랑 졸리에(Laurent Jolliet), 럭셔리 트렌드 분석가 넬리 로디(Nelly Rodi), 미니어처 페인터 이자벨라 빌라(Isabella Villa) 등과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그레고리 브루탱 매니징 디렉터는 “기능적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은 유니버설 제네브의 DNA에 깊이 새겨진 본질이며, 이 철학이 오늘날에도 새로운 컬렉션을 향한 비전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제네브는 오는 9~10월 제네바를 시작으로 밀라노, 런던, 뉴욕 등에 부티크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조지 컨 CEO는 이날 한국 시장과 관련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숙하고 정교한 워치 시장 중 하나로, 반드시 진출해야 할 곳”이라며 향후 부티크 오픈을 포함한 적극적인 진출 의지를 밝혔다.
한편 프레젠테이션 이후 행사장에 마련된 터치 앤 필 공간에서 모든 제품들을 시착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이미지로만 접하던 유니버설 제네브의 시계들을 처음으로 접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시계들은 과거 20세기 초중반의 감성을 담아내면서도 현대적 하이엔드 워치의 품질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분트 스트랩을 갖춘 콤팩스 팬더 모델,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블루 컬러의 폴라우터, 카브리올레의 인하우스 사각 수동 무브먼트가 인상적이었다.
시계 브랜드를 되살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하이엔드 영역에서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조지 컨CEO는 짧은 시간 안에 유니버설 제네브를 멋지게 되살렸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부활에 성공한 유니버설 제네브가 앞으로 하이엔드 워치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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