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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sot PRC 100 Solar

빛으로 움직이는 티쏘의 차세대 쿼츠 시계

  • 김도우
  •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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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tissot-prc-100-s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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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sot PRC 100 Solar
티쏘 PRC 100 솔라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사실 필자는 언론이나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공부를 했다. 학창 시절 전공은 기계공학이다. 심지어 이후에는 공작기계 프로그래밍을 연구했다. 하지만 시계가 너무 좋아서 결국 시계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됐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신제품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특히 리뷰라도 하게 된다면 업무와 취미 사이에서 묘한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물론 어떤 방향이든지 한결같이 재미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계식 시계’에 한정된 이야기다. 애초에 나는 태엽으로 구동하는 무브먼트의 묘미에 빠진 사람이니까. 따라서 그랜드 세이코나 카시오의 지샥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혹은 특색을 가진 쿼츠 시계가 아니라면 단순히 저렴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패션 시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클로카에서도 기본적으로 기계식 시계만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시계를 소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는 다소 고민에 빠졌다. 예상했겠지만 쿼츠 무브먼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쿼츠 시계에 관심 없는 이유는 가격이 ‘싸서’가 아니다. 다만, 가격이 낮기 때문에 품질이 별로일 확률이 거의 100%다. 물론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들만의 헤리티지가 있다면 상관없다. 세이코에 닉네임이 붙은 모델들이나 해밀턴의 카키 필드처럼. 그래서 만약 단순한 쿼츠 시계였다면 곧바로 거절했을 테지만, 이번 신제품은 조금 생소한 장르라 흥미가 생겼다. 바로 솔라 쿼츠. 덕분에 평소에는 생각치 않았던 각자의 장단점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당신이 원하는 건 기계식인가 쿼츠인가

먼저 구동방식에 따른 두 가지 무브먼트의 차이점과 장단점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보자. 기계식은 태엽을 감아 사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체의 전자 부품이 들어가지 않는다. 덕분에 관리만 잘하면 대를 이어 물려줄 수도 있다.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흐르는 듯한 초침이나, 특히 수동 무브먼트 같은 경우 정해진 시간에 항상 태엽을 감아줘야 한다는 행위 자체에 감성적인 의미를 두고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나도 그렇다. 게다가 마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반면, 쿼츠 무브먼트는 전지로 구동한다. 복잡한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도 없다. 덕분에 기계식과 비교할 수 없이 가볍고, 정확하고,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대신 몇 년에 한번씩 전지를 교체해줘야 하지만, 어차피 기계식 시계도 자동차 엔진오일을 일정주기마다 교체해주는 것처럼 반드시 몇 년에 한번은 센터에 입고시켜 완전 분해 후 재조립하는 메인터넌스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계식은 이 작업이 최소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소요되기 때문에, 즉시 전지 교체가 가능한 쿼츠는 유지보수 면에서 기계식과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하다. 

차세대 쿼츠, 솔라 무브먼트

그리고 이번 티쏘 신제품에 탑재한 쿼츠 무브먼트는 더 특별하다. 바로 빛으로 전지를 충전하는 솔라 무브먼트다. 뜻밖에도 개인적으로 소장한 다른 브랜드의 솔라 무브먼트 제품이 상당히 많다. 꽤 오랜 시간 모아온 지샥 중 절반가량이 이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이 점은 단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편한 건 전지 교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아마 손목 시계에 익숙한 분들이 아니라면 전지 교체 시점이 되면 분명 절반 정도는 귀찮고, 절반 정도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이걸 어디서 교체해야 하지?’, ‘비용은 얼마지?’ 등의 현실적인 고민 말이다. 현재 발표한 티쏘의 자료에는 PRC 100 솔라의 전지 수명이 10~15년 정도로 기재되어 있다. 이런 스펙의 경우 보통 제일 낮은 숫자를 사용한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로는 더 오랜 시간 사용이 가능할 터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따로 관리나 유지보수 없이 시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요즘 기술을 기준으로 삼아도 꽤나 뛰어난 스펙이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시계를 어둠 속에 오래 보관해 전지가 완전히 방전되어 버리면, 재충전을 해도 그리 오랜 시간을 구동할 수 없다. 이건 충전지의 특성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고 몇 개월 이상 장기간 보관 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자, 그럼 본인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에 편리하고 가격 접근성이 더 중요하다면, 최신 컬렉션이자 그중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PRC 100 솔라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라이트마스터 솔라 테크놀러지

게다가 이번 PRC 100 솔라는 기존 시계들과 충전 설계 방식 자체가 다르다. ‘벌집 구조 솔라 셀(Honeycomb-Structured Solar Cells)’이라 이름 붙인 충전 패널은 일반적인 태양광 충전 시계처럼 다이얼에 장착된 방식이 아니라, 시계 전면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바로 밑에 위치한다. 허니컴 구조는 태양전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 태양광 발전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빛의 수집을 극대화해 같은 면적 대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무엇보다 필름 형태로 아주 얇게 경량화가 가능해서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을 시작했다. 게다가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시계를 처음 봤을 때, 꽤 신중하게 살펴봤음에도 불구하고 육안으로는 충전 패널이 보이지 않았다. 특정 조도와 각도에서만 식별 가능하며, 이는 곧 언급할 디자인 면에서 굉장한 장점이 된다. 다이얼 표면의 질감이나 컬러를 적용하는데 아무런 방해가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효율적으로 흡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적당한 광량에서 약 10분 정도만 충전해도 하루 동안 움직일 수 있고, 한번 완충이 되면 어둠 속에서도 14개월간 구동할 수 있다고 한다. 

모던한 디자인과 스타일

PRC 100 솔라의 가장 큰 장점은 전통적인 손목 시계 그 자체인 깔끔한 디자인과 균형 잡힌 비율이다.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무난함 덕분에 데일리로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실제로 이번 리뷰로 실버 다이얼을 선택한 것도 어떤 복장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섬세한 디테일이 많아, 시계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충분하다. 화려한 선레이 다이얼과 실용적인 야광도료가 채워진 아플리케 인덱스 덕분에 고급스럽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지름 39mm의 적당한 케이스 크기, 평범한 원형 시계와 차별화 포인트인 12각 베젤, 금속 특유의 결을 살린 새틴 피니싱, 반짝이는 포인트가 되어 주는 경사면의 미러 폴리싱, 두께 자체가 얇아서 편안한 브레이슬릿 등 티쏘라는 스위스 브랜드의 장점을 충분히 십분 즐길 수 있다. 브레이슬릿 버전 기준으로 70만원대라는 가격까지 고려하면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 적절한 마감과 단단하게 완성된 느낌은 직감적으로 ‘잘 만든 시계’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조금 신경 쓰이는 건 브레이슬릿과 러그가 체결되는 부위에 발생하는 약간의 유격. 대신 안쪽을 보면 양쪽에 나사처럼 생긴 돌출부가 있어 도구 없이 가죽 스트랩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방수도 100m를 지원한다. 

특히 과거의 태양광 충전 시스템 시계들은 충전 패널이 디자인에 제약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일부 엔트리 브랜드에서는 해당 기술을 사용했다는 걸 강조하려는 나머지 과장된 디자인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T-터치를 비롯한 티쏘의 기존 광충전 시계도 그렇다. 즉, 현재 시장에는 절대 다수의 소비자가 원하는 노멀한 스타일의 솔라 시계가 생각보다 드물다. 물론 가격대를 한참 높이면 ‘전통적인’ 디자인의 솔라 시계에도 선택권이 생긴다. 까르띠에의 탱크 머스트 솔라비트, 태그호이어의 포뮬러 1 솔라그래프가 대표적이며, 대신 가격대가 300만원에서 500만원대로 치솟는다. 

PRC 100 솔라는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디자인이 가장 큰 장점이다.
스마트 워치의 대안이 가능한가?

애플워치가 처음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을 당시, 스위스 명품 기계식 시계의 시대가 저물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진 적이 있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는 걸 안다. 비록 동일한 ‘시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기계식 시계와 스마트 워치는 구매 목적, 사용 방식, 소비 계층까지 전혀 다르다. 특히 애플워치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워치는 기존에 시계를 착용하지 않던 이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부상했을 뿐, 기계식 시계를 착용하던 사람이 스마트 워치로 완전히 전환한 경우는 많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꼭 고가의 명품 시계가 아니더라도 기계식 시계는 그 가치와 본질이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유지된다. 반면 스마트 워치는 결국 디지털 디바이스이며, 그 편리한만큼이나 분명한 한계와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이 이야기는 얼마 전 이상우님이 올린 칼럼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지금 당장, 스마트 워치를 벗어라>

디지털 시대, 빼앗긴 시간을 되찾는 방법에 관하여

PRC 100 솔라의 추천대상

자, 이제 정리해보자. 그럼 PRC 100 솔라는 누구를 위한 시계일까. 유지보수가 간편하고 사용이 편리하기 때문에, 감성보다는 실용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언제나 멈추지 않고 정확한 시간을 제공하므로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게다가 디자인과 마감 품질이 깔끔해 정중한 복장이나 전문직 종사자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기계식 시계를 경험했으나, 매일 혹은 며칠 단위로 태엽을 감고 시간을 재설정하는 과정이 번거로웠던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오차가 신경 쓰였다면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신 기계식 시계는 오차에서도 비교적 자유롭지만 이것도 역시 고가의 모델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게다가 저가의 쿼츠 시계가 있지만 디자인이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 PRC 100 솔라는 훌륭한 업그레이드 옵션이 된다. 

현실적으로, 이미 많은 시계 컬렉션과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티쏘 시계를 여러 점이나 가지고 있는 나에게 PRC 100 솔라는 구매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리뷰를 위해 며칠간 착용해본 결과 상당히 편리했고, 흔한 쿼츠 무브먼트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솔라 무브먼트의 진정한 장점은 정말 긴 시간을 착용한 후에나 느낄 수 있겠지만, 기계식과 쿼츠 사이에 위치한 멋진 아날로그 시계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시장의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 지난 4월 한국 정식 출시된 이후, 폭발적인 반응으로 현재 실버 다이얼 모델은 품절 상태다. 

기계식 시계가 부담스럽고,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아날로그 시계를 원한다면 PRC 100 솔라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상세 정보
  • Ref. :
    T151.422.11.041.00(블루), T151.422.11.031.00(실버), T151.422.33.051.00(블랙)
  • 지름 :
    39mm
  • 두께 :
    9.22mm
  •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블랙 PVD 코팅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10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가죽 스트랩과 핀 버클, 브레이슬릿과 폴딩 버클
  • 다이얼 :
    블루, 실버, 블랙
  • 무브먼트 :
    F06.615
  • 방식 :
    솔라 쿼츠
  • 기능 :
    시, 분, 초, 날짜, EOE(End Of Energy)
  • 파워리저브 :
    배터리 완충 시 14개월
  • 가격 :
    71만원(스틸 브레이슬릿), 65만원(스틸 가죽 스트랩), 78만원(블랙 PVD 브레이슬릿), 68만원(블랙 PVD 가죽 스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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