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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밖의 이야기: 오츠카 로텍

시계의 미학을 새롭게 정의한 일본의 독립 브랜드

  • 이재섭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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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ec%9a%b8%ed%83%80%eb%a6%ac-%eb%b0%96%ec%9d%98-%ec%9d%b4%ec%95%bc%ea%b8%b0-%ec%98%a4%ec%b8%a0%ec%b9%b4-%eb%a1%9c%ed%85%8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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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밖의 이야기: 오츠카 로텍

최근 수년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던 독립 브랜드의 탄생 설화는 비슷한 구석이 많다. 예를 들면, 시계 학교를 졸업하고 유명한 제조사에서 견습을 거친 뒤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론칭하는 식이다. 데뷔 과정이 어느 정도 공식처럼 정형화되어 있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은 전통 시계 제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가끔씩 울타리 너머에서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그곳에는 시계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흘러 들어오는 외지인이 많다. 이들은 산업 디자인, 엔지니어링, 건축 같은 분야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시각적 언어를 다변화해 시계의 미학을 새롭게 정의한다. 

오츠카 로텍의 설립자 지로 카타야마.

오츠카 로텍(Otsuka Lotec)을 설립한 지로 카타야마(Jiro Katayama)는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뒤 자동차, 헬멧, 가전제품 등을 디자인했다. 2008년,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로 카타야마는 우연한 계기로 온라인 경매를 통해 선반(lathe)을 구입했다.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던 열망이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선반으로 금속을 가공하는 작업이 익숙해질 무렵 그는 시계 케이스로 눈을 돌렸다. 자동차를 사랑했던 것처럼 시계에서도 매력을 느낀 것이다. 이윽고 기계를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부품 생산, 시계의 구조를 독학으로 습득하며 본격적으로 시계 제작에 뛰어들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No.1에서 No.4까지 4개의 시계를 완성하는데 성공했고, 2012년에 출시한 No.5는 처음으로 일반에 판매했다. 

오츠카는 브랜드 본사가 위치한 도쿄의 한 지역, 로텍은 로우 테크(Low-Tech)를 의미한다.

2022년 지로 카타야마는 일본의 독립 시계 제작자이자 독립 시계 제작자 협회(AHCI)의 정회원이기도 한 하지메 아사오카(Hajime Asaoka)와 만났다. 하지메 아사오카가 설립한 프리시전 워치 도쿄(Precision Watch Tokyo)의 직원이 지로 카타야마의 시계를 구입한 것이 계기였다. 지로 카타야마의 시계가 마음에 들었던 하지메 아사오카는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흥미롭게도 하지메 아사오카 역시 지로 카타야마처럼 디자이너 출신이다. 디자이너에서 시계 제작자로 변신한 자신과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던 늦깎이 시계 제작자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프리시전 도쿄 워치 산하에서 체계적인 생산을 위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한 덕분에 지로 카타야마의 부업은 버젓한 사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챌린지 부문을 수상한 No. 6.

2024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No. 6가 챌린지 부문을 수상하면서 오츠카 로텍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회전하는 바늘로 시간을 표시하는 종래의 방식을 비틀며 일반적인 시계와는 전혀 다른 문법을 구사했다. 레트로 퓨처리즘 또는 스팀펑크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은 공업용 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로 카타야마의 취향과 뿌리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장인 정신과 인간성을 앞세워 시계를 일종의 작품으로 대하는 작금의 추세와 달리 오츠카 로텍은 공학적인 접근을 택했다. 피니싱, 정밀함, 복잡성과 같은 가치에 주목하기 보다는 기계 본연의 구조와 투박한 질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오츠카 로텍 컬렉션.

오츠카 로텍의 연간 생산량은 200개 남짓이다. 과거에 비하면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수요와 인기를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폭발적인 인기와 제한된 공급으로 인해 중고 시장에서 오츠카 로텍의 시계는 정식 판매가보다 훨씬 더 비싼 값에 거래된다. 게다가 오츠카 로텍은 온라인 추첨을 통해 일본 거주자에게만 시계를 판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시계를 구입하고 싶다면 일본에 사는 사람을 수배하거나 중고 시장을 살펴봐야 한다. 현행 컬렉션은 5개의 모델로 구성됐다. 각 모델은 번호로 구분되며, 서로 다른 형태의 케이스를 갖고 있다. 아날로그 기기가 떠오르는 독창적인 디스플레이 모듈을 미요타의 범용 무브먼트에 올려 완성하는 오츠카 로텍의 시계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No. 5 카이

No. 5 카이.

2012년에 출시한 No. 5의 디자인 요소를 물려받았다. 이름 뒤에 붙은 카이(Kai)는 고치다 또는 바꾸다는 뜻의 한자 개(改)의 일본어 발음이다. 후속 모델이라고는 하나 케이스 디자인만 같은 뿐 내용물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No. 5 카이는 No. 5의 개념을 구조적으로 완전히 재정립한 결과물이다. 

밤에도 시간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개발한 나이트 클락의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를 현대 손목시계에 맞게 재구성했다.

No. 5 카이의 매력은 솔직하게 드러낸 구조와 조형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숫자가 적힌 3개의 아워 디스크를 캐리어에 연결한 뒤 회전시키는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는 오데마 피게의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스타 휠이나 우르베르크의 시계와 유사하다. 120° 간격으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는 시계 오른쪽에서 호를 그리는 미닛 트랙과 어우러지며 시간을 표시한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요소들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덕분에 소매가 긴 옷이나 셔츠를 입어도 불필요한 동작 없이 시간을 슬쩍 볼 수 있다.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가 2시 35분을 가리키고 있다.

No. 5 카이는 오츠카 로텍의 시계 중에서 1초 단위까지 시간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시계다. 5시 방향의 초 디스크와 빨간색 포인터를 활용해 초를 알 수 있다.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시계가 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초 디스크가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시 디스크는 8시 방향의 볼 베어링 롤러와 맞물리며 다음 시간을 표시하기 위한 대기 상태로 전환된다. 1시간에 2번 아워 디스크가 점핑 아워처럼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의 고질병인 백래시(backlash)를 방지하기 위해 2개의 감속 기어를 추가했다. 초 디스크와 아워 디스크 전환용 롤러에 쓰인 볼 베어링은 정밀 부품 제조사 미네베아미츠미(MinebeaMitsumi)에서 제작했다. 미네베아미츠미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볼 베어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No. 5 카이의 초 디스크에 사용한 볼 베어링의 지름은 1.5mm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베어링이기도 하다. 

피부에 닿는 케이스 및 러그 하단은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것과 달리 전면과 측면은 각을 살려 가공했다.

미요타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90S5에 지로 카타야마가 직접 개발한 새틀라이트 아워 모듈을 얹은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오츠카 로텍의 시계가 다른 독립 브랜드의 시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 중 하나는 고가의 베이스 무브먼트를 사용하거나 마감에 공을 들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로 카타야마의 이상과 오츠카 로텍의 철학을 실현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무브먼트라면 그걸로 족한 듯하다.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으로 짧지만 이 시계의 가치를 훼손할 요소는 아니다. 자성, 충격, 물에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외에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크라운으로 시간을 조정할 때는 반드시 시간을 진행 방향으로만 조정해야 한다.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0.5mm, 두께는 12.2mm다. 새틀라이트 아워 디스플레이 특유의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 두께가 있는 박스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채택했다. 베젤을 없애고 케이스의 가장자리를 낮게 가공해 이 같은 효과를 극대화한다. 

상세 정보
  • 지름 :
    40.5mm
  • 두께 :
    12.2mm
  •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블랙 소가죽 스트랩, 스테인리스 스틸 핀 버클
  • 다이얼 :
    오픈워크
  • 무브먼트 :
    자체 개발 모듈을 추가한 미요타 90S5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새틀라이트 아워, 분, 초
  • 시간당 진동수 :
    28,800vph(4Hz)
  • 파워리저브 :
    약 40시간
  • 가격 :
    825,000엔(한화 약 725만원)
No. 6

No. 6.

2024년에 출시한 No. 6는 아날로그 미터에서 영감을 얻은 부채꼴 모양의 디스플레이가 특징이다. 두 개의 바늘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움직이며 시간을 표시한다. 바늘과 연동된 레트로그레이드 암(arm)이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는 게 포인트다. 바늘 위로는 초 디스크가 회전한다. 단, 아무런 숫자나 포인터가 없기 때문에 1초 단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 역시 시계가 작동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시계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4시 방향의 작은 유리창 속 숫자는 날짜를 의미한다. 

시계를 얇게 만들기 위해 바늘의 축을 6시 방향으로 옮겼다.

다이얼에 적힌 일본어는 시계 애호가에게는 생소하고 신선할 것이다. 시계의 생산지와 무관하게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오츠카 로텍 제조(大塚ローテック製), 6호 기계식(6号 機械式), 토시마 도쿄(豊島 東京, 주: 지로 카타야마의 공방이 있는 지역), 일상생활방수(日常生活防水, Water Resistant의 일본식 표기) 라는 문구가 여백을 적절하게 채우며 디자인의 균형을 잡아준다. 

레트로그레이드 모듈을 추가한 미요타 칼리버 9015.

중앙에 있는 달팽이 모양의 캠이 레트로그레이드 메커니즘을 제어한다.

미요타 칼리버 9015에 자체 개발 모듈을 결합한 무브먼트는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제외하면 별다른 장식이 없지만 단정하고 정갈하다. 무브먼트의 회전력을 높이기 위해 로터 끝에 설치한 무게추는 샌드블라스트 마감한 듯한 질감이 느껴진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이다. 크라운을 이용해 와인딩, 날짜 및 시간 조정을 할 수 있다. 시간은 반드시 진행 방향으로만 조정해야 한다. 

와이어 방식의 러그는 케이스 뒤에 있는 나사(케이스백에 가려져 보이지 않음)로 고정한다.

No. 6는 개량을 거치면서 케이스 소재가 303L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316L 스테인리스 스틸로, 유리는 미네랄 글라스에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변경됐다. 모두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시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케이스 가장자리와 다이얼에 있는 나사는 모서리를 다듬었다. 이전 제품에서는 볼 수 없던 구성이다. 케이스 지름은 42.6mm, 두께는 11.8mm로 다른 모델보다 조금 큰 편이다. 케이스는 아래로 향할수록 지름이 줄어드는 형태로 우주선을 떠올리게 한다. 가격은 495,000엔(한화 약 437만원). 

상세 정보
  • 지름 :
    42.6mm
  • 두께 :
    11.8mm
  •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블랙 소가죽 스트랩, 스테인리스 스틸 핀 버클
  • 다이얼 :
    실버
  • 무브먼트 :
    자체 개발 모듈을 추가한 미요타 9015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레트로그레이드 시 & 분, 날짜
  • 시간당 진동수 :
    28,800vph(4Hz)
  • 파워리저브 :
    약 40시간
  • 가격 :
    495,000엔(한화 약 437만원)
No. 7.5

No. 7.5.

시 분, 초를 각기 다른 창구를 통해 표시하는 No. 7.5는 레귤레이터 스타일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애니 할터의 안티콰나 MB&F의 오롤로지컬 머신이 얼핏 떠오른다. 전면에는 3개의 유리가 있는데 10시 방향은 점핑 아워, 2시 방향은 분, 6시 방향은 초에 해당한다.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묶은 프레임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가독성을 위해 10시 방향에는 어안 렌즈를 설치했다. 참고로 구형 모델에서는 아크릴 렌즈를 사용했다. 3개의 유리를 설치하는 방식이나 종류가 서로 다른 것이 흥미롭다. 시와 분을 드러내는 유리는 베젤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데 유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시계에 독특한 입체감을 형성한다. 초 디스크에는 숫자나 포인터가 없어 시계의 작동 여부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반사 방지와 지문 방지 코팅 처리했다.

회전하는 디스크와 포인터를 이용해 분을 표시한다.

원반처럼 생긴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는 No. 6와 동일하게 와이어 러그를 장착했다. 이 제품 역시 구형 모델과의 차별화를 위해 소재나 가공 방식을 개량했다. 그레이닝 및 샌드블라스트 마감 처리한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지름은 40mm, 두께는 가장 두꺼운 부분을 기준으로 14.8mm다. 오츠카 로텍의 로고가 새겨진 스테인리스 스틸 핀 버클에는 패드를 넣어 라인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검은색 가죽 스트랩을 연결했다. 버클과 핀이 닿는 부분에 홈이 없어서 버클에 자국이 남는데 의도한 게 아니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케이스와 무브먼트 위에 올린 모듈의 간격을 최소화했다.

미요타 칼리버 82S5에 지로 카타야마가 개발한 점핑 아워 모듈을 더했다. 오픈워크 로터. 제네바 스트라이프로 장식한 브리지까지 최소한의 장식을 적용했다. 물론 이 시계에서 무브먼트와 장식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이다. 시간 조정은 언제나 진행 방향으로 해야 한다. 

상세 정보
  • 지름 :
    40mm
  • 두께 :
    14.8mm
  •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사파이어 크리스털 어안 렌즈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블랙 소가죽 스트랩, 스테인리스 스틸 핀 버클
  • 다이얼 :
    실버
  • 무브먼트 :
    자체 개발 모듈을 추가한 미요타 82S5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점핑 아워, 분
  • 시간당 진동수 :
    21,600vph(3Hz)
  • 파워리저브 :
    약 40시간
  • 가격 :
    396,000엔(한화 약 348만원)
No. 8

전자레인지나 오디오 같은 가전 제품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형이 아닌 사각형 케이스가 특유의 아날로그 및 공학적 감성을 자극한다.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가로는 31mm, 러그 투 러그는 47.8mm, 두께는 10.8mm다. 그레이닝 마감으로 투박한 느낌을 적절하게 살렸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의 우측면을 각진 형태로 제작했는데 오츠카 로텍 특유의 비대칭과 비정형성을 엿볼 수 있다. 시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부합할 수 있도록 러버 스트랩은 넓고 납작하게 제작했다. 

No. 8.

컨트롤 노브처럼 생긴 아워 인디케이터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닛 페이더(minute fader)가 다이얼을 양분한다. 이처럼 특이한 디자인은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사용했던 튜브 믹싱 콘솔 REDD.37에서 착안했다. 한 시간에 한 번 앞으로 점프하는 아워 인디케이터는 복잡함 속에서도 명료한 가독성을 제공한다. 미닛 페이더가 60에 도달하면 미닛 페이더에 연동된 플라이 휠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회전하며 미닛 페이더를 원점으로 돌려보낸다. 12시 방향에 있는 초 디스크는 시계의 심장이 힘차게 박동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90초에 한 바퀴 회전하기 때문에 시간을 읽기 위한 용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름 1.5mm 초소형 볼 베어링과 지름 2.5mm 볼 베어링은 다이얼 중심부나 플라이 휠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릴 테이프처럼 생긴 플라이 휠.

62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체 개발 모듈을 미요타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90S5에 결합했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모듈을 장착한 탓에 파워리저브는 약 32시간에 그친다. 케이스백으로 막혀 무브먼트를 볼 수는 없다. 시간은 반드시 진행 방향으로만 조정해야 한다. 

No. 8의 가격은 990,000엔(한화 약 870만원). 모듈과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가격도 앞서 소개한 모델들에 비해 좀 더 높다. 지로 카타야마의 상상력과 세계관이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 모델이다. 

상세 정보
  • 크기 :
    31mm(가로) X 47.8mm(세로)
  • 두께 :
    10.8mm
  •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블랙 러버 스트랩, 스테인리스 스틸 핀 버클
  • 다이얼 :
    실버
  • 무브먼트 :
    자체 개발 모듈을 추가한 미요타 90S5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시, 분, 초
  • 시간당 진동수 :
    28,800vph(4Hz)
  • 파워리저브 :
    32시간
  • 가격 :
    990,000엔(한화 약 870만원)
No. 9

현재 출시 중인 오츠카 로텍의 시계 중에서 가장 고가이며, 유일하게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이다. No. 8처럼 사각형 케이스를 갖고 있으나 굳이 순서를 따지면 No. 9이 No. 8보다 먼저 출시됐다. 점핑 아워, 리와인딩 미닛, 투르비용, 아워 스트라이킹,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시계를 향한 지로 카타야마의 열정과 지식을 총동원한 No. 9은 다음 장으로 향하는 출사표와 같다. 

No. 9.

시간은 2개의 디스크를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오츠카 로텍의 시그니처와 같은 디지털 방식은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연두색 야광 블록은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정시가 되면 아워 디스크, 리와인딩 미닛, 아워 스트라이크가 동시에 작동한다. 아워 스트라이크는 정시마다 한 번 울린다. 왼쪽 하단에 있는 망치가 파이프라인 형태의 공을 때리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소리가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아워 스트라이크는 케이스 왼쪽 측면에 있는 버튼을 이용해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다. 

화면에서 왼쪽이 크라운, 오른쪽이 아워 스트라이크 버튼이다.

파워리저브는 파워 문구와 화살표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막대 모양의 인디케이터를 이용해 잔여 동력을 가늠할 수 있다. 와인딩을 하면 막대가 길어지고, 반대로 동력이 소진되면 막대가 짧아진다. 

미네베아미츠미제 볼 베어링.

루비 볼 베어링의 직경은 2.5mm에 불과하다.

No. 9를 위해 특별히 개발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SSGT는 278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졌다. 일부 부품은 유니타스 6498에서 가져왔다. 기능을 겹겹이 쌓은 무브먼트의 구조와 형상 그리고 SSGT라는 이름은 초밥을 대접할 때 사용하는 나무 접시 스시게타(Su-Shi-Ge-Ta)에서 유래했다. 역동적인 투르비용의 회전을 전면에서 보여주기 위해 구조를 반전시켰다. 원활한 작동을 위해 아워 스트라이크 해머의 축에는 미네베아미츠미에서 공급한 루비 볼 베어링을 설치했다. 시계에 사용한 볼 베어링의 수는 총 5개다. 시간당 진동수는 18,000vph(2.5)로 오츠카 로텍의 방향성과 잘 어울린다.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으로 평이하다.  

케이스와 케이스백을 통합한 투 피스 구조. 무브먼트 모양에 맞춰 케이스 내부를 가공했다.

가로 30mm, 세로 48mm, 두께 13mm 케이스는 316L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제작했다. 시계의 구조를 최대한 노출하기 위해 케이스 측면까지 덮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투입했다. 케이스백은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손목을 감싸는 아치 형으로 가공했다. 조작을 담당하는 크라운은 케이스 10시 방향에 자리한다. 검은색 소가죽 스트랩의 폭은 케이스 모양으로 인해 26mm로 넓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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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로텍 No. 9의 가격은 17,600,000엔(한화 약 1억5,700만원).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매우 비싸다. 이유는 자체 제작 무브먼트와 복잡한 기능 때문이다. 만약 기성 브랜드에서 No. 9과 동일한 기능을 가진 시계를 출시했다면 가격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No. 9의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상세 정보
  • 크기 :
    가로 30mm X 세로 48mm
  • 두께 :
    13mm
  •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블랙 소가죽 스트랩
  • 다이얼 :
    스틸
  • 무브먼트 :
    칼리버 SSGT
  • 기능 :
    점핑 아워, 리와인딩 미닛, 투르비용, 아워 스트라이크,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 방식 :
    핸드와인딩
  • 시간당 진동수 :
    18,000vph(2.5Hz)
  • 파워리저브 :
    약 40시간
  • 가격 :
    17,600,000엔(한화 약 1억5,468만원)

오츠카 로텍은 취향이 파편화되고 독창성에 대한 갈증이 폭발하고 있는 시계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 시계 제작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공학과 아날로그의 미학을 결합해 독자적인 진화를 이뤄낸 이 독립 브랜드는 울타리 밖에서 관측된 가장 흥미진진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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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로바리
    2026.08.31

    넘버5 카이가 제일 갖고 싶네요. 모델 하나하나가 보여주는 독창성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다만 일본 거주자에게만 판매한다는 것이 좀.. 일본 비거주자로서 거부감이 들기도 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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