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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 L.U.C 1860 크로노미터

구관이 명관이다

  • 이재섭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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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ec%87%bc%ed%8c%8c%eb%93%9c-l-u-c-1860-%ed%81%ac%eb%a1%9c%eb%85%b8%eb%af%b8%ed%84%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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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 L.U.C 1860 크로노미터
Chopard L.U.C 1860 Chronometer

쇼파드(Chopard)는 올해 매뉴팩처 창립 30주년을 맞아 L.U.C 1860 크로노미터(L.U.C 1860 Chronometer)를 선보였다. 3년 전에도 다이얼만 다른 모델이 출시된 적이 있다. L.U.C 1860 크로노미터의 기원은 무려 1997년에 등장한 L.U.C 1860이다. 다시 말해, 이 시계는 쇼파드가 플러리에에 매뉴팩처를 설립하고 시계를 만들어온 지난 30년 동안 줄곧 중심을 지켜왔다. 이 정도면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은 것 같은데 더 내세울 게 남아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시계는 매력적이다. 올해 공개된 신제품 중에서 단연 손에 꼽을 만큼 마음에 드는 시계이기도 하다. 

L.U.C 1860 크로노미터는 현대 드레스 워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드레스 워치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다양한 악기가 한데 모여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처럼 이 시계의 여러 요소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흐트러짐 없이 정돈된 다이얼은 L.U.C 1860 크로노미터의 성격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색상은 플러리에가 속한 발-드-트라베르(Val-de-Travers) 인근을 흐르는 아뢰즈 강의 계곡과 차가운 물빛에서 영감을 얻어 아뢰즈 블루(Areuse Blue)라고 명명했다. 전통 시계 제작이 이루어지는 전원적 환경과 때묻지 않은 자연을 연결 지은 스토리텔링이 제법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다이얼은 메탈렘(Metalem)에서 공급한다. 오래전부터 메탈렘과 거래를 이어온 쇼파드는 수직통합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이 다이얼 공방을 마침내 인수했다. 장인들은 오래된 로즈 엔진을 이용해 18K 화이트 골드 플레이트에 방사형 기요셰 패턴을 손수 새겨 넣는다. 쇼파드 로고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정교한 패턴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날카롭게 뻗은 도핀 핸즈는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시간을 가리킨다. 새틴 브러시드 처리한 챕터 링에는 화살촉 모양의 아워 마커를 올려놓았다. 바늘과 인덱스는 모두 골드로 만들었다. 최근에 출시되는 드레스 워치 중에는 간혹 슈퍼루미노바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L.U.C 1860 크로노미터처럼 순수한 형태를 유지하는 편이 더 좋다. 6시 방향의 스몰 세컨즈는 디자인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스몰 세컨즈의 오토매틱 문구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원작에도 있었던 디테일이니 전통 정도로 여기면 될 듯하다. 날짜 창을 생략해 실용성은 약간 떨어질지 몰라도 디자인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지름이 36.5mm에 두께가 8.2mm인 케이스는 아담하다. 드레스 워치 팬에게는 황금 비율이지 않을까 싶다. 착용하면 어찌나 편안한지 시계를 풀고 싶은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단, 귀금속이 주는 묵직함을 선호한다면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쇼파드는 케이스도 자체 제작한다. 소재는 친환경 재활용 스틸 합금인 루센트 스틸(Lucent Steel™)이다.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경도가 높고, 발색과 광택이 우수하다. 정석대로 정면에 보이는 베젤이나 러그는 폴리시드, 측면은 브러시드 마감했다. 케이스백은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질감을 살린 회색 소가죽 스트랩은 아뢰즈 블루 다이얼과 절묘한 궁합을 자랑한다. 스트랩에는 L.U.C 로고를 새긴 핀 버클을 조합했다. 아무리 폴딩 버클이 편하다 한들 이 시계에는 핀 버클이 정답이다. 드레스 워치의 감성을 오롯이 즐기려면 때로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칼리버 L.U.C 96.40-L은 1996년에 플러리에 매뉴팩처에서 처음 개발한 칼리버 L.U.C 1.96의 직계 후손이다. 두께가 3.3mm에 불과한 칼리버 L.U.C 96.40-L은 출시 당시에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가장 우아한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중 하나로 꼽힌다. 무브먼트 두께를 줄이면서 파워리저브를 극대화하기 위해 2개의 배럴을 적층했다. 트윈 테크놀로지(Twin Technology)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배럴을 4개로 늘린 콰트로 테크놀로지로 발전하기도 했다. 22K 골드로 제작한 마이크로 로터의 장식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모든 부품은 제네바 씰(Poinçon de Genève)의 엄격한 기준에 맞춰 정성스럽게 마감했다.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완넥 레귤레이터는 L.U.C 1860 크로노미터나 컴플리케이션, 콰트로 같은 상위 모델에만 허락되는 고급 사양이다. 

칼리버 L.U.C 96.40-L는 겉모습만 그럴싸한 무브먼트가 아니다. COSC 인증을 받아 탁월한 정밀도까지 보증한다. 역사적으로 제네바 씰과 COSC 인증을 동시에 받은 경우는 쇼파드를 비롯해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로저 드뷔 정도로 극히 드물다.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두 인증을 모두 충족하려면 곱절의 공을 들여야 한다. 동시 인증은 고급 시계 제작의 바로미터이자, 쇼파드가 어떤 자세로 시계 제작에 임하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L.U.C 1860 크로노미터는 새로울 게 거의 없는 시계이지만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야말로 클래식이다. 클래식의 본질은 무조건적인 혁신이 아니라 오래 시간 이어온 가치를 끊임없이 다듬고 정제하는 데 있다. 쇼파드가 고집스럽게 추구하고 있는 시계 제작의 이상과 원작의 정신을 고스란히 품은 L.U.C 1860 크로노미터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명제를 다시금 수긍하게 만든다. 

상세 정보
  • 지름 :
    36.5mm
  • 두께 :
    8.2mm
  • 소재 :
    루센트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3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그레이 소가죽 스트랩, 루센트 스틸 핀 버클
  • 다이얼 :
    아뢰즈 블루
  • 무브먼트 :
    L.U.C 96.40-L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시, 분, 초
  • 시간당 진동수 :
    28,800vph(4Hz)
  • 파워리저브 :
    65시간
  • 가격 :
    5,28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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