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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까르띠에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LM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 김도우
  •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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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ec%b2%ab-%eb%a7%8c%eb%82%a8-%ea%b9%8c%eb%a5%b4%eb%9d%a0%ec%97%90-%ec%82%b0%ed%86%a0%ec%8a%a4-%ed%81%ac%eb%a1%9c%eb%85%b8%ea%b7%b8%eb%9e%98%ed%94%84-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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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까르띠에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LM
Cartier Santos de Cartier Chronograph LM

크로노그래프는 시계 시장의 주인공 중 하나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컴플리케이션이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드러내는 기능이기도 하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서브 다이얼, 크라운 양옆의 버튼, 복잡하게 얽힌 스케일과 수많은 핸즈까지. 대체로 심플하고 얇은 클래식 워치와는 정반대에 서 있는 강렬한 디자인이 많은 애호가를 매료시켜 왔다. 그래서 이미 유명한 컬렉션에 크로노그래프가 추가되면 항상 그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컬렉션의 엄청난 명성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시계, 바로 산토스 크로노그래프다.

2018년 까르띠에는 상징적인 사각 베젤의 위아래가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브레이슬릿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새로운 스타일의 산토스 컬렉션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곧바로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XL 모델을 발표했다. 산토스만의 아이코닉한 형태과 디테일 속에 절묘하게 담긴 크로노그래프는 누가 봐도 박수를 칠만 했다. 처음부터 꽤나 높은 디자인 완성도에 기능적으로도 크로노그래프를 구동하기 위한 스타트·스탑 버튼을 크라운과 대칭을 이루는 케이스 9시 방향에 원버튼으로 위치시키고, 리셋 버튼은 크라운에 통합한 개성적인 설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얼의 멋진 입체감, 까르띠에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1904-CH MC 탑재 등 새로운 산토스 컬렉션의 간판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능도, 디자인도, 무브먼트도 아니었다. 바로 XL이라는 크기였다. 이 시계의 케이스 크기는 43.3mm x 51.3mm. 원형 시계에서도 43mm는 작은 편이 아닌데, 모서리가 튀어나온 사각 시계는 보통 대각선 길이로 체감 크기가 다가온다. 때문에 기존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XL 사이즈는 실제로 지름 45mm의 대형 원형 시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그렇지만 분명 대부분의 한국인 손목에는 부담스러운 크기였다.

2026 산토스 크로노그래프의 다운사이징

올해 4월 시계 산업의 축제 워치스앤원더스 2026에서 까르띠에는 항상 그랬듯이 엄청난 숫자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특히 브랜드의 아이콘이자 하이 워치메이킹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프리베 컬렉션은 무려 여섯 종류를 선보였고, 드레시한 산토스-뒤몽의 새로운 브레이슬릿, 컬트적인 인기를 지녔던 산토스 고스트 다이얼, 그리고 로드스터 컬렉션의 부활까지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많은 신제품 속에서 작아진 산토스 크로노그래프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박람회 현장에서 실물을 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까르띠에의 신제품이 너무 많았기에 시간이 부족했기도 했고, 순간적으로 기존 크로노그래프와 다이얼의 모습과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언뜻 베리에이션이 등장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산토스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LM 사이즈는 크로노그래프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뒤늦게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필자의 손목 둘레는 15.5cm. 남자치고 조금 얇은 편에 속한다. 긴 설명 없이 먼저 착용 사진부터 보자. 내 손목에 올린 순간 새로운 크로노그래프의 매력이 곧바로 이해된다.

새로운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LM의 크기는 39.8 x 47.5mm. 수치상으로 가로 길이가 3.5mm나 줄어들었고, 부피는 그 이상이다. 물론 두께도 얇아졌다. 이처럼 작아진 케이스 크기와 애초부터 짧은 러그 길이 덕분에 러그 투 러그가 내 손목을 벗어나지 않고 편안하게 얹어져 있다. 두께는 약 11.6mm로 크로노그래프 시계로서는 평범한 수치다. 정식 리뷰가 아니라서 무게까지는 측정하지 못했는데, 며칠간 착용한 감상으로는 착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크로노그래프에 브레이슬릿까지 갖춘 시계기 때문에 결코 가볍진 않지만, 케이스 본체의 무게중심이 높지는 않아 한쪽으로 쏠린다거나 움직임에 따라 하중이 걸리는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이처럼 시계가 일단 나한테 어울려야 고민을 할 것 아닌가, 기존 XL 모델은 너무 커서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사이즈와 착용감이 해결되고 나니 비로소 이 시계가 지닌 산토스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로노그래프지만 여전히 산토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무엇보다 다이얼의 뛰어난 비율과 균형이다.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LM은 가장 기본형인 산토스 드 까르띠에 LM과 같은 라지 사이즈다. 케이스 크기가 39.8 x 47.5mm로 완전히 동일하다. 즉 다이얼 크기도 거의 비슷하지만, 쓰리 핸즈 모델이 지닌 여유로움, 다소 심심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여백 속에 세 개의 서브다이얼을 좌우대칭으로 배치해 시각적으로 굉장히 안정적이다.

게다가 디테일도 훌륭하다. 다이얼의 중심부는 수직 방향으로 브러시드 피니싱을, 그리고 세 개의 서브다이얼은 한 칸 아래로 단차를 주고 섬세한 동심원 패턴을 새겼다. 마지막으로 까르띠에의 디자인 포인트이자 패밀리룩이라 할 수 있는 로마 숫자 인덱스가 놓인 부분은 한칸 위로 솟은 공간에 방사형 브러시 패턴을 새겨 조명 반사에 따른 다양한 질감과 입체감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급 시계라면 반짝이는 실버톤이나 블루 핸즈를 선호하는데, 강렬한 인상의 로마 숫자와 톤을 맞춘 블랙 핸즈도 굉장히 멋스럽다. 이 시계에는 블랙과 화이트 그 외에 그 어떤 컬러도 없다. 데이트 창도 오히려 생략했다면 더욱 완벽한 디자인이 됐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6시에 배치됐으니 다행이다.

기능보다 다시 강조한 디자인

또 하나의 변화로는 크로노그래프 버튼의 위치 변경이다. XL 모델과 달리 케이스 오른쪽 크라운 아래위의 정석적인 위치로 다시 이동했으며, 크라운 가드와 케이스 모서리의 커브라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모습으로, 전혀 이질감이 없도록 설계했다. 시계를 정면에서 보든, 옆면에서 보든 위에서부터 베젤, 미들케이스, 크로노그래프 버튼까지 세 개의 층이 굉장히 입체적이고 멋스럽다. 사실 베젤 역시 개인적으로는 과거의 사각형 프레임을 선호하는데, 특히 크로노그래프는 다이얼이 이토록 복잡해지니, 하나의 흐름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현재의 베젤 디자인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이처럼 디자인적인 변화와 크로노그래프의 버튼 위치가 바뀐 걸 제외하고, 기존 모델이 갖추고 있던 디테일들은 당연히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도구 없이 브레이슬릿과 러버스트랩을 직접 교체할 수 있도록 러그 엔드피스에는 퀵스위치가 있고, 브레이슬릿 링크 역시 안쪽 끝에 있는 작은 버튼을 누르면 그대로 핀이 튀어나와 분해·조립이 가능한 스마트링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두 가지 기능 모두 내부에 스프링 장치로 굉장히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스마트링크는 툴 없이 가능은 하지만 손톱이 짧은 남자 분들이라면 사실 손가락으로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필자는 금속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나무 이쑤시개를 애용한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막혀 있는 케이스백 정도일까. 글라스백을 사용해 기왕이면 무브먼트가 보이고, 조금이나마 더 가벼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러나 사각 프레임에 원형 글라스를 적용하자니 아마 여러 문제가, 특히 디자인적으로 난항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또 몇 년이 지나 다음 세대의 산토스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케이스백에도 뭔가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산토스의 완성

세상에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정말 많지만, 사각형 크로노그래프는 정말 드물다. 물론 레이싱 크로노그래프의 아이콘 모나코와 사각 시계의 대명사 벨앤로스가 있지만, 특유의 스포티한 느낌과 너무 각진 모서리가 부담스러운 분들도 많을 터다. 굳이 산토스 크로노그래프의 경쟁 모델을 찾자면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세븐티즈 크로노그래프 정도가 생각난다. 만약 남들과 다른 크로노그래프를 찾고 싶다면, 그렇지만 럭셔리 워치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포기할 수 없다면 다운사이징한 새로운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LM은 정말 멋진 선택지가 될 것이다.

게다가 이 시계의 등장은 단순히 컬렉션에 작은 모델이 추가됐다고 끝낼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 폭발적으로 성장한 럭셔리 워치 시장은 다시금 손목 위의 비율과 착용감 그리고 절제된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지름 36~39mm 남성 시계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 애초에 작고 유니섹스 스타일의 시계가 많은 까르띠에는 그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태생부터 시대를 앞서 나간 최초의 손목 시계 산토스는 2000년대 대형 케이스의 유행과 함께 산토스 100이란 이름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스포츠 워치로 재탄생했고, 2019년 등장한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XL은 이런 대형 산토스의 후예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시계가 다시 차분해지는 요즘의 분위기 속에서 이번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LM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모델이자, 언제나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까르띠에의 상징적인 스포츠 워치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은 순간이다.   

상세 정보
  • 크기 :
    39.8 x 47.5mm
  • 두께 :
    11.6mm
  • 소재 :
    옐로우 골드, 옐로우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 스테인리스 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10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옐로우 골드, 옐로우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 다이얼 :
    실버
  • 무브먼트 :
    1904-CH MC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시, 분, 초, 날짜, 크로노그래프
  • 시간당 진동수 :
    28,800vph(4Hz)
  • 파워리저브 :
    47시간
  • 가격 :
    옐로우 골드 문의, 옐로우 골드와 스테인리스 스틸 2830만원, 스테인리스 스틸 227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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