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디낭 베르투(Ferdinand Berthoud)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제네바 워치 데이즈 2025에서 엄청난 대작을 공개했다. 네상스 뒤느 몽트르 3 (Naissance d’une Montre 3)는 하나의 시계를 뛰어넘어, 전통과 미래를 잇는 거대한 문화적·기술적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6년에 걸쳐 80여 명의 장인이 투입된 이 타임피스는 디지털 장비 없이 오직 전통 공구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으며, COSC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획득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네상스 뒤느 몽트르(Naissance d’une Montre, 시계의 탄생)’ 프로젝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임 이온(Time Æon) 재단이 2012년 공식 발표한 ‘네상스 뒤느 몽트르’는 산업화와 자동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적인 워치메이킹 장인 기술을 보존하고 교육하기 위한 공동 워치메이킹 프로젝트다. 첫 번째 작품은 2015년, 두 번째 작품은 2021년에 제작되었으며, 페르디낭 베르투의 신제품은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다양한 워치메이커들이 협업한 기존 프로젝트와 달리 네상스 뒤느 몽트르 3는 페르디낭 베르투와 쇼파드 장인들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1806년 장 마르탱(Jean Martin)이 제작한 페르디낭 베르투의 천문학 포켓 워치 No.3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유산을 바탕으로 페르디낭 베르투와 쇼파드 그룹의 장인들은 플러리에(Fleurier)와 메헝(Mehuns)의 아틀리에에서 1950~60년대 기계 공구들을 다시 모아 전통 공방을 꾸렸다. 설계, 주조, 기계 가공, 장식까지 모든 부품의 제작 과정은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무브먼트는 총 747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며, 이 중에서 체인 부품에만 477개의 파츠가 사용되었다.
칼리버 FB-BTC.FC는 ‘퓨제 앤 체인(fusée-and-chain) 트랜스미션’과 ‘스플릿 바이메탈릭 열 보상 밸런스’를 결합했다. 밸런스는 192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샤를-에두아르 기욤의 아이디어에 기반한 것으로, 두 가지 금속(인바, 브라스)을 붙여서 온도 변화에 따른 진동 주파수 편차를 상쇄하는 고전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172mm 길이의 체인은 477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직경 0.3mm 이하의 핀 191개가 모두 수작업으로 조립된다. 배럴에는 브레게 전통에 기반한 직결식 스톱워크와 폴 메커니즘이 더해져 안정적인 동력을 제공한다.
한편 이 시계는 페르디낭 베르투 최초로 무브먼트 전체 구조를 다이얼 측면에 완전히 드러낸 모델이기도 하다. 오픈워크 다이얼의 1~2시 방향에는 시·분 카운터가, 중앙에는 열처리 블루 처리한 세컨드 핸드가 자리한다. 시계 앞면으로 배럴, 퓨제, 스플릿 바이메탈릭 열 보상 밸런스,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두 개의 다이아몬드 엔드스톤을 갖춘 밸런스 브리지까지 모두 눈앞에 펼쳐지는데, 마치 시간·역사·기술의 기록을 엿볼 수 있는 한 권의 고서(古書)를 연상시킨다.
전통 공구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칼리버 FB-BTC.FC는 최신 무브먼트와 동일한 정밀 기준을 충족시키며 COSC 인증까지 획득했다. 밸런스 스프링은 한 명의 타이머(timer) 전문가가 블루 처리, 커팅, 중심 맞춤까지 모두 직접 제작해 완성한다. 각 부품의 디테일은 6.7배 확대 렌즈로 검수되며, 무브먼트 장식 역시 페르디낭 베르투의 다른 컬렉션과 동일한 수준으로 완성되었다.
직경 44mm, 두께 13mm의 케이스는 곡선형 측면, 넓고 홈이 새겨진 크라운, 돔형 글라스, 오목한 베젤, 용접된 웰디드 러그를 갖추고 있다. 이 디자인은 전통 수작업 도구로 구현하기 어려웠으나, 쇼파드 그룹에서 주얼리 제작에 사용하는 로스트 왁스 캐스팅과 미세 가공 기술로 이를 완성했다고 한다. 모든 마감은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며, 케이스백에는 페르디낭 베르투의 제자이자 조카인 루이 베르투의 격언 “AU TEMPS QUI INSTRUIT(시간, 위대한 스승에게)”를 새겼다.
가죽 스트랩 역시 원피 선택부터 스티칭까지 전통 방식으로 완성되며, 화이트 골드 핀 버클 또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프레젠테이션 박스는 18세기 페르디낭 베르투의 저작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로, 두 권의 거대한 책 모양으로 구성된다. 시계 외에도 보증서, 크로노미터 인증서, 가죽 파우치, 수작업으로 만든 925 실버 소재 돋보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네상스 뒤느 몽트르 3는 단 11점만 제작된다. 그중 첫 번째 스틸 모델은 2025년 11월 필립스(Phillips)와 박스 & 루소(Bacs & Russo)의 공동 경매에 출품되며, 이후 2026년부터 매년 2점씩 화이트 골드 케이스 모델이 제작될 예정된다. 경매 수익금 일부는 워치메이킹 지식 보존과 전수에 사용된다.
-
- 크기 :
- 44.3mm
-
- 두께 :
- 13mm
-
- 소재 :
- 18K 화이트 골드
-
- 유리 :
- 사파이어 크리스털
-
- 방수 :
- 30m
-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 수작업 스티칭 악어가죽 스트랩
-
- 다이얼 :
- 18K 화이트 골드 다이얼
-
- 무브먼트 :
- 칼리버 FB-BTC.FC
-
- 방식 :
- 매뉴얼 와인딩
-
- 기능 :
- 시, 분, 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
- 시간당 진동수 :
- 21,600vph
-
- 파워리저브 :
- 약 50시간
-
- 가격 :
- 850,000스위스프랑
-
- 수량 :
- 11개 한정(스틸 모델 1개는 경매 출품)
로그인하거나 가입하여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