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OCCA

돌로 시계를 제작하는 획기적인 발상은 10년만인 1985년에 처음 결실을 맺었다. 불안정한 소재를 시계로 탈바꿈하는 특수한 기계 및 도구를 제작하고 그에 맞는 공정을 준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다. 락워치는 출시와 동시에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스위스를 상징하는 요소, 자연과 시계를 대담한 디자인으로 녹여낸 것이 주효했다. 

락워치의 성공에 고무된 티쏘는 전세계적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1985년 스위스에서 홍콩으로 운송한 무게 5톤에 달하는 화강암 블록을 스위스 조각가 펠리체 보티넬리에게 의뢰했다. 그가 완성한 높이 약 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시계 조각은 홍콩 구룡의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에서 공개됐다. 1986년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엑스포 86의 브리티시 컬럼비아관 외부에 스위스 알프스에서 채굴한 화강암과 브리티시 컬럼비아산 옥으로 제작한 락 클락(Rock Clock)을 설치하기도 했다.

락워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티쏘는 자연의 보석(Jewels of Nature)이라는 컬렉션을 신설했다. “자연이 만들고 티쏘가 빛내다” 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자연의 보석 컬렉션은 새로운 광물을 이용한 다양한 시계로 구성됐다. 호주산 그레이 화강암, 호주산 스노우플레이크, 호주산 레드 화강암, 어벤츄린, 현무암, 블루 레이스 아게이트, 블루 라피스, 블루 브라질, 노를란트산 화강암, 칼라하리 사막의 재스퍼, 마그네사이트, 파라디소, 핑크 쿼츠, 핑크 로도나이트, 쿼츠자이트, 소달라이트, 스트로베리 쿼츠 등 다양한 광물이 시계의 재료로 쓰였다. 

새로운 락워치는 융프라우에서 가져온 화강암으로 제작했다.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화강암을 지름 38mm 케이스로 다듬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융프라우 터널 보수 공사 과정에서 발견한 커다란 화강암 블록을 공방으로 옮겼다. 이후 밀링 작업으로 원통형으로 가공한 뒤 더 작은 조각으로 절단해 내부 응력을 줄였다. 이는 후속 가공 단계의 작업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오리지널 락워치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원석을 가공하는 업무는 40년전 최초의 락워치를 제작했던 장인들에게 맡겼다. 본래 제작 과정의 진정성과 정통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티쏘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화강암 덩어리는 점차 형태를 갖추고, 지름이 38mm가 될 때까지 다듬는다. 세심한 연마 과정을 거친 화강암은 정밀하게 제어한 압력과 연마제를 사용해 표면을 매끄럽고 균일하게 만든다. 마이크론 단위의 정밀도를 갖춘 도구로 외형을 조각한다. 모든 조각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검수한다. 

돌을 파내는 작업은 전체 제작 과정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게 이루어진다. 무브먼트를 장착하기 위해 기술자들은 정밀하게 가운데 부분을 조각한다. 무브먼트를 단단히 고정하고 케이스백을 지탱하기 위해 케이스 내부에 스틸 컨테이너를 장착한다. 이후 부드러운 실리콘 스탬프를 사용해 로고를 화강암 표면에 정교하게 전사한다. 

무브먼트를 컨테이너 안에 조립한 다음 바늘과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설치한다. 니켈 도금한 황동 바늘은 화강암 표면을 따라 미세하게 구부린다. 무반사 코팅 처리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화강암의 정교한 디테일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준다. 끝으로 ‘융프라우에서 가져온 진짜 돌’ 및 융프라우의 해발고도 4,158m 문구와 고유 번호를 새긴 케이스백을 케이스에 나사로 고정하고 브레이슬릿을 연결한다. 

화강암 케이스 내부에는 가볍고 정확한 쿼츠 무브먼트가 들어 있다. 케이스에 연결된 검은색 가죽 스트랩은 화강암 케이스와 멋진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돌아온 티쏘의 락워치는 화강암 덩어리를 형상화한 박스에 담겨 제공된다. 999개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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