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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라 꿰뜨 뒤 떵

계몽주의 시대 그리고 시간에 대한 인류의 경외심을 담은 역작

  • 이재섭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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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라 꿰뜨 뒤 떵
Vacheron Constantin La Quete du Temps

올해로 창립 270주년을 맞이한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이 메종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라 꿰뜨 뒤 떵(La Quete du Temps)을 공개했다. 고급 시계 제작과 예술 그리고 불굴의 장인 정신을 한데 모은 이 경이로운 오토마통 클락은 시계사에 큰 족적을 남길 위대한 걸작으로 등극할 듯하다. 계몽주의 시대와 시간에 대한 인류의 경외심에 바치는 찬사로 가득한 이 시계는 기술과 철학 그리고 예술을 융합해 시계 제작을 문화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라 라 꿰뜨 뒤 떵은 함께 선보인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더 퀘스트 오브 타임 손목시계에도 영감을 주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CEO 로랑 퍼브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자부심과 감동은 창작의 자유와 열정에서 비롯하며, 이는 탁월함과 혁신을 향한 끝없는 도전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7년에 걸친 노력이 집약된 이 전례 없는 협업 프로젝트는 인류와 우주를 하나로 잇는 놀라운 오브제이자 하나의 문화적·예술적 선언과도 같은 메카니크 다르(mecanique d’art)를 탄생시켰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늘 그러했듯이 독보적인 메티에 다르 손목시계에도 영감을 불어넣었다.” 라고 소감을 밝혔다. 

라 꿰뜨 뒤 떵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산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이전에 제작했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2005년 메종 설립 25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소아 주노와 공동 제작한 시크릿 클락 레스프리 데 캐비노티에(L’Esprit des Cabinotiers), 1933년의 아르데코 탁상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2015년에 제작한 아르카 시계, 2017년에 출시한 메티에 다르 코페르니쿠스 천구 시리즈 워치 등을 교본으로 삼았다. 아울러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왕실의 의뢰로 제작한 클락도 면밀히 살펴봤다. 또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장기 중 하나인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문페이즈 디스플레이 외에도 날짜, 다이얼 앞면과 뒷면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다이얼과 돔 아래의 시간 및 분은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구현했다. 1920년대 말에 제작한 브하 엉 레흐(bras-en-l’air) 회중시계의 설계를 시간을 표시하는 오토마통의 제스처에 반영했다.

 

라 꿰뜨 뒤 떵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거장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이는 오래 전 고급 시계를 생산하는 전통 방식인 에타블리사주(Etablissage)를 계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오토마통은 세계 최고의 오토마통 제작자로 인정받는 프랑소아 주노(Francois Junod)가 맡았고, 하이엔드 클락 메이커 레페 1839(L’Epée 1839)가 클락의 메커니즘과 외관을 담당했다. 제네바 천문대의 천문학자들은 라 꿰뜨 뒤 떵에 담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장인들은 예술 공예 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라 퀘뜨 뒤 떵은 돔, 천문 클락, 베이스까지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살펴볼 상단에는 천구와 황금빛 태양으로 장식한 유리 돔이 있다. 유리 돔 안에는 마치 우주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천문학자 오토마통이 자리한다. 오토마통의 앞에 놓인 반원형 평면에는 구 형태의 부품을 이용한 3차원 레트로그레이드 문페이즈가 있다. 문페이즈는 29.5일을 주기로 작동한다. 오토마통의 발치에는 낮과 밤을 표시하는 고리가 교차한다. 오토마통의 양쪽에는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곡선형 아워 및 미닛 스케일이 놓여 있다. 시는 로마 숫자로, 분은 5분 단위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했으며, 숫자는 무작위로 배열했다. 

지름이 40cm에 달하는 유리 돔은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견고하게 지지되어야 하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천구를 연상시키는 아치형 지지대를 제작해 천문학과 기술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유리 돔 내부에 스케일을 매달아 시간을 표시하는 아이디어 역시 어려운 과제였다. 가벼우면서도 강도와 정밀성을 갖춘 부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티타늄 합금 가루를 소결하는 공정에서 해결책을 찾은 끝에 미세하고 견고한 구조물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마치 인간처럼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오토마통을 제작했다. 이를 위해 손과 머리가 매끄럽고 유려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많은 동작을 구현해야 했기 때문에 작업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오토마통이 12시간을 표시해야 하고, 12개의 5분 단위를 합산해 나타내기 위해서는 도합 144가지의 서로 다른 동작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158개의 캠으로 이루어진 메커니즘을 개발했고, 기계식 시간 메모리를 이용해 클락에 연결했다. 오토마통의 동작에 맞춰 멜로디를 재생하는 메커니즘도 개발했다. 또한, 작동 시 소음을 없애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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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마통은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해 조각했다. 먼저, 수작업으로 조각한 점토 틀에서 시작해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복잡한 관절 구조를 8개 부분으로 나누어 청동으로 주조했다. 높이 약 28cm의 청동 소재의 오토마통은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한 8개의 관절을 가지고 있다. 청동 주조 작업을 끝낸 오토마통은 주얼리를 다루는 것처럼 섬세하게 조립하고 마감했다. 전신에는 별자리를 타이유 두스 기법을 동원해 수작업으로 인그레이빙했다. 거대한 천구는 전부 미니어처 페인팅으로 완성했다. 장인들은 사전에 준비한 디자인이나 기계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작품 전체를 손으로 그렸다. 유리 안쪽에 그려야 했기 때문에 별자리를 반전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었지만 훌륭하게 완수했다. 작업 자체의 복잡성은 차치하더라도 일체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작업이기에 페인팅은 착수에 앞서 6개월간의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쳤다. 페인팅에 소요된 시간은 3주나 된다. 

오토마통은 총 1분 30초에 걸쳐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오토마통은 필요에 따라 작동시킬 수 있으며, 최대 24시간 전까지 언제든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다. 오토마통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음악은 바쉐론 콘스탄틴과 수년간 협업해 온 뮤지션이자 아티스트 디렉터 우드키드(Woodkid)가 작곡했다. 첫 번째 시퀀스는 소리와 함께 오토마통이 깨어난다. 오토마통은 주변을 살피고 발치에 놓인 낮/밤 인디케이터를 향해 손을 움직인다. 이후 손을 앞으로 내밀어 달을 가리키고, 달의 이동 경로를 보여준다. 오토마통이 원래 위치로 돌아오면 첫 번째 시퀀스가 종료된다. 또 다른 소리가 두 번째 시퀀스의 시작을 알린다. 오토마통은 하늘의 별을 가리키고, 시선은 제스처를 따라 움직인다. 동작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음악은 계속 흘러나온다. 음악이 끝나면 오토마통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처음 두 시퀀스는 오토마통이 활성화될 때마다 항상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시간을 가리키는 세 번째 시퀀스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오토마통의 제스처가 달라진다. 시와 분 스케일의 숫자가 무작위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리 돔에는 북반구에서 바라본 하늘이 그려져 있으며, 황도면(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의 궤도를 연결한 평면)을 따라 배치된 별자리(사자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오리온자리, 큰곰자리, 작은곰자리)를 새겼다. 별자리는 바쉐론 콘스탄틴 설립일인 1755년 9월 17일 제네바의 하늘에 떠오른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장-마크 바쉐론이 첫 번째 견습생인 에제 장 프랑수아 에티에(Esaïe Jean François Hetier)와 고용 계약을 맺은 오전 10시에 나타난 별자리와 별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스위스 베르수아(Versoix)에 있는 제네바 천문대의 천문학자들과 협력했다.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천문대 중 하나로 인정받은 이 기관은 태양계 밖의 행성을 발견하고 항성 진화 모델을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천문학자들은 1755년 9월 17일 오전 10시에 제네바 하늘에서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관측됐고, 태양과 목성이 보기 드문 합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까지 발견해냈다. 

 

라 퀘뜨 뒤 떵의 중심부에는 시그니처 컴플리케이션과 두 개의 다이얼로 이루어진 천문 클락이 자리한다. 네 겹의 미러 락 크리스탈 레이어로 이루어진 전면 다이얼은 호와 원 그리고 곡선을 이용해 안정적인 대칭 구조를 완성해 뛰어난 가독성을 선사한다. 위쪽에는 메종의 시그니처인 말테 크로스 형태로 가공한 투르비용이 있다. 투르비용 창은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15일 파워리저브를 표시하는 레트로그레이드 디스플레이는 다이얼 바깥쪽 가장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란색 라피스 라줄리와 흰색 문스톤으로 그러데이션 처리해 직관적으로 잔여 동력을 알려준다. 투르비용 오른쪽에 있는 작은 창은 윤년을, 10시와 2시 방향에 있는 사각형 창은 요일과 월을 표시한다. 아래쪽에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로 베젤을 장식한 24시간 인디케이터가 있다. 태양과 달의 모습을 합쳐 놓은 듯한 조각은 수작업으로 인그레이빙했으며, 선레이 패턴을 기요셰로 구현한 디스크 위에 설치했다. 낮과 밤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낮은 흰색으로, 밤은 파란색으로 래커 처리했다. 숫자가 적힌 사파이어 크리스털 디스크 위를 지나가는 작은 원을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24시간 디스플레이의 양쪽에 위치한 두 개의 파란색 바늘은 일출과 일몰 시간을 표시한다. 그 아래쪽에는 락 크리스탈 인레이와 골드로 만든 숫자를 이용한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디스플레이가 있다. 금을 수작업으로 인그레이빙해 완성한 작은 태양 모양의 포인터는 반원형 스케일을 따라 이동하다가 월이 바뀌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다이얼의 가장자리에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시간과 분을 표시하는 반원형 디스플레이가 위치한다. 유리 돔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는 로마 숫자로, 분은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한다. 

 

테두리를 바게트 컷 문스톤 마퀘트리 기법으로 장식한 후면 다이얼에는 별자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북반구의 천구를 그려 놓았다. 게다가 후면 다이얼을 통해 항성일도 측정할 수 있다. 지구가 별을 기준으로 한 바퀴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태양을 기준으로 한 바퀴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항성일은 표준시를 정의하는 24시간 달력보다 약 4분 정도 더 짧다. 하늘에 고정된 별의 위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지구가 완벽하게 한 바퀴 자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 즉 항성일은 23시간 56분 4초다. 미네랄 글라스로 제작한 스카이 차트 다이얼은 항성일에 맞춰 한 바퀴 회전한다. 파란색 타원은 땅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에 해당한다. 위쪽에는 파란색 바늘을 이용해 파워리저브를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한다. 가장 안쪽에 있는 동심원은 월을, 가운데에 있는 동심원은 계절과 춘분 및 추분을, 바깥쪽 동심원에는 황도 12궁에 해당하는 조각물을 배열했다. 

라 퀘뜨 뒤 떵을 지탱하는 하부에는 라피스 라줄리를 배경으로 태양계를 묘사한 2단 구조물이 있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은 엄선한 장식용 하드 스톤 카보숑으로 표현했다. 지구는 푸른 행성을 닮은 아주라이트, 화성은 레드 제스퍼, 목성은 실제 목성의 흐린 대기를 연상시키는 크레이지 레이스 마노, 수성은 실제 수성의 색을 연상시키는 실버 옵시디언으로 표현했다. 각 행성의 이름은 화이트 마더 오브 펄 인레이로 정교하게 새겼다. 두 가지 색상의 마더 오브 펄 인레이를 통해 별을 뿌려 놓은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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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퀘뜨 뒤 떵은 2025년 9월 17일부터 11월 12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리는 메카니크 다르(Mecaniques d’Art)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라 퀘뜨 뒤 떵은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2점의 작품과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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