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하이엔드 독립 시계 브랜드 로랑 페리에가 한국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피니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워치메이킹 클래스다.
2009년 동명의 워치메이커가 설립한 로랑 페리에는 한국에도 2022년에 진출한 젊은 브랜드다. 하지만 창립자의 놀라운 경력과 심미안을 바탕으로 설립한 브랜드답게, 고전적인 디자인과 고급 기계식 시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피니싱으로 단기간에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며 수많은 컬렉터를 확보했다. 앞서 한국 진출 시기를 언급한 이유도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많은 고객과 팬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로랑 페리에의 한국 정식 수입사인 컬렉터스 하우스 청담 부티크에서 9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진행된 ‘핸드 피니싱 워크숍(Hand Finishing Workshop)’은 사전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참가자들이 직접 부품을 가공하는 실습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부품 역시 브랜드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에 사용하는 로터의 실제 메스 브리지이며, 게다가 모든 진행은 본사에서 함께 방문한 워치메이킹 헤드 바질(Basile)이 직접 이끌었다. 로랑 페리에의 워치메이킹 철학과 노하우를 직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였던 셈이다.
순서는 크게 세 단계다. 먼저 원형 파트의 한쪽 면에 두 줄의 페를라주를 새겨 넣었다. 오른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아 내려 적당한 압력으로 원형 패턴을 새기고, 왼손으로는 회전 디스크를 잡아 한 칸씩 옆으로 이동시키며 섬세한 회전을 줘야 하는 작업이다. 압력이 부족하거나 과하면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고, 또한 매번 동일한 힘을 유지하지 않으면 애초에 균일한 패턴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동일한 회전을 주지 못할 경우도 마찬가지. 화려한 스트라이프 피니싱이나 섬세함의 극치인 앙글라주에 가려져 있지만, 숨겨진 플레이트에서 고급 시계의 완성도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법이 바로 이 페를라주다.
이어서 반대쪽 표면에는 원형 무늬를 만드는 세르클라주(Cerclage), 영어로 서큘러 그레이닝(Circular Graining)이라 불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로 기어나 배럴 등 원형 부속에 사용하는 기법이다. 한 손으로는 사포를 붙인 나무토막을 단단히 붙잡아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는 파트를 올린 핸들을 돌리는 상당히 전통적인 방식이다. 의외인 점은 어차피 단순하게 고정된 방식이라 힘만 세게 주면 완성할 수 있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이것도 역시 적당한 압력과 균일한 회전이 적용되지 않으면 원의 안쪽에서 바깥쪽까지 고른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작업은 주얼 세팅이었다. 최신 장비를 도입한 대형 브랜드들은 주얼 세팅을 자동 머신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전통적인 방식은 핸즈 조립과 비슷하다. 주얼을 정확한 위치에 놓고, 수동 토크 측정이 가능한 장비를 이용해 눌러주면 된다. 참고로 주얼은 무브먼트에서 베어링 역할을 하는 인조 루비로, 마모에는 강하지만 굉장히 얇아 힘의 방향을 조금만 잘못 받아도 쉽게 파손된다. 실제로 이번 피니싱 워크숍에서도 툴과 루비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거나 토크를 과하게 줘서 깨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필자는 한번에 제대로 조립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완성 후 루페로 보니 미세한 금이 생겨 있었다.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가 직접 다듬어 만든 부품에 매듭을 엮어 팔찌로 제공한 것이다. 아마 익숙하지 않은 작업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겠지만,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각자의 손길이 담긴 하나뿐인 기념품은 브랜드의 정성과 워치메이킹에 대한 경의를 고스란히 전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롭게도 이 행사로부터 불과 사흘 전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랑 페리에가 참가한 시계 박람회 제네바 워치 데이즈가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브랜드의 세일즈 헤드 로버트(Robert)는 박람회가 끝나자마자 한국으로 넘어온 셈이다. 현장 취재를 갔던 우리와도 불과 며칠만에 다시 만났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국이 아직 판매량 기준으로는 1,2위를 차지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규모에 비해 놀라운 성과와 빠른 성장 속도 덕분에 이제 로랑 페리에 본사 차원에서도 더 큰 지원과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라는 했다. 이번 행사 역시 이틀간 진행된 덕분에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컬렉터스 하우스의 기존 고객뿐 아니라 한국 워치 커뮤니티의 애호가들까지 참여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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