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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feat. WATCHR/X)

영원히 깨질 수 없는, 근데 지갑이 깨지는

  • 이상우
  • 202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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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feat. WATCHR/X)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어요(Waited so long to break these walls down).”
- <K-Pop Demon Hunters> OST ‘Golden’ 중에서

나는 아직 금시계를 사본 적이 없다. 베젤에 금이 살짝 묻어 있는 다이버 워치를 사본 적이 있긴 하지만 케이스 전체가 금으로 된 시계는 아직 질러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금시계를 사려면 동일한 스틸 시계 가격의 2배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디자인이나 무브먼트가 완전히 동일한데, 단지 소재가 다르다는 이유로 2배를 지불한다고? 그럴 바에는 다른 스틸 시계 하나를 더 사고 말지. 이런 지극히 ‘시덕’스러운 생각을 했더랬다. 당시에는 그게 합리적인 소비라고 고개를 끄덕거렸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미 시계라는 취미 자체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영역이었다. 다이어트하려는 사람이 고깃집에 들어가서는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먹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골드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였다. 그러니까 조금만 먹어도 뱃살이 나오고, 손목에 근손실이 발생하고, 가까이 있는 글씨가 잘 안 보이고, 새로운 것에 그다지 흥분하지 않게 된 바로 그 시점 말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면서 나는 해마다 노티나는 에겐남이 되어 갔다. 묵직한 맛에 착용하던 스포츠 워치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점점 얇고 가벼운 시계에 눈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반짝이는 황금색이 좋아졌다. 누가 그랬던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금이 좋아진다고. 젊을 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도 정규분포 안의 평범한 인간이었다. ‘역시, 쭈글쭈글한 피부에는 반짝이는 스틸보다 조금 빛바랜 골드가 어울리지!’, ‘그래,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골드 드레스 워치야!’ 뭐 이런 망상 속에서 금통 드레스 워치를 사겠다며 거의 A4용지 한 페이지에 달하는 위시 리스트를 만든 적도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만큼 골드 워치는 임금근로자인 나에게 심리적 금빛 장벽이었다. 

  • 한때 위시 리스트에 있었던 리베르소 클래식 핑크 골드

자산으로서의 금

한동안 멀리했던 금시계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금 한 돈의 판매 가격이 100만 원에 근접했다는 뉴스를 듣고 최근 몇 년간 금 시세 차트를 확인하니 그 상승 곡선이 우주로 날아갈 기세다. 2025년에만 대략 65% 정도 급등했다고 한다. 강남 3구 아파트가 2025년 한 해 동안 평균 10% 중반 정도 상승했으니 실물 자산 중에서는 상위권의 수익률을 거둔 셈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각 국가가 경쟁적으로 돈을 찍어내고 현금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주식, 코인, 부동산, 원자재 등 모든 자산이 소위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금은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 고금리와 저성장, 통화 가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또 한 번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록 주식이나 채권처럼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지만 금은 가치를 저장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수천 년 전부터 그러했고,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이번 상승 랠리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화폐와 가상자산이 확산될수록 오히려 금의 존재감이 더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며, 심지어 디지털 시스템이 붕괴되어도 살아남는 실물 자산. 금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더 강한 설득력을 갖게 된다. 움베르트 에코는 『책의 우주』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서 디지털 시스템은 물론, 종이책조차 사라진다면, 결국 마지막에 후손들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돌에 새긴 문자뿐이라고 했다. 아마도 자산 시장에서는 금이야말로 ‘돌에 새긴 문자’가 아닐까 싶다. 

과거 30년 금 가격 추이

자산으로서 금의 가장 큰 장점은 금융자산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은 가치가 변하지 않으면서 공급이 한정된 실물자산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금융 시스템의 붕괴 등 여러 위기 상황에서 자산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대체로 달러가 약세일 때 금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고, 그 반대도 종종 관찰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금을 넣어두라고 권한다. 

어쨌든 치솟은 금 시세 차트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자산 포트폴리오에는 (시계를 포함해) 금 자산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미칠 듯이 상승한 금 가격은 결국 내가 그동안 월급으로 받은 화폐(원화)의 가치가 박살이 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한 통화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위험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금을 조금이라도 사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렇다면 금시계는 취미생활과 ‘초장기적인’ 화폐가치 방어라는 측면에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라는 이상한 행복회로를 돌렸던 것. 물론 투자만을 위해서라면 그 돈으로 금시계가 아니라 금을 사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그냥 금이 아니라 시간을 알려주는 금을 갖고 싶다. 금 현물 ETF는 자산 방어는 가능하지만 손목에 착용하면서 감상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스마트폰 주식 앱으로 숫자를 감상할 수는 있겠다) 마침 강남 중고샵에서 잘 팔리지 않는 오래된 금시계들이 최근 폭등한 금값 때문에 용광로에서 녹여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려왔다. 그래, 아무리 기계식 시계가 영원을 꿈꾼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건 금이구나!

모든 것이 녹아내린 다음, 최후에 남는 것은 결국 금이다.

왜 금과 시계는 한통속인가?

금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랑해온 물질이다. 수천 년 전의 유적에서도 금은 장식품, 권력의 상징, 신성한 물질로 등장한다. 금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영원성’이다. 금은 철이나 구리와 달리 녹슬지 않고, 공기와 물에도 변하지 않으며,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이 변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금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시간과 죽음을 초월하는 이미지로 소비되었다. 물리적으로도 금은 꽤 독특하다. 순금은 손으로도 늘릴 수 있을 만큼 연성이 뛰어나고, 극도로 얇은 금박으로 펼칠 수도 있다. 동시에 희소하고, 채굴량이 제한적이며, 무엇보다 인공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 과거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희소성, 불변성, 가공성이라는 신성한 ‘삼위일체’ 덕분에 금을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물질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시계는 금과 매우 상성이 좋은 소재다. 시계가 시간을 담는 그릇이라면, 골드 케이스만큼 좋은 그릇도 없을 것이다. 금은 가공이 쉽고 마감을 했을 때 매우 아름답다. 폴리싱, 새틴 피니싱, 앵글라주 같은 시계의 표면 피니싱이 가장 풍부하게 살아나는 금속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금은 ‘변함없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물질’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형태와 가치가 유지되는 이 소재는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기계식 시계의 가치와 정확히 일치한다. 

역사적으로도 기계식 시계, 특히 휴대가 가능한 포켓워치는 귀족과 부유층을 위한 사치품이었고, 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에서 신분과 재력을 보여주는 장신구로 바뀌는 과정에서 시계에 금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는 골드 케이스에 인그레이빙은 물론, 보석을 세팅하거나 에나멜링 기법을 적용하는 것이 고급 시계의 기본 덕목이었다. 이러한 전통은 손목시계 시대에도 계속 이어졌고, 저렴한 스테인리스 스틸 워치가 대중화되면서 골드 워치는 상대적으로 고급 시계의 대명사가 되었다. 

금으로 제작한 바쉐론 콘스탄틴 빈티지 포켓 워치

골드 프리미엄

금값은 동일하지만 금시계의 가격표는 각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는 같은 모델이라도 골드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골드 프리미엄 역시 브랜드의 급을 정확히 반영하는 셈이다. 사실 금값이 치솟기 전만 해도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1,000만 원 정도,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는 2,000만 원 정도를 추가로 지불하면 골드 워치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 차이가 꽤 벌어졌다. 예를 들어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스키퍼의 경우 스틸은 1,100만 원대, 골드는 3,400만 원대로 2,200만 원의 차이를 보인다. 피아제의 폴로 데이트 러버 스트랩 모델은 스틸이 1,900만 원대, 골드가 5,000만 원대다. 거의 3,000만 원 정도의 차이다. 이 차이는 전체적인 시계 가격 인상률보다 좀 더 높은 상승률이며, 최근 급등한 금 시세가 시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계의 절대 가격이 높아질수록 골드 프리미엄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다. 리차드 밀 같은 경우 시계 자체의 절대 가격이 높기 때문에 소재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이쯤 되면 금은 그저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현재 주요 럭셔리 브랜드 대표 모델의 골드 프리미엄을 정리했다. 블랑팡과 IWC의 골드 프리미엄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눈에 띈다.

브레게 마린 5517
골드: 5,038만 원
티타늄 2,909만 원
골드 프리미엄: 2,129만 원

피아제 폴로 데이트
골드: 5,000만 원
스틸: 1,930만 원
골드 프리미엄: 3,070만 원

블랑팡 빌레레 트리플 캘린더
골드: 4,445만원
스틸: 2,517만원
골드 프리미엄: 1,928만원

IWC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골드: 2,900만 원
스틸: 1,290만 원
골드 프리미엄: 1,630만 원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스키퍼
골드: 3,419만 원
스틸: 1,107만 원
골드 프리미엄: 2,312만원

노모스 루드빅
골드: 8,700유로(약 1,500만 원)
스틸: 2,100유로(약 350만 원)
골드 프리미엄: 약 1,150만 원

론진 마스터 컬렉션
골드: 1,480만 원
스틸: 350만 원
골드 프리미엄: 1,130만 원

브레게 마린 5517

피아제 폴로 데이트

블랑팡 빌레레 콴티엠 컴플리트

IWC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스키퍼

노모스 루드빅

론진 마스터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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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시간을 담는 그릇이라면, 골드 케이스만큼 좋은 그릇도 없을 것이다.
하이엔드 골드 드레스 워치

‘금시계’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델은 단연 롤렉스 데이데이트다. 요일과 날짜를 함께 표시하는 이 시계는 출시 초기부터 오직 골드 케이스로만 제작되었고, ‘프레지던트 워치’라는 별명처럼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스틸 워치의 대명사로 ‘로열 오크’나 ‘서브 마리너’를 떠올리는 것처럼 골드 워치에서는 자연스럽게 ‘데이데이트’가 연상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골드 워치는 가죽 스트랩을 체결한 얇은 드레스 워치다.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착용하는 골드 워치 특성상 나이가 들어서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으려면 일단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금시계를 매일 데리고 다닐 생각도 없다. 정장을 입거나 중요한 일이 있는 날에 나를 빛나게 하는 시계로 간간히 활용할 것 같다. 그런 용도라면 역시 가죽 드레스 워치가 딱이다. 굳이 많은 컴플리케이션을 담을 필요도 없다. 다이얼의 요소가 적을수록 금이라는 소재가 더 돋보일 테니 말이다.

롤렉스 데이데이트

하이엔드 빅5 중에서 고른다면 파텍 필립의 칼라트라바, 바쉐론 콘스탄틴의 트래디셔널 혹은 패트리모니, 랑에 운트 죄네의 삭소니아, 브레게의 클래식 모델 정도일 거다. 일단 파텍 필립(Patek Philippe)에서 카탈로그의 모든 모델을 쌓아두고 아무거나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5370R(Grand Complications 5370R)을 고르겠다. 브라운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에 베이지 상플레 에나멜 서브 다이얼이 로즈 골드의 색감을 완벽하게 살려 준다. 지금까지 봤던 브라운 다이얼 시계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수동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가 만들어내는 뒷태 역시 환상적. 가격도 환장할 만큼 환상적. 정신을 차리고 현실적인(?) 예산으로 한정하면 칼라트라바 5227J(Calatrava 5227J)나 6119R(Calatrava 6119R)일 거다. 케이스와 다이얼 색감은 옐로 골드 계열의 5227J가 취향이지만, 이왕 파텍 필립으로 선택한다면 베젤에 클루 드 파리 패턴을 새긴 6119R을 고를 듯.

  •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5370R

  • 수동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CHR 29-535 PS

  • 칼라트라바 5227J

  • 칼라트라바 6119R

하지만 매장에는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을 테니, 그만 정신 차리고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부티크로 가보자.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의 대안으로 정통 드레스 워치를 생각한다면 트래디셔널 매뉴얼 와인딩(Traditionnelle Manual-Winding)이 좋겠다. 38mm의 적당한 사이즈, 직사각형 바 인덱스와 도피네 핸즈가 만들어내는 남성적인 느낌이 마음에 든다. 무광을 선호하기 때문에 실버 오팔린 다이얼이라는 것도 가산점 요소. 하지만 정석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고 싶다면 패트리모니다. 2024년 39mm의 새로운 직경으로 리뉴얼된 패트리모니 매뉴얼 와인딩(Patrimony Manual-Winding) 모델은 그해 워치스 & 원더스 행사 때부터 점찍어 둔 모델. 화이트 골드 케이스, 올드 실버 톤 다이얼, 핑크 골드 핸즈·인덱스, 그리고 올리브 그린 악어 가죽 스트랩으로 완벽한 색 조합을 보여준다. 특히 올드 실버 톤 다이얼은 빈티지한 느낌과 함께 시계의 격을 높여준다. 사실 골드 워치를 산다면 대놓고 금이라고 티내는 옐로 골드나 로즈 골드 계열을 사고 싶지만 이 모델만큼은 화이트 골드로 고르고 싶다. 

  • 지름 38mm의 트래디셔널 매뉴얼 와인딩

  • 지름 39mm의 패트리모니 매뉴얼 와인딩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의 기함은 랑에1이겠지만 드레스 워치 포지션에서는 클래식한 삭소니아가 좀 더 어울린다. 유튜버 김생활 씨가 리뷰 당시 착용하면서 은근히 ‘뽐뿌’를 불어넣은 모델이기도 하다. 현행 모델은 조금 사이즈가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금 타이밍에 구입한다면 삭소니아 씬 750 허니골드(Saxonia Thin Honeygold) 오닉스 다이얼 모델을 고르겠다. 일단 허니 골드라는 소재에서 극호감이다. 오데마 피게에 샌드 골드가 있다면 랑에 운트 죄네에는 허니골드가 있다. 핑크 골드에서 화이트 골드 쪽으로 좀 더 치우친, 그야말로 ‘눈에서 꿀 떨어질 것 같은’ 색감이며, 일반 골드 합금보다 경도가 높다. 이번 한정판은 이 허니 골드 소재에 오닉스 다이얼을 접목해 매우 고급스러운 ‘블랙 × 골드’ 조합을 완성했다. 올해 선보인 지름 34mm의 1815 핑크 골드 모델도 손목 근 손실이 빠르게 진행되는 내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딥 블루와 핑크 골드의 조합은 언제 봐도 갖고 싶다는 생각 뿐. 

  • 삭소니아 씬 750 허니골드 오닉스 다이얼

브레게(Breguet) 팬이라면 브레게 250주년 모델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GPHG 2025 대상을 수상한 클래식 수스크립션 2025(Classique Souscription 2025)는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골드 드레스 워치 중 하나다. 브랜드의 상징적인 포켓 워치 디자인을 손목시계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오리지널 모델과 디테일을 비교해보면 진짜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철저한 고증과 기념 모델의 가치, 그랑 푀 에나멜 등을 생각하면 가격이 딱히 비싸 보이지는 않는다. 사이즈가 40mm로 드레스 워치로는 조금 크다는 게 유일한 단점인데, 포켓 워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과 원 핸즈의 가독성까지 생각하면 이 또한 납득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 인해 브레게에서는 트래디션 세컨드 레트로그레이드 7035(Tradition Seconde Rétrograde 7035)를 고를 것 같다. 사실 브레게에서 가장 탐나는 컬렉션이 트래디션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궁극의 오픈워크 시계이기 때문. 250주년 기념하는 모델은 수스크립션에도 사용된 바 있는 새로운 브레게 골드 소재가 사용되었다. 옐로 골드에 가까운 화사한 색감이 특징인데, 블루 기요셰 다이얼은 물론, 오픈워크 무브먼트의 블루 스크루와도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레트로 그레이드 세컨드는 매 1분마다 기계적 감동을 줄 것 같고, 옛날 방식을 재현한 로터와 파라슈트 충격 흡수 장치를 감상하는 일도 즐거울 게 분명하다. 

  • 클래식 수스크립션 2025

  • 곳곳에 오리지널 모델의 디테일을 반영했다.

  • 트래디션 세컨드 레트로그레이드 7035

  • 독특한 형태의 로터

컴플리케이션 골드 워치

빅5 영역을 벗어나 일반적인 하이엔드 레벨로 진입하면 어느 정도 정통 드레스 워치에 대한 강박에서도 자유롭게 된다. 가격대가 조금 낮아지는 만큼 컴플리케이션을 선택할 여유가 생겨서일지도. 먼저 브레게 한솥밥을 먹는 블랑팡(Blancpain)이다. 피프티 패덤즈와 빌레레 두 양대 컬렉션에서 모두 골드 워치를 고를 수가 있는데, 피프티 패덤즈는 스틸로도 충분하니 골드 워치는 빌레레에게 양보하자. 마침 2025년에 괜찮은 다이얼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가을 시즌에 맞춰서 골드 브라운과 오팔린 다이얼을 추가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선버스트 피니싱된 골드 브라운보다 오팔린 다이얼에 좀 더 마음이 간다. 베이지 톤의 오팔린 다이얼이 레드 골드 케이스와 만나서 손목을 포근하게 감싸줄 것만 같다. 기본 데이트 모델도 있지만 빌레레를 선택한 이상 컴플리트 캘린더 모델로 가는 건 필연이다. 의뭉스런 표정의 달을 간직한 빌레레 콴티엠 컴플리트(Villeret Quantième Complet)는 시계를 볼 때마다 착용자를 미소짓게 한다. 

  • 빌레레 콴티엠 컴플리트

  • 의뭉스런 표정의 달

  • 오팔린 다이얼로 정제된 멋을 연출한다.

IWC에서 골드 워치를 고른다면 당연히 브랜드의 기함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Portugieser Perpetual Calendar 44) 모델이다. 최근 풀체인지가 이뤄지면서 여러 다이얼 컬러가 등장했지만 그래도 클래식한 실버 다이얼에 아머 골드 케이스 조합이 가장 마음에 든다. IWC의 아머 골드는 전통적인 골드 소재에 비해 경도와 내마모성이 높아서 스크래치에 강하다. 손목을 가득 채우는 캘린더 정보, 남반구와 북반구 2개의 문페이즈가 시계 보는 맛을 더한다. 다만 사이즈가 꽤 큰 편이라서 손목 스펙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한다. 손목 스펙이 딸리거나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을 위해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2.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포르투기저 40 모델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Portugieser Chronograph)는 스틸과 골드 모델의 가격 차이가 1,630만 원으로 골드 프리미엄이 가장 낮게 책정되어 있는 나름 가성비 모델이다. 디자인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아이코닉 크로노그래프 워치 중 하나다.

  •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파네라이(Panerai)는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에서도 브랜드의 심플한 디자인 기조를 이어간다. 다이얼 앞면에는 캘린더 정보 중에서 요일과 날짜만 남겨두었고, 윤년, 연도, 월 표시는 무브먼트 뒷면으로 보냈다. 스몰 세컨즈에 오전/오후 인디케이터를 통합한 GMT 기능도 직관적이다.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가격이 상당한데, 어차피 이 정도를 지른다면 가급적 올해 발표된 신제품 루미노르 퍼페추얼 캘린더 GMT 플래티넘테크(Luminor Perpetual Calendar GMT Platinumtech)를 고르고 싶다. 이 모델은 다이얼을 블루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오픈워크 처리해 내부의 날짜 요일 휠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마치 심해를 들여다보는 듯한 다크 블루 색조가 플래티넘의 차가운 빛과 잘 어울린다. 조금 더 낮은 가격의 라디오미르 애뉴얼 캘린더 골드 테크(Radiomir Annual Calendar Goldtech) 역시 그라데이션 블루 다이얼과 두툼한 골드 케이스의 조합이 일품이다.

  • 루미노르 퍼페추얼 캘린더 GMT 플래티넘테크

제니스(Zenith)는 데피 컬렉션을 통해 공격적으로 골드 워치를 쏟아내는 중이다. 다만 브레이슬릿까지 전체가 골드라서 가격이 꽤 높은 편. 치솟는 금값 덕분에 가장 기본 데이트 모델도 금통은 1억 원이 넘는다. 다행히 개인적인 취향은 크로노마스터 컬렉션 쪽인데, 특히 트리플 캘린더를 조합한 모델을 선호한다. 역동적인 크로노그래프 워치 디자인 안에서 아름다운 문페이즈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 상단의 요일과 월을 작게 배치해서 기존 크로노마스터의 레이아웃을 유지한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2025년 추가된 로즈 골드 모델은 메인 다이얼에 블랙 컬러를 적용했고, 서브 핸즈와 인덱스는 물론 1/100초 카운터와 서브 다이얼까지 로즈 골드 톤으로 통일하여 더욱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페이즈의 밤하늘은 블랙, 별과 달은 로즈 골드 컬러로 마감하여 스틸 모델과 차별화했다. 

  • 크로노마스터 트리플 캘린더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의 토릭 컬렉션은 사실상 하이엔드라고 봐야 한다. 다이얼은 물론이고 무브먼트까지 전부 금으로 제작해 고급스러움이 남다르다. 2025년 공개된 토릭 콴티엠 퍼페추얼(Toric Quantième Perpétuel)은 브랜드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두 개의 서브 다이얼로 표현된 캘린더 정보가 다이얼의 여백을 완벽하게 채워준다. 서브 다이얼을 살짝 아래쪽에 배치해서 위쪽 여백을 살려준다는 게 더 멋진 부분. 로즈 골드 케이스와 다이얼의 톤온톤이 돋보이며, 무브먼트 역시 로즈 골드 소재로 제작했다. 금 덩어리 그 자체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고급 컴플리케이션 드레스 워치.

 

  • 토릭 콴티엠 퍼페추얼

  • 무브먼트 플레이트와 브리지까지 금으로 제작했다.

컴플리케이션이라면 롱 파워 리저브도 빼놓을 수 없다. L.U.C 1860에 아직 골드 모델이 없는 관계로, 쇼파드(Chopard)의 골드 워치 중에서는 L.U.C 콰트로 마크 Ⅳ(L.U.C Quattro Mark IV)를 고르겠다. 콰트로 타임피스 출시 25주년을 기념하는 4세대 모델이며, 4개의 배럴을 2쌍으로 결합한 콰트로 기술로 작은 사이즈임에도 약 9일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작은 무브먼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롱 파워 리저브는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로즈 골드 모델도 있지만 시계 전체적인 콘셉트나 다이얼 컬러를 고려하면 플래티넘 모델이 훨씬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지름 39mm의 플래티넘 케이스에 독특한 질감의 아이스 블루 다이얼을 조합해서 경쾌한 감각을 선사한다.

  • 9일 파워리저브를 갖춘 L.U.C 콰트로 마크 Ⅳ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골드 워치는 가죽 스트랩을 체결한 얇은 드레스 워치다.
크로노그래프 골드 워치

현재 드림 워치 중 하나는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의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Reverso Tribute Chronograph)다. 다이얼 컬러 취향상 여력이 되더라도 스틸 모델을 구입할 것 같긴 한데, 굳이 골드를 구입한다면 총알을 좀 더 투입해 다이얼과 무브먼트까지 전체를 골드로 도배한 모델을 고르겠다. 2025년 새롭게 선보인 골드 모델은 솔리드 골드 다이얼에 섬세한 가로 라인을 인그레이빙해서 보다 고급스럽다. 뿐만 아니라 무브먼트에도 핑크 골드 브리지를 적용해서 뒷면 오픈워크 다이얼 역시 케이스와 동일한 골드 톤을 맞췄다. 하나의 시계로 솔리드 다이얼과 오픈워크 다이얼 두 가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변신로봇 크로노그래프 워치인데, 그러고 보니 가로 인그레이빙 때문인지 어째 어린 시절 보던 애니메이션 골드라이탄이 떠오른다. 

  • 가로 인그레이빙 골드 다이얼이 돋보이는 리베르소 트리뷰트 크로노그래프

  • 무브먼트 쪽에도 골드 소재를 사용했다.

다음 방문할 곳은 글라슈테 오리지널(Glashütte Original)이다. 랑에 운트 죄네에서는 강박에 이끌려 전형적인 드레스 워치 삭소니아를 골랐지만 글라슈테 오리지널에서는 파노 컬렉션을 골라야겠다. 그 중에서도 골드만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건 파노그래프(PanoGraph) 모델이다. 이 시계는 비대칭 디자인 파노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파노레트로그래프의 직계 후손이다. 최초 출시는 물론이고, 리뉴얼된 이후에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니크한 크로노그래프 워치 중 하나다. 다이얼 우측에 크로노그래프 카운터가 있고, 길이가 다른 3개의 핸즈가 회전하면서 레트로그레이드 스타일로 경과시간을 알려준다. 비슷한 디자인의 파노리저브나 파노매틱 루나 모델은 스틸 모델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파노그래프는 아직 골드로만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스틸로 내주면 감사합…) 독일식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화려한 뒷모습도 장점이다.

3개의 핸즈로 경과시간을 알려주는 파노그래프

보다 많은 대중을 공략하는 브랜드 특성상, 브라이틀링(Breitling)에서는 일부 컬렉션에서만 골드 워치를 만나볼 수 있다. 프리미에르 컬렉션은 브라이틀링에서 사실상 드레스 워치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어서 골드 워치 선택지가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한 가지만 고른다면 B15 듀오그래프(Premier B15 Duograph) 모델이다. 최강의 가성비는 스틸 모델이지만 골드 모델 역시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워치로는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블랙과 골드의 고급스러운 컬러 조합도 마음에 든다. 캘린더 기능이 필요하다면 같은 컬렉션의 B25 다토라(Premier B25 Datora) 모델을 추천한다. 새먼 다이얼의 스틸 모델과 비교하면 확실히 고급감이 남다르다.  레드 골드 케이스에 베이지 오팔린 다이얼, 그리고 컴플리트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결합해 과거 하이엔드 브랜드의 컴플리케이션 워치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했다. 의인화된 귀여운 달 표정이 포인트.

  • 프리미에르 B15 듀오그래프 골드

  • 프리미에르 B25 다토라 골드

골드 스포츠 워치

아까 하이엔드 빅5 골드 워치에 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없냐고 투덜거렸을 사람이 11.59%쯤 될 거라고 확신한다. 빅5 골드 워치는 드레스 워치만 고려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AP가 누락되어 버렸다. 그런 이유로 골드 스포츠 워치를 이야기할 때는 당연히 이 시계부터 언급해야겠다. 바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Royal Oak Selfwinding Perpetual Calendar). 로열 오크 케이스의 강한 팔각 라인이 퍼페추얼 캘린더의 원형 서브 다이얼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작품. 원래 로열 오크의 시그니처는 스틸과 블루 다이얼의 조합이지만, 이번 신형만큼은 샌드 골드가 메인이다. 샌드 골드는 금에 구리와 팔라듐을 결합한 AP의 독자적인 골드 소재로, 화이트 골드에 로즈 골드를 한 방울 떨어트린 것처럼 연한 톤으로 빛나는 색감이 일품이다. 특히 로열 오크의 날카로운 피니싱과 궁합이 좋다.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엔진을 탑재해 크라운 하나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샌드 골드 소재로 제작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구입할 일은 아마도 분명 없겠지만 이 분야의 끝판왕 리차드 밀(Richard Mille)의 카탈로그도 한 번 살펴본다. 리차드 밀은 카본 TPT와 쿼츠 TPT에 골드를 조합하여 가벼우면서도 럭셔리한 스포츠 워치를 만들어낸다. 하이퍼 럭셔리 워치인 만큼 거의 모든 컬렉션에서 골드 워치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데, 금이라는 가치에 집중한다면 RM 74-02를 고르고 싶다. 일단 미들 케이스에 레드 골드를 사용했고, 골드 쿼츠 TPT는 석영 필라멘트 층 사이에 22K 핑크 골드 박을 삽입해 독특한 골드 무늬를 드러낸다. 게다가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경우 베이스 플레이트와 로터는 레드 골드, 브리지는 옐로 골드 소재로 제작해 두 골드 소재가 교차하는 광경을 연출한다. 일상에서 골드를 즐기는 가장 럭셔리한 방법 중 하나. 하지만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골드 쿼츠 TPT 소재를 사용한 RM 74-02

만약 독립시계 브랜드 중에서 골드 스포츠 워치를 고른다면 로랑 페리에(Laurent Ferrier)의 스포츠 오토 79(Sport Auto 79)가 좋겠다. 티타늄으로 선보였던 스포츠 오토 40의 골드 버전으로, 톤온톤의 골드 브레이슬 워치 중에서 끝판왕 중 하나다. 다이얼의 공식 명칭은 크림색인데, 실버 로즈 전기 도금 및 오팔린 마감을 해서 옅은 핑크 골드 컬러에 가깝다. 케이스, 다이얼, 핸즈가 만들어내는 고급스러운 골드 컬러 톤이 압권이다. 케이스는 대부분 브러싱 처리하고, 다이얼에 오팔린 마감을 한 덕분에 골드의 화려함이 잘 정제되어 있다. 골드의 고급감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잘 봉인해둔 느낌이랄까. 골드 소재가 주는 만족감을 충분히 누리면서도 일상에서 튀지 않는 바람직한 럭셔리 워치의 표본.

  • 톤온톤이 돋보이는 스포츠 오토 79

다음으로 로저 드뷔(Roger Dubuis). 로저 드뷔에서 골드 워치는 사실상 엑스칼리버 컬렉션에 한정된다. 더블 투르비용 같은 컴플리케이션에 욕심내기 시작하면 가격이 마구 치솟기 때문에 이 브랜드에서 골드 워치를 고르려면 평정심이 필요하다. 사실 손목 지름에 한계가 있는 관계로 로저 드뷔의 마지노선은 42mm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엑스칼리버 바이레트로그레이드 캘린더(Excalibur Bi-Retrograde Calendar) 모델이 40mm로 나와서 위시리스트에 넣어봤다. 신제품은 브랜드 초기 바이레트로그레이드 디자인을 엑스칼리버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아니지만 부분적인 오픈워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줄 것 같다. 역시 골드 모델에는 이런 차분한 디자인이 더 잘 어울린다. 두툼한 브라운 송아지 가죽 스트랩이 시계의 볼륨감을 한층 더해준다.

  • 지름 40mm의 엑스칼리버 바이레트로그레이드 캘린더

  • 다이얼 좌우에 적용된 부분 오픈워크

위블로(Hublot)는 일찍부터 킹 골드나 매직 골드 같은 독자적인 골드 소재를 개척한 브랜드다. 위블로 제품 전반에 활용되는 킹 골드는 구리 비율을 높여 더 따뜻하고 진한 색감을 자아낸다. 또 백금을 소량 첨가해 색이 쉽게 변하지 않도록 했다. 수많은 위블로의 골드 워치 중에서도 내가 점찍어 둔 모델은 클래식 퓨전 킹 골드 그린(Classic Fusion King Gold Green) 모델이다. 킹 골드와 그린 다이얼을 조합한 이 시계는 내가 만난 ‘녹금’ 조합 중에서도 꽤 상위권에 자리한다. 진한 그린 다이얼 안에 킹 골드의 금빛이 섞이는 모습을 실제로 본다면 무브먼트나 가성비 같은 생각은 아예 사라져 버릴 것이다. 

아름다운 '녹금' 조합을 자랑하는 클래식 퓨전 크로노그래프 킹 골드 그린.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시계라면 롤렉스(Rolex)를 빼놓을 수 없다. ‘데이데이트’가 시그니처이긴 한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Cosmograph Daytona)다. 그 중에서도 2025년 공개된 터콰이즈 팬더 다이얼 모델. 솔직히 이 모델 때문에 랜드 드웰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화면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오버스런 중동 부호 시계 느낌이 강했는데, 실물로 보니 그야말로 세상 힙한 시계다. 터콰이즈 팬더 다이얼, 블랙 세라믹 인서트, 옐로 골드 케이스, 그리고 블랙 러버 스트랩의 조합이 강렬하다. 터콰이즈와 옐로 골드가 만나서 빈티지 워치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블랙 세라믹 인서트와 블랙 러버 스트랩이 세련된 느낌을 더해준다. 시계 자체로는 너무 예쁜데, 내 손목에 어울릴지는 사실 물음표다.

  •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터콰이즈 팬더 다이얼 모델

  • 실물로 보니 그야말로 세상 힙한 시계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 역시 골드 워치가 잘 어울리는 브랜드다. 마침 최근 리뉴얼된 땅부르 오토매틱(Tambour Automatic)은 골드 모델이 꽤 매력적이다. 골드 워치는 스틸보다 무거운 만큼 착용감과 무게 배분이 매우 중요하다. 땅부르 오토매틱은 적어도 럭셔리 스포츠 워치 중에서 착용감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시계다. 이는 묵직한 풀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에 있어 분명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옐로 골드 모델에는 깨끗한 화이트 다이얼이 적용되어 골드 색감이 더욱 돋보인다. 

  • 땅부르 오토매틱

  • 얇은 케이스와 잘 설계된 브레이슬릿으로 좋은 착용감을 구현했다.

주얼리를 겸업하는 피아제(Piaget)의 골드 워치도 매력적이다.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하기에는 알티플라노보다 폴로가 좋겠다. 그 중에서도 내 원픽은 폴로 스켈레톤(Polo Skeleton) 모델. 보다 낮은 가격대의 오토매틱 데이트 모델도 있지만, 사실 폴로 컬렉션의 진가는 스켈레톤 모델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울트라-씬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케이스 두께가 6.5mm에 불과한데, 덕분에 무게도 꽤 줄어들어서 데일리로 착용하기에 좋은 골드 워치다. 케이스와 핸즈의 따뜻한 로즈 골드 컬러는 블루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화려함과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 

  • 두께 6.5mm의 폴로 스켈레톤

  • 골드 케이스와 블루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세련된 조합.

골드 스포츠 워치의 마지막 타자는 태그호이어(TAG Heuer). 내 첫 번째 골드 워치는 드레스 워치가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태그호이어의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Carrera Chronograph Glassbox)의 옐로 골드 모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거 호이어 시절 F1 드라이버에게 선물하던 오리지널 골드 까레라 1158CHN을 복각한 모델이기 때문. 옐로 골드 케이스에 수직 브러싱 처리한 골드 도금 팬더 다이얼을 조합하여 빈티지한 맛이 일품이다. 역시 39mm 사이즈의 글라스박스 모델은 이런 복각을 위한 완벽한 플랫폼이다. 태그호이어에서 오래오래 사골처럼 우려먹었으면 좋겠다. 아, 참고로 사골국물은 늦게 먹을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계속 쏟아져 나올 테니 애매한 모델은 패스하자. 

  • 빈티지 까레라 1158CHN을 복각한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 옐로 골드 팬더 모델

럭셔리 골드 드레스 워치

거의 마지막이긴 한데, 사실상 여기서부터가 직장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골드 워치라고 봐야 할 거다. 빅5의 골드 드레스 워치가 부담스럽다면 무브먼트나 심미적인 요소를 조금 내려놓고 이 가격대의 골드 드레스 워치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할 브랜드는 일단 까르띠에(Cartier)다. 특히 제한된 예산 내에서 골드 워치를 구입한다면 까르띠에 탱크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선택지다. 무엇보다 까르띠에 탱크만큼 옐로 골드가 잘 어울리는 모델도 드물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Tank Louis Cartier) 블랙 다이얼 모델은 미니멀한 블랙 다이얼과 옐로 골드 케이스로 완벽한 빈티지 무드를 선사한다. 

  • 블랙 다이얼을 적용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 탱크만큼 옐로 골드가 잘 어울리는 모델도 드물다.

까르띠에가 너무 대중적이라서 평범해 보인다면 불가리(Bvlgari)의 아이코닉 모델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24년 불가리는 자사의 아이코닉 모델 불가리 불가리(Bvlgari Bvlgari)를 새롭게 리뉴얼하여 선보였다. 불가리 로고를 새긴 38mm 옐로 골드 케이스, 그리고 매트한 블랙 다이얼은 그 자체로 클래식의 표본이다. 이후 추가된 블루 모델은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블루 마블 대리석 다이얼을 적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케이스는 블루 컬러와 궁합이 좋은 로즈 골드이며, 데이트 창이 없는 논 데이트 모델이라서 밸런스가 좋다. 

  • 지름 38mm의 불가리 불가리

  • 로즈 골드 케이스에 블루 마블 대리석 다이얼을 적용한 모델

오메가(Omega)의 골드 워치는 스피드마스터나 씨마스터 같은 스포츠 워치 컬렉션에 주로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오메가의 골드 워치를 하나만 고르라면 씨마스터 37mm 2026 밀라노 코르티나(Seamaster 37mm Milano Cortina 2026) 모델을 꼽겠다. 37mm의 황금 비율, 화이트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 돔 글라스, 도그레그(dogleg) 러그 등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멋을 뿜어낸다. 6시 방향 씨마스터 로고와 미닛 인덱스 역시 쁘띠 푀 에나멜로 제작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자체 개발한 문샤인 골드가 보다 화사한 광채를 더해준다. 솔리드 백으로 가려두긴 했지만 칼리버 8807의 로터와 브리지는 세드나 골드로 제작되었다. 금을 금으로 덮어버린, 원가 절감이란 걸 찾아볼 수 없는 멋진 골드 워치다. 

  • 씨마스터 37mm 2026 밀라노 코르티나

  • 화이트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과 도그레그 러그가 특징이다.

  • 솔리드 백으로 가려두긴 했지만 로터와 브리지 역시 세드나 골드로 제작되었다.

진짜 마지막이다. 그 얘기는 이 시계가 현재 구입 가능한 사실상 가장 저렴한 골드 워치라는 얘기다. 노모스(NOMOS)는 가격대 특성상 골드 모델을 거의 출시하지 않는데, 최근 무슨 황금 바람이 불었는지 탕겐테 3종, 루드빅 3종으로 골드 라인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두 컬렉션 중에서 골드 워치의 성격상 캐주얼한 탕겐테보다는 클래식한 루드빅(Ludwig)이 좀 더 어울린다. 다이얼 품질은 스틸 모델에서도 충분히 좋았기 때문에 골드 모델에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최근 금값이 많이 올랐지만 노모스는 그래도 한화 약 1,500만 원 이하에 골드 워치를 제공한다. 

  • 골드 소재로 제작된 루드빅

  • 노모스는 가격대비 다이얼 품질이 뛰어나다.

골드 워치의 혼문을 열어라!

사심을 담아 각 브랜드의 대표 골드 워치를 정리해 봤다. 누군가 컬렉션에 롤렉스는 왜 없냐고 묻길래, “성공하면 사는 시계로 남겨뒀다”고 답했다. 나는 금시계 역시 마찬가지의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관함에 금시계를 추가한다는 건 내 인생이 빛나는 순간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그동안 스틸의 합리성 뒤에 숨어 금을 멀리했지만, 어쩌면 그건 취향의 벽이나 마음속 계산기의 벽이 아닌 내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언젠가 그 벽을 넘는 날이 온다면, 앞에서 언급한 시계들 중 하나가 내 손목에 올라와 있을 거다. 금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금이자, 시간이 금이라는 걸 알려주는 가장 직관적인 물건이다. 물론 자산 가치로만 치면 세상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방어 자산이다. 하지만 그 비합리야말로 내가 이 취미를 아직도 붙들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기필코 골드 워치의 혼문을 열어야겠다.

“You know we’re gonna be, gonna be golden!”

보관함에 금시계를 추가한다는 건 내 인생이 빛나는 순간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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