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로열 오크 더블 밸런스휠 오픈워크
오데마 피게의 새로운 세라믹 컬러 Bleu Nuit, Nuage 50
- 김도우
- 2025.07.23

Royal Oak Double Balance Wheel Openworked
오데마 피게의 새로운 세라믹 컬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더블 밸런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밸런스 휠을 회전시켜주는 헤어스프링은 기계식 시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동시에 핵심적인 장치다. 스프링의 고유 진동수을 활용해 기어트레인의 움직임을, 더 정확히는 태엽의 풀리는 속도를 제어해주지 못한다면 애초에 정확한 시간을 표시할 수가 없다. 수백 년 동안 시계 산업은 이를 기계적으로 대체할 기술을 찾지 못했고(쿼츠는 시스템이 달라서 제외), 일부 실험적인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이 등장한 적은 있으나 상용화된 적은 없다. 최근 실리콘으로 제작한 헤어스프링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이것도 소재의 변화일 뿐 근본적인 구조와 원리는 동일하다. 자 그런데 왜 오데마 피게는 이 헤어스프링을 일반적인 무브먼트와 달리 두 개나 사용했을까? 정확히는 한 쌍의 밸런스 휠과 헤어스프링을 탑재하고 있다.
의외로 현재 시계 시장에 복수의 헤어스프링을 사용하는 무브먼트는 몇 가지 존재한다. 오늘의 주인공인 오데마 피게의 더블 밸런스 휠 무브먼트를 비롯해 로랑 페리에의 더블 스파이럴 시스템 그리고 이들처럼 두 개의 헤어스프링이 같은 축에 겹쳐져 있는 모양은 아니지만, F.P 주른이나 아민 스트롬의 레조낭스처럼 두 개의 분리된 헤어스프링이 공명을 일으키도록 설계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가 이런 특별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이건 과거에 중력의 영향으로 헤어스프링이 특정 방향에서 아래로 쳐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투르비용이 탄생한 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하나같이 주장하는 바는 결국 정확함이다. 소재 자체가 민감한 스프링은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쉽다. 이때 여러 개가 있을 경우 변화가 생기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며 원래의 고유진동수를 더 빨리 회복하거나, 애초에 변화의 폭이 적다라는 이야기다. 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 사실 요즘 나오는 시계들은 대부분 이미 충분히 정확하다. 특히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는 미들레인지 급의 시계부터는 일오차가 하루에 ±3~4초도 되지 않는다. 그 이상의 품질을 지닌 상위권 브랜드나 더 엄격한 자체 기준이 있는 곳은 이미 일오차가 0에 수렴하는 상황이다. 아마 요즘 고객들은 일오차가 10초만 넘더라도 불편함을 느껴 조정을 맡길 터다. 시계가 이미 이렇게 정확해진 요즘 시대에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헤어스프링을 두 개 탑재했다는 설명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오늘날 아날로그 시계 그중에서도 럭셔리 워치가 지닌 의미나 포지션을 생각하면 더블 밸런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다른 시계에는 없는 희소성과 독특한 움직임이 주는 시각적인 쾌감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 의견은 요즘 나오는 투르비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컬러다. 컬러 베리에이션이 적용된 신제품에서 색상이 마음에 든다니. 이 무슨 당연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의미가 조금 다르다. 미리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고급 시계에 채도가 높은 컬러를 사용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베젤이나 다이얼처럼 일부 영역이라면 상관없지만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전체가 유채색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오데마 피게 최초의 블루 세라믹 케이스를 지닌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Ref. 26579CS.OO.1225CS.01).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시계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우습지만, 난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나치게 쨍한 파란색이다. 덕분에 굉장히 신선하고, 헤비 컬렉터들에겐 유니크한 피스로 평가받았지만, 결코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았다.
이런 취향을 가진 내 시선에서 올해 새롭게 발표한 진한 네이비 블루는 일단 처음 보는 순간부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2025에서 유난히 블루 컬러. 특히 블루 세라믹 시계가 자주 보였는데, 상당한 호평을 받은 샤넬의 새로운 J12와도 비슷해 보인다. 물론 마감 차이도 크고 오데마 피게의 컬러가 조금 더 진한 것 같다. 약간 어두운 곳에서는 검은색으로 착각할 정도의 느낌. 사실 세라믹이든 다른 소재든 유채색은 아주 작은 차이로 시계 전체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그 미묘한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컬러는 적당히 고급스럽고, 동시에 여전히 유니크하다.
이 새로운 세라믹 컬러의 명칭은 블루 뉘, 뉘아주 50(Bleu Nuit, Nuage 50). 굳이 번역을 하자면 블루 뉘는 밤하늘의 파란색, 뉘아주는 구름이다. 청명한 밤하늘에 살짝 구름이 낀 듯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시계 애호가라면 이 이름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건 로열 오크의 시작이자 아이콘인 로열 오크 엑스트라신 ‘점보’의 다이얼 컬러 코드다. 즉, 로열 오크 최초의 블루 다이얼 색상을 세라믹 소재로 재해석한 셈이다. 물론 그 느낌은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다이얼에 비해 컬러가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다소 채도가 높아 보인다. 더블 밸런스휠 이외에도, 로열 오크 오프쇼어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42mm도 풀 세라믹 브레이슬릿으로, 43m 버전에는 베젤, 크라운, 푸셔 버튼에만 해당 세라믹을 적용해 공개했다. 그리고 오데마 피게답게 세라믹의 조형과 표면 마감 수준은 단연 최고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하다. 여전히 조명과 각도에 따라 극적인 반사광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스틸이나 골드 소재와 비교해 일상 생활에서는 흠집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걸 고려하면, 다소 비싼 가격은 단점이 아니라고 본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얌전해진 반면에, 글라스 안쪽의 핸즈와 무브먼트는 오히려 더 화려해졌다! 기존 제품과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핸즈와 인덱스 그리고 8시 방향에 밸런스 브리지는 핑크골드로, 그 외에 모든 브리지는 밝은 실버 톤에 모든 모서리를 꼼꼼하게 미러 폴리싱해 시계를 조금만 움직여도 난반사로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표면의 스트라이프, 모서리의 앙글라주, 숨겨진 면의 페를라주까지 굉장히 전통적인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모습인데 이를 케이스백이 아닌, 시계 전면에서 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환상적이다. 굳이, 정말 굳이 흠을 찾아보라고 하면 3시 방향 크라운 스템 주변의 페를라주가 조금 거칠어 보이는 정도랄까. 이것도 업계 최고 수준의 페를라주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시계를 실제로 만져보고 가장 놀란 점은 무게다. 너무 가볍다! 실측을 해보진 못했으나 브레이슬릿 시계치고 가볍다는 것이 아니다. 금속보다 가벼운 세라믹의 특성과 플레이트를 최대한 덜어낸 스켈레톤 무브먼트 덕분에 웬만한 스틸 케이스에 가죽 스트랩이 채워진 시계보다도 가벼웠다. 아직 나는 무게를 고려해가며 시계를 구입하는 단계는 아니다. 정말 마음에 들면 무겁더라도 착용한다. 하지만 주위에 단순히 기분이나 느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시계가 가벼워야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밀한 수술을 하는 의사나, 섬세한 연주를 해야 하는 음악가라던지. 꽤나 예민한 분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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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 :
- 15416CD.OO.1225C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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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
- 지름 41mm, 두께 9.7mm, 블루 뉘 컬러 세라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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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
- 사파이어 크리스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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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수 :
- 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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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이슬릿 :
- 블루 뉘 컬러 세라믹과 티타늄 폴딩 버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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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얼 :
- 실버 로듐 톤의 오픈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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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먼트 :
- Calibre 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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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 :
- 셀프와인딩, 시·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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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당 진동수 :
- 21,600vph(3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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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리저브 :
- 4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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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
- 88,000스위스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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