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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시계 견문록 2025

WWG 2025 트렌드 분석을 빙자한 제네바 여행기

  • 이상우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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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ec%a0%9c%eb%84%a4%eb%b0%94-%ec%8b%9c%ea%b3%84-%ea%b2%ac%eb%ac%b8%eb%a1%9d-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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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시계 견문록 2025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제네바 출장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어느 해보다 타이틀에 충실한 ‘워치스’ & ‘원더스’였다. 올해 제네바에는 작년만큼이나 많은 ‘시계’가 있었고, 또 작년과 달리 여러 ‘놀라운’ 사건들이 있었다. 우리 클로카 매거진은 2개의 팀으로 나눠서 이동했다. 나와 재섭 기자가 선발대로 먼저 출발하고, 다음날 도우 대표가 제네바에서 합류하는 일정이었다. 환승 5시간을 포함해 20시간 만에 제네바 공항에 도착했다. 비상구 옆 좌석이라서 아무런 짐도 놓을 수 없었고, 그나마 발을 뻗을 수는 있었으나 화장실에 가려는 수많은 승객들이 우리 좌석 앞에서 대기하며 자꾸만 발을 밟아댔던 것, 그리고 분실을 염려할 만큼 수화물이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것 등은 짧게 언급만 해두겠다. 그건 이후에 다가올 ‘원더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3만 5,000피트 상공의 랑데부

보이저 2호에 동봉된 골든 레코드

제네바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 것은 예약했던 에어비앤비 취소 문자였다. 스위스의 하늘은 더없이 깨끗했고, 우리가 일주일 동안 묵어야 할 숙소는 그보다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체크아웃. 어딘가 들어간 적도 없는데 어느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니, 쫓겨나 있었다. 호스트와 통화하던 재섭 기자의 얼굴에 점점 먹구름이 몰려왔다. 일단 당장 쏟아질 먹먹한 감정의 비부터 피해야 했다. 우리는 공항 한쪽 테이블에 앉아 거대한 캐리어를 쌓아둔 채 정신없이 숙소를 검색했다. 20시간을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내고 곧바로 노숙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워치스 & 원더스는 제네바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고,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제네바의 호텔과 에어비앤비를 싹 쓸어간 뒤였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들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 도저히 호텔이라 부를 수 없는, 실상은 여관이나 여인숙에 더 가까운 곳들이 감히 5성급 호텔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래도 여기에 올 거냐고 따지는 듯한, 알프스보다 더 콧대 높은 가격표였다. 

재섭 기자는 어쩌면 우리가 함께 머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각자 흩어져서 제네바에 도착한 한국 지인들의 숙소에 재주껏 유임 혹은 무임승차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작년 워치스 & 원더스를 함께했던 유튜버 김생활 씨를 떠올렸다. 물론 제네바에 온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 그의 체류 일정과 숙소까지 알진 못했다. 조금 일찍 출국한 편이라 운이 좋다면 아직 한국에 있는 그와 연락이 닿을지도 몰랐다. 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단 카톡을 보냈다.

상우: 혹시 스위스로 출발하셨나요?

생활: 지금 가고 있습니당. ㅎㅎ

다행히 카톡 답변이 왔다. 적어도 비행 중은 아닌 거다. 한국 아니면 환승 공항이겠지. 

상우: 아직 한국인가요? 

생활: 아니요.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 샀어요. 이번엔 김도우 대표님과 같은 비행기더군요. ㅎㅎ

‘놀랍게도’ 그는 서울이 아니라 35,000피트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잠들지 않았고, 뜬금없게도 비싼 기내용 와이파이 서비스를 굳이 구매했으며, 우연히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내가 제네바에서 날린 카톡 메시지를 확인한 것이다. 그러니까 유라시아 대륙 어딘가의 35,000피트 높이에서 말이다. 게다가 우리 회사 대표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서…

나는 ‘혹시 스위스 출발하셨나요?’라는 내 짧은 메시지가 하늘에서 그의 노트북과 랑데부하는 장면을 잠시 떠올렸다.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2호에 골든 레코드를 동봉하자고 제안했던 칼 세이건도 아마 이런 기적을 바랐을 것이다. 부디 지구의 메시지가 비행 중인 외계인의 노트북에 닿기를. 어쨌든 김생활 씨는 같은 비행기를 탄 도우 대표에게 자신의 노트북을 건넸고, 그렇게 우리는 비행 중인 그와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서

국경 너머 '페르네 볼테르'

일단 숙소 예약이 취소된 상황을 공유한 다음 적절한 가격대에서 다른 숙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최종 결정권자의 컨펌을 받으니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었다. 어쨌든 제네바에 숙소를 잡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했다. 나는 제네바 대신 올해는 프랑스 쪽으로 숙소를 잡아보자고 제안했다. 내가 작년에 김생활 씨와 머물렀던, 국경 너머 프랑스의 ‘페르네 볼테르’라는 곳이었다. 인터넷 속도가 1990년대 모뎀 수준이라 꽤 고생하긴 했지만 동네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꽤 저렴한 숙소가 남아 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국경을 넘었다. 택시로 5분 만에. 

그렇게 다사다난을 들고, 우여곡절을 지나, 파란만장한 여정 끝에 페르네 볼테르 숙소에 도착했다. 급하게 구한 숙소는 작은 레지던스 호텔이었다. 에어비앤비 숙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 안에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간단한 식기가 있어서 28인치 트렁크에 가득 담아온 햇반과 비비고 육개장 같은 것들을 그럭저럭 챙겨 먹을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소환되었지만 그래도 노숙하지 않고, 끼니마다 한식을 챙겨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프랑스라고 하지만 페르네 볼테르는 사실상 스위스 생활권에 더 가까운 곳이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는데, 당연히 워치스 & 원더스 행사가 열리는 팔렉스포와도 매우 가까워서 나름 ‘일만’ 하기엔 좋은 곳이다. 숙소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고, 물건 가격도 제네바보다 훨씬 저렴해서 장기간 머물기에 나쁘지 않다. 지난 해 이곳에서 매일 하루 두 번씩 국경을 넘었는데, 휴전선 아래에서 거의 반세기 가까이 살아온 내게 그것은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볼테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이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가 살았던 곳이라서 그렇다. 프랑스에서는 국경 끝 시골 마을이니 동네는 한적하다. 좋은 점은 꽤 조용하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 해가 지면 밤에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밤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작년에 편집장으로 있던 매거진의 5월호 서두에 나는 IWC의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를 언급하며 이렇게 적었다. 

“프랑스의 낯선 마을에서 맞이한 국경의 밤, 나는 그 작은 휠의 느리디 느린 발걸음을 생각했다. 400년의 시간 동안 겨우 수 밀리미터를 이동하는 부품. 그 움직임 속에 영원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고, 같은 장소에서 또 한 번 국경의 밤을 맞이했다. 그날 밤, 나는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의 400년 휠이 1년 동안 얼마만큼 이동했을까 생각해보았다. 

쾌적해진 박람회장

페르네 볼테르에서 하루를 쉬고, 출장 셋째 날부터 2025년 워치스 & 원더스 취재 일정을 시작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상하게도 지난해보다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적었다고 할까. 일반 관람 기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프레스 기간 중에는 사람이 예전보다 덜 붐볐고, 돌아다닐 때도 ‘쾌적’했다. 무엇보다 점심 식사를 주문하면 메뉴가 금세 나왔다. 작년에 배고픔을 참아가며 30분 넘게 기다렸던 걸 생각하면 큰 변화다. 올해 불가리(Bvlgari)가 워치스 & 언더스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전에 없던 독립시계 브랜드 공간이 생겼는데, 그 영향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조금은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공간보다는 역시 방문객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공식 자료를 보면 일반 관람객은 증가한 것 같지만 적어도 프레스나 관계자들의 방문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비해서는 확실히 업계가 전반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 전반적으로 지난 해보다 쾌적했다. ⓒ Watches and Wonders

  • WWG 2025 현장 ⓒ Watches and Wonders

진한 민트향

해마다 박람회가 끝나면 이른바 ‘올해의 트렌드’라는 것을 정리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런 걸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로 시계 업계에서 트렌드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그저 각자 만들고 싶은 시계를 만든 것뿐인데, 우리 같은 외부인들이 비슷한 것을 억지로 끌어 모아서 ‘자 봐라, 이게 올해의 트렌드다’라고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그런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그런 본능이 있다고 한다. 그저 우연히 존재하는 것들에게 굳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본능 말이다. 식빵이 탄 자국에서 예수의 얼굴을 발견하거나 그저 우연히 뭉쳐진 구름을 보며 용이나 강아지를 떠올리는… 트렌드라는 것도 어쩌면 그런 본능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게 하나씩 묶다보면 때로는 의미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고, 재밌는 서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그럴싸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큼 매력적이라면, 없던 트렌드가 새롭게 나타나기도 하겠지.

그래서 트렌드를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이 시계 업계에서 컬러만큼은 서로가 암묵적으로 약속한 합의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올해는 각 브랜드 CEO들이 롯데 후레쉬민트와 스피아민트 껌이라도 나눠 씹었던 것처럼 저마다 ‘민트 그린’ 컬러를 들고 나왔다. 물론 아직도 대세인 스카이 블루 또한 여전했다. 얼마 전 칼럼에도 썼지만 둘이 같이 있으면 영락없이 닌텐도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이다. [관련 기사] 몇 개만 보였다면야, 뭐 여러 명이 만들다보면 겹칠 수도 있지, 라고 하겠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업계의 ‘인싸’ 롤렉스(Rolex)가 오이스터 퍼페츄얼로 파스텔풍의 민트 그린(피스타치오)을 내놓았다. [관련 기사] 롤렉스든 어디든 시계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부품 정보가 유출되거나 부품 외주 기업이 다른 회사에 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렸거나, 그것도 아니면 제네바의 선술집에서 같은 학교 출신 워치메이커들이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가 술김에 요즘 만드는 다이얼 컬러를 은연중에 얘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박람회가 끝나고 나서도 꽤 많은 민트 모델이 쏟아졌다)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피스타치오 컬러

진광불휘(眞光不輝)

민트 그린의 연장선상에서 색깔 얘기를 조금만 더 해보자. 올해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츄얼 모델을 살펴보면, 대충 요즘 컬러 트렌드가 눈에 들어온다. 롤렉스는 올해 파스텔풍으로 채도를 확 낮췄다. 몇 년 전 강렬한 원색으로 오이스터 퍼페츄얼을 내놨던 그들이 이제는 톤을 꽤 낮춘 셈이다. 롤렉스가 뒤늦게 합류했을 뿐, 사실 지난 몇 년간 시계 업계에는 파스텔 톤 제품들이 꽤 많이 출시되었다. 민트 그린은 그런 제품 중에서 가장 무난하고, 대중적인 컬러라서 유독 눈에 잘 띄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민트 그린 포함해 올해 출시된 주요 파스텔 모델들은 다음과 같다.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토릭 콴티엠 퍼페추얼 [관련 기사]

오리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관련 기사]

로랑 페리에, 클래식 오토 호라이즌 [관련 기사]

노모스 글라슈테, 클럽 스포츠 네오매틱 월드타이머 글레시어 [관련 기사]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톤다 PF GMT 라트라팡테 베르자스카 [관련 기사]

  •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토릭 콴티엠 퍼페추얼

  • 오리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 로랑 페리에, 클래식 오토 호라이즌

  • 노모스 글라슈테, 클럽 스포츠 네오매틱 월드타이머 글레시어

  •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톤다 PF GMT 라트라팡테 베르자스카

이러한 파스텔 톤의 컬러 기조는 무광으로 마감하는 다이얼과 케이스, 그리고 티타늄 소재의 유행 등과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눈에 띄는 반짝이는 모델도 물론 있지만 대체로 최근 시계들은 다이얼과 케이스의 광을 죽이면서 자신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위 ‘꾸안꾸’ 스타일의 모델들인데, 세라미사이즈드 티타늄 케이스와 무광 블랙 다이얼을 조합한 쇼파드(Chopard)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 위블로(Hublot) 빅뱅 20주년 올블랙 [관련 기사], IWC 인제니어 블랙 세라믹 [관련 기사], 샤넬(Chanel) J12 블루 모델 [관련 기사]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할 것 같다. 조금 넓게 보면 까르띠에(Cartier) 탱크 아 기쉐 같은 드레스 워치도 전체를 무광 새틴 브러싱 처리했다. [관련 기사]

티타늄 케이스는 이제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류가 되었다. 티타늄은 가벼운 무게를 위해 사용하는 소재인데, 소재 자체의 강도와 색감 때문에 대체로 무광 피니싱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까 이유야 어떻든 간에 티타늄이 업계의 주류가 된다는 건 컬러 톤 자체도 무광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이렇게 파스텔 톤 다이얼, 티타늄 소재, DLC 피니싱, 무광 세라믹 소재 등의 트렌드는 모두 하나의 개념으로 연결된다. 진광불휘(眞光不輝), 참된 빛은 빛나지 않는다는 것.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2 블랙 세라믹

쇼파드,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

샤넬, J12 블루 다이아몬드 투르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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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주년 기념

2025년은 유독 ‘XXX주년’이 되는 브랜드가 많은 해다. 각 시계 브랜드의 설립연도와 날짜를 갖고 사주를 뽑아보고 싶을 정도. 그만큼 기념할 것이 많았고, 그에 걸맞은 특별한 모델도 꽤 보였다. 예컨대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설립 270주년을 기념한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이번 박람회의 최고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고, [관련 기사] 말테 크로스 모티브 기요셰를 새긴 270주년 한정판도 눈길을 끌었다. 

제니스(Zenith)도 160주년을 기념해 칼리버 135를 탑재한 플래티넘 모델 G.F.J 출시했다. [관련 기사] 과거 모델의 복각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나 컬러는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어쨌든 칼리버 135를 완전히 새롭게 부활시켰다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다. 첫 모델은 플래티넘이라서 진입장벽이 높으나 조금 기다리면 스틸 소재로 제니스의 수동 드레스 워치를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제니스는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를 탑재한 블루 세라믹 모델 3인방도 함께 선보였다. [관련 기사]

  •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 제니스, G.F.J

로저드뷔(Roger Dubuis)는 30주년을 맞아 로저드뷔의 과거 레트로그레이드 요일 날짜 기능을 재해석해서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바닥이 워낙 고인물들이 많아서 그렇지 사실 일반 기업이라면 30년도 짧은 시간은 아니다. [관련 기사]

또 위블로는 빅뱅 컬렉션 20주년을 맞이해 오리지널 모델을 복각했다. 2000년대 초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인을 최신 유니코 무브먼트로 다시 선보인 것. 소재와 컬러에 따라 다섯 가지 모델을 선보였는데, 올블랙의 원조인 만큼 해당 모델이 가장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관련 기사]

롤렉스는 유난스럽게 홍보를 한 건 아니지만 GMT-마스터 7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GMT-마스터 Ⅱ를 선보였다. 케이스와 오이스터 브레이슬릿은 18K 화이트 골드로 제작했고, 그린 컬러 다이얼은 롤렉스 최초의 세라믹 소재다. 스프라이트를 고급 잔에 담아서 꽤 비싼 가격표를 붙인 것. 사실 목마른 사람들이 계속 줄을 서는데, 매장 냉장고는 텅 비어 있다는 게 문제다. 개인적으로 구할 수만 있다면 스프라이트는 그냥 가벼운 스틸 잔으로 마시고 싶다. [관련 기사]

참고로 워치스 & 원더스 참가 브랜드는 아니지만 올해 브레게(Breguet)는 250주년,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150주년을 기념한다.

  • 로저드뷔,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 롤렉스, GMT-마스터Ⅱ (Ref. 126729VTNR)

  • 위블로, 빅뱅 20주년 기념 올 블랙 43MM

보다 특별한 다이얼

다이얼 컬러뿐만 아니라 다이얼의 질감, 소재, 무늬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선버스트 피니싱이나 래커 다이얼 정도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브랜드에서 어지간하면 다이얼에 기요셰든 기계 스탬핑이든 뭔가 무늬나 흔적을 남겨두려 한다. 아니면 아예 돈을 써서 원석이나 운석을 갈아 넣든가… 파텍필립(Patek Philippe)의 Ref. 4946R-001 애뉴얼 캘린더 문페이즈 모델은 실크 원단을 연상시키는 수직 및 수평 이중 새틴 브러싱 마감의 브라운 다이얼이다. 산울림이 부릅니다. 다이얼에 주단을 깔고. 

270주년을 기념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말테 크로스 패턴 기요셰는 오묘하기 그지없다. 너무 브랜드를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정도 퀄리티라면 그게 뭔 상관일까 싶다. 기요셰 영역에 따라서 실버와 그레이 컬러를 넘나드는 효과가 환상적이다. [관련 기사]

  • 파텍필립, Ref. 4946R-001 애뉴얼 캘린더 문페이즈

  •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매뉴얼 와인딩 270주년 한정판

그랜드 세이코(Grand Seiko)는 원래부터 다이얼 피니싱에 진심인 브랜드다. 올해는 U.F.A. 스프링 드라이브 무브먼트를 탑재한 에볼루션 9 SLGB001을 선보였는데, 얼어붙은 숲에서 영감을 받은 양각 패턴의 아이스 블루 다이얼을 적용했다. 섬세한 마감 기법으로 연한 블루 톤을 표현해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관련 기사]

롤렉스는 신모델 랜드-드웰러의 다이얼에 허니콤 모티프를 더했다. 이것도 왜 넣었냐는 볼멘소리가 많은데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피니싱이 예사롭지 않다. 허니콤 패턴 위에는 새틴 피니싱 혹은 선레이 피니싱을 적용했고, 각 구조를 구분하는 홈에는 컨센트릭 원형 패턴을 미세하게 레이저 각인해 자연스러운 입체감을 부여했다. [관련 기사]

  • 그랜드 세이코, 에볼루션 9 SLGB001

  • 롤렉스, 랜드-드웰러 플래티넘

1,000만원 이하의 대중 럭셔리 시계에도 다양한 무늬와 패턴을 경험할 수 있었다. 태그호이어(TAG Heuer)는 올해 초 포뮬러 1 크로노그래프 레드불 에디션의 다이얼에 체커무늬 패턴을 넣어 레이싱 분위기를 살렸다. 몽블랑(Montblanc) 다이버 워치 아이스드 씨 모델에는 빙하에서 영감 받은 그라테 부아제 다이얼이 적용되어 있다. 올해는 38mm 모델까지 선보이면서 이 특별한 다이얼을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기사]

다이얼에 원석이나 특별한 소재를 사용한 모델도 많았다. 피아제(Piaget)의 앤디 워홀 워치는 타이거스 아이, 블루 운석, 말라카이트 등의 원석 혹은 운석으로 다이얼에 특히 더 힘을 줬다. [관련 기사] 롤렉스 GMT-마스터 Ⅱ의 그린 세라믹 다이얼이나 위블로 빅뱅 20주년 모델의 카본 패턴 다이얼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파네라이(Panerai)의 루미노르 퍼페추얼 캘린더 GMT 플래티넘테크 등 아름다움과 가독성을 동시에 챙긴 반투명 스켈레톤 다이얼도 꽤 많은 모델이 출시되었다. [관련 기사]

 

  • 몽블랑, 1858 아이스드 씨 38mm

  • 피아제, 앤디 워홀 워치

  • 파네라이, 루미노르 퍼페추얼 캘린더 GMT 플래티넘테크

조용필의 신곡 라이브 공연

랜드-드웰러에 탑재된 다이나펄스 이스케이프먼트

어떤 행사든 스타 한 명만 있으면 흥행은 반쯤 성공하는 거다.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는 롤렉스가 조용필이었다. 그는 몇 년 동안 립싱크로 옛날 노래만 주구장창 불렀는데, 올해는 웬일로 신곡을 라이브로 열창했다. 꽤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노래의 제목은 ‘랜드-드웰러’. 땅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긴 한데, 정작 노래 가사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튼. 롤렉스가 단순한 소재 놀이, 색 놀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스포츠 워치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것도 유행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일체형 브레이슬릿 스포츠 워치 스타일로 말이다. 

디자인이야 워낙 호불호가 갈리니 논외로 치고, 무브먼트 측면에서 랜드-드웰러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바로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다이나펄스)를 양산 모델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하는 독립 시계 브랜드가 몇몇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량 생산으로 선보인 메이저 브랜드는 롤렉스가 최초다. 어떤 기발한 컴플리케이션을 새롭게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기계식 시계를 움직이는 핵심 메커니즘의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GMT-마스터 Ⅱ의 세라믹 다이얼도 눈에 띄지는 않지만 꽤 의미심장한 변화다. 수많은 다이버 워치의 회전 베젤에 세라믹 소재를 넣게 만든 장본인 아닌가. 그가 다이얼에 세라믹을 사용했다는 건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다. 롤렉스의 여러 신제품 중에서도 터콰이즈 컬러 다이얼의 옐로 골드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가 수상할 정도로 예뻐보이는 건 역시 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겠지…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ef. 126518LN)

월드 레코드

이런 박람회에서는 싸움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각 분야별 ‘도장 깨기’를 즐기는 불가리는 올해 피아제에게 또 한 번 일격을 날렸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시계가 딱 1년 만에 주인이 바뀐 것. 어차피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지만 그래도 2~3년 정도는 기다렸다가 출시하는 게 업계의 지속가능 측면에서는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불가리의 울트라-씬 전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누구든 섣불리 울트라-씬에 도전하면 안될 것 같다. 타이틀 유효기간이 1년밖에 안될 테니까. 아무튼 불가리는 다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울트라-씬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옥토’라는 플랫폼이 정말 울트라-씬 컴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 기사]

그냥 여기까지였으면 재미없을 뻔했는데, 의외로 이번 WWG에는 몇 개의 기록이 더 있었다. 그랜드 세이코는 태엽으로 작동하는 시계 중에서 가장 정확한 무브먼트를 만들었다. U.F.A. 뭔가 종합격투기 UFC가 연상되는 이름이지만, 세이코의 옛 V.F.A 무브먼트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고정밀 문브먼트다. 칼리버 9RB2는 연오차가 +/-20초에 불과한데, 태엽으로 작동하는 무브먼트 중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무브먼트다. 스프링 드라이브라는 기술 자체가 시계 업계에서는 외계인 고문 수준인데, 그걸 더 갈고닦아 월오차 +/-3초짜리 괴물을 만들었다. [관련 기사]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그리고 또 하나의 세계 기록 모델이자 올해 가장 흥미로웠던 모델이기도 한 율리스 나르당(Ulysse Nardin)의 다이버 워치 다이버 [AIR]. 한동안 프릭에만 집중하다가 올해는 모처럼 다른 제품으로 눈을 돌렸는데, 생각보다 꽤 멋진 건 들고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다이버 시계로, 스트랩 제외하면 무게는 약 46g이고 200미터 방수 성능에 5,000g의 충격도 견뎌낼 수 있다. 비결은 케이스와 베젤에 각종 신소재를 적용하고, 무브먼트 역시 티타늄을 아낌없이 사용하면서 불필요한 부품을 모두 걷어냈기 때문. 그래서 이름도 ‘AIR’다. 시계 안에 부품은 별로 없고 공기만 있다는 건데, 공기 반 부품 반… 이건 설마 JYP 혹은 롤렉스 매장 콘셉트인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이 분야의 끝판왕 리차드 밀을 생각하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진다. 참고로 리차드 밀(Richard Mille)의 RM 27-05 플라잉 투르비용 라파엘 나달은 스트랩 제외 11.5g이다. [관련 기사]

아! 앞에서 살짝 언급하긴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식 손목시계도 빼놓으면 안되겠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지름 45mm의 크로노그래프 워치 사이즈에 41개의 컴플리케이션을 담았다. 그냥 마구 담아낸 건 아니다. 대부분의 컴플리케이션이 천체 관련 기능이고, 그래서 이름도 ‘솔라리아’다. 태양, 지구, 달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시간 개념을 하나의 시계에 담아냈다. 특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기능으로 별자리가 움직이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은 좀 많이 멋있었다. 기껏해야 자동차 레이싱에 사용하던 기술을 별들의 레이싱에 적용하다니! 역시 업계의 큰 형님답다. [관련 기사]

  • 율리스 나르당, 다이버 [AIR]

  •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활용한 바쉐론 콘스탄틴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천체 추적 기능

다운 사이징

작은 사이즈 시계 유행은 올해도 식을 줄 몰랐다. 아예 새로운 모델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존 모델을 더 작게 만든 것들이었다. IWC는 올해 인제니어 컬렉션을 확장했다. 지름 41mm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도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더 주목을 받은 건 지름 35mm의 오토매틱 모델이다. 기존 40mm 모델이 크고 무겁다고 느꼈던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지다. 다만 여성 유저까지 타깃으로 하다 보니 남자가 착용하기에는 다소 작아보이긴 한다. 무브먼트가 바뀌면서 파워 리저브가 42시간으로 줄어든 것도 아쉬운 부분. 그래도 무게와 착용감으로 모든 게 용서될 것 같다. 무엇보다 오리지널 젠타 혈통의 30mm대 모델 아닌가. [관련 기사]

랑에 운트 죄네(A. Lange & Söhne)는 지름 34mm의 1815를 선보였다. 드레스 워치라고는 하지만 여성 시계가 아닌 이상 34mm라는 사이즈 자체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작은 사이즈에 다부진 원형 케이스와 러그가 조합되어 단단한 짱돌 같은 느낌을 준다. 정통 클래식 수동 드레스 워치를 좋아한다면 꼭 리스트에 담아둬야 할 모델. [관련 기사]

벨앤로스(Bell & Ross)는 BR-05 라인업에 새로운 36mm 모델을 추가했다. 기존 40mm 모델의 디자인 코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떤 손목에도 최적화된 핏을 보여주는데, 특히 브레이슬릿이 착용자의 손목 형태에 보다 밀착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두께도 8.5mm 정도로 하이엔드 일체형 브레이슬릿 스포츠 워치와 거의 대등한 수준이며, 그럼에도 스크루 다운 크라운과 함께 100m의 충분한 방수 성능을 확보했다. [관련 기사]

몽블랑은 아이스드 씨에 38mm 모델을 추가했는데, 왜 이제야 나왔을까 싶을 만큼 사이즈가 절묘하다. 그라테 부아제 다이얼로 개성을 더했고, 라이브 블루 모델의 경우 세라믹 베젤이 아닌 알루미늄 베젤을 사용한 것도 적절하다. 

  •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35

  • 랑에 운트 죄네, 1815

  • 벨앤로스, BR-05 36MM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걸을 때 누군가는 반대 방향을 걷기도 한다. 작은 것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거꾸로 우직하게 큰 모델을 선보이는 브랜드도 있었다. 까르띠에는 탱크 루이 까르띠에 오토매틱 모델을 이전보다 더 큰 사이즈로 선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물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것은 크기가 아닌 8.18mm의 얇은 두께였다. 차세대 매뉴팩처 무브먼트인 1899 MC를 탑재해 기계식 오토매틱 워치임에도 탱크 루이 까르띠에 고유의 라인과 비율을 완벽하게 유지했다. 또 다이얼에는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플린케 패턴을 넣어서 고풍스런 느낌을 더했다. [관련 기사]

튜더(Tudor)는 지름 43mm의 블랙 베이 68 모델을 선보였다. 블랙 베이 58에서 블랙 베이 54까지 사이즈를 계속 줄여왔었기 때문에 이번 43mm 모델 출시는 다소 의외였다. 트렌드와는 무관하게 손목 사이즈에 따라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빅 사이즈 시장이 크지 않다는 걸 고려해 컬러는 기존 블랙 베이 컬렉션에 없는 것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사이즈가 적절하지 않더라도 컬러가 맘에 들면 구입할지도. [관련 기사]

  •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 오토매틱

  • 튜더, 블랙 베이 68

새로운 4년의 시작: 퍼페추얼 캘린더

2024년 윤년이 끝나고 새로운 4년 사이클이 시작되는 해라서 그런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 꽤 많이 등장했다. 올해 시계를 출시하면 윤년 표시 인디케이터의 1번부터 시작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괜찮은 타이밍이긴 하다. 가장 인상적인 모델은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Parmigiani Fleurier)의 토릭 콴티엠 퍼페추얼이다. 일반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의 레이아웃과 달리 중심에서 살짝 내려온 위치에 두 개의 서브 다이얼을 두고, 모든 캘린더 정보를 밀도 있게 담아냈다. 심플해 보이지만 이 여백을 디테일로 채우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이얼의 단차와 피니싱으로 은은한 양감와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다. ‘완성형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적절하려나. [관련 기사]

IWC는 41mm의 인제니어 페페추얼 캘린더 모델을 출시했다. 그것도 이 계열의 근본 컬러인 블루 다이얼로. 브랜드의 기함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에 사용하는 칼리버 52616 대신 칼리버 82600을 사용해 가격과 사이즈 두께 등을 적절한 수준으로 맞췄다. [관련 기사]

파네라이의 루미노르 퍼페추얼 캘린더 GMT 플래티넘테크 PAM01575는 파네라이 고유의 미니멀한 디자인에 퍼페추얼 캘린더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결합한 작품으로, 블루 톤의 사파이어 다이얼로 작동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관련 기사]

하이엔드 브랜드에서는 퍼페추얼 캘린더에 특별한 기능을 더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모델을 주로 선보였다. 파텍필립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5308G-001는 미닛 리피터,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인스턴트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췄다. 특히 인스턴트 퍼페추얼 캘린더의 경우, 디스크가 세 개의 요일-날짜-월 창을 30밀리초 만에 통과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담았다. 또 Ref. 6159G-001는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핸즈를 탑재한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로, 반투명 그레이 다이얼로 현대적인 스타일을 구현했다.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 토릭 콴티엠 퍼페추얼

  • IWC, 인제니어 퍼페추얼 캘린더 41

  • 파텍필립,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6159G-001

바쉐론 콘스탄틴도 270년을 기념해 트래디셔널 컬렉션으로 두 가지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을 공개했다. 트래디셔널 퍼페추얼 캘린더 레트로그레이드 데이트 오픈페이스는 새롭게 개발한 칼리버 460 QPR31/270를 탑재하고 작동 메커니즘 일부를 드러냈다. 요일, 월, 윤년은 투명한 사파이어 디스크로 표시하며, 날짜는 다이얼 상단에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하여 다이얼의 열린 부분과 닫힌 부분의 조화를 추구했다. 또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는 투르비용과 퍼페추얼 캘린더 두 가지 기능을 오토매틱 방식으로 구현했는데, 페리페럴 로터를 적용해 두께를 줄이고 내부 메커니즘을 드러냈다. 두 모델 모두 다이얼에는 270주년을 기념하는 말테 크로스 패턴을 새겼다. [관련 기사]

랑에 운트 죄네는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모델을 공개했다. 두 가지 기능만 단독으로 결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복잡한 기능이 결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스 지름은 40.5mm, 두께는 12.1mm다. 캘린더 관련 기능은 양쪽에 배치한 두 개의 서브 다이얼에 대부분 표시했고, 유일하게 날짜 기능만 빼서 12시 방향에 빅 데이트 방식으로 보여주도록 했다. 6시 방향에는 문페이즈 디스플레이와 스몰 세컨즈를 배치했다. [관련 기사]

그밖에도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나 브레몽(Bremont)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도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파일럿 워치 장르로 브랜드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을 선보인 브레몽의 도전이 돋보였다. 

  •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 랑에 운트 죄네,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Golden!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워치스 & 원더스 현장에는 풀 골드 브레이슬릿 워치가 눈에 띄었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꼽자면 피아제 폴로 79 화이트 골드 [관련 기사], 쇼파드 알파인 이글 41 XP CS 플래티넘 [관련 기사], IWC 인제니어 풀 골드 모델, 롤렉스 랜드-드웰러, 퍼페츄얼 1908 골드 브레이슬릿, GMT-마스터 Ⅱ, 랑에 운트 죄네 오디세우스 허니골드 정도다. 심지어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까지 리베르소 컬렉션에 밀라네즈 브레이슬릿 풀 골드 모델을 추가했다. [관련 기사] 이 정도면 헌트릭스의 황금 혼문 완성이 멀지 않았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모노페이스 스몰 세컨즈

쇼파드, 알파인 이글 41 XP CS 플래티넘

IWC,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롤렉스, 퍼페츄얼 1908

랑에 운트 죄네, 오디세우스 허니 골드

피아제, 폴로 79 화이트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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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삼인방

F1의 열기가 시계 박람회 현장까지 이어진 것도 특이한 점이었다. 공교롭게도 태그호이어, IWC, 튜더가 동시에 F1 콘셉트로 부스를 꾸민 것. 태그호이어는 F1 공식 스폰서이자 타임키퍼로 복귀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두 대의 F1 머신을 제네바로 가져왔다. 하나는 전설적인 레이서 아일톤 세나의 머신이고, 또 하나는 현재 사용하는 최신 머신이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F1의 역사와 함께한 태그호이어의 DNA를 엿보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승리를 위해 설계되었다(Designed to Win)는 이번 슬로건은 태그호이어 슬로건 중에서도 역대급 슬로건이라고 생각한다. 

IWC는 2013년부터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팀의 공식 파트너로 활약해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영화 <F1 더 무비>에 등장하는 가상의 레이싱 팀 APXGP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하고자 IWC는 영화 촬영에 실제로 사용했던 두 대의 F1 머신을 제네바 현장에 전시했다. 이 영화는 현재 국내에도 개봉한 상태. 영화 자체도 멋지지만 시계 애호가라면 배우들이 착용한 IWC 시계를 골라내는 재미도 함께 누릴 수 있다. 

튜더 역시 오래 전부터 모터스포츠와 인연을 맺어 왔다. 2024년에는 비자 캐시 앱 레이싱 불스 F1 팀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관련 시계도 선보이는 중이다. 튜더 역시 부스에 실제 F1 머신을 전시했고, 피트 스톱 스테이션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직접 타이어를 교체해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제공했다. 

 

2대의 F1 머신을 전시한 태그호어어 부스

  • 영화 <F1 더 무비> 출연자들과 함께한 IWC 부스

  • 튜더가 후원하는 비자 캐시 앱 레이싱 불스 F1 팀

점점 커지는 스노볼

기계식 시계에 입문했을 때 지인들을 만나면 늘 이렇게 얘기했다. 언젠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워치 박람회에 꼭 가고 싶다고. 그렇게 꿈꿨던 제네바는 이제 부산보다 더 자주 가는 곳이 되었다. 시계 애호가로서 원하는 바를 원 없이 이뤘으니, 성덕이라면 성덕이다. 다만 관광객의 신분과 직장인의 신분 사이에는 알프스 초입과 정상만큼의 온도 차이가 있다. 워치스 & 원더스는 해마다 참가 브랜드가 늘고 있다. 이 얘기는 행사 기간 동안 써야 하는 기사도 매년 더 많아진다는 얘기. 업계의 지속성장을 위해 그리고 기자들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천천히 성장했으면 하는데, 사실상 시계 업계의 대표 행사로 군림한지라 스노볼은 매년 더 빠르게 굴러가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의 제네바 워치 데이즈로 힘이 좀 분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현실은 그냥 둘 다 커지는 중. 얼마 전 2026년 워치스 & 원더스 일정이 공개되었다. 참여 브랜드도 아마 곧 확정될 것 같다. 올해보다 늘어날 기사 때문에 미리 걱정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마감이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아, 글을 마치기 전에 다사다난했던 워치스 & 원더스의 마지막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바로 뒷자리에서 갓난아이가 거의 10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큰소리로 울었다. 에어팟과 귀마개로 어떻게든 차단하려 했지만 아빠 품에 안긴 아이의 불안은 노이즈 캔슬링 기술 따위는 가볍게 다시 캔슬해 버렸다.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 아빠도 모두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하는 마음과 괴로운 마음은 별도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한쪽 마음이 다른 한쪽 마음의 노이즈를 캔슬링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옆에 앉은 재섭 기자는 이제 더 놀랄 것도 없다는 듯 초월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2025년 워치스 & 원더스가 끝났다. 내년에는 부디 다른 종류의 ‘원더스’만 가득하길. 그리고 ‘워치스’는 적당히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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