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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의 역사 2부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천문 기능을 통해 살펴보는 오데마 피게의 전통과 역사의 발자취

  • 이재섭
  •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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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locca.com/article/%ec%98%a4%eb%8d%b0%eb%a7%88-%ed%94%bc%ea%b2%8c-%ed%8d%bc%ed%8e%98%ec%b6%94%ec%96%bc-%ec%ba%98%eb%a6%b0%eb%8d%94%ec%9d%98-%ec%97%ad%ec%82%ac-2%eb%b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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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의 역사 2부
전환점

새천년과 함께 고급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의 인기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해마다 평균 500개의 퍼페추얼 캘린더를 생산했던 과거가 무색할 만큼 판매고를 겪었다. 2012년에는 Ref. 25829를 13개 파는데 그쳤고, 고향인 르 브라에서는 Ref. 25820이 3년 동안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의 시대가 저무는 듯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오데마 피게는 2012년 로열 오크 탄생 40주년을 기념하며 점보(Jumbo)를 개편하더니 3년만인 2015년에는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마저 손을 봤다. 로열 오크와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의 부흥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ST.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ST.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OR. 로즈 골드 케이스.

  •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OR. 로즈 골드 케이스.

커다란 시계가 인기를 끌자 오데마 피게도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4의 케이스 지름을 39mm에서 41mm로 늘렸다. 3년 전에 새로운 점보와 함께 출시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Ref. 15400과 같은 크기였다. 팔각형 케이스와 퍼페추얼 캘린더의 조합은 여전했지만 무브먼트를 칼리버 5134로 전격 교체했다. 이때까지 2120/2800을 조금씩 수정하며 버텨왔던 오데마 피게는 칼리버 2120을 기반으로 새로운 칼리버 5134를 제작했다. 

칼리버 5134 다이얼 사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이 완전히 바뀌었다. 문페이즈 디스크를 더욱 정교하게 가공해 오차를 줄였다.

칼리버 5134 무브먼트 사이드. 오데마 피게의 로고로 장식한 오픈워크 골드 로터를 사용했다. 로열 오크 "점보" 엑스트라 씬 Ref. 15202도 같은 로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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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5134는 파워리저브(40시간)나 시간당 진동수(2.75Hz)는 칼리버 2120과 동일했다. 대신,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갈아엎었고, 문페이즈 톱니바퀴의 이빨 수를 늘려 정확성을 끌어올렸다. 거기에 52주 표시 기능까지 추가했음에도 두께는 3.95mm에서 4.31mm로 0.36mm가 증가하는데 그쳤다. 덕분에 케이스 두께는 9.3mm에서 9.5mm로 두꺼워졌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로열 오크의 장점으로 꼽히는 얇은 두께와 뛰어난 착용감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Ref. 26547부터는 이전과 달리 그랑 태피스리(Grande Tapisserie) 다이얼이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9CE. 시리즈 최초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모두 세라믹으로 제작했다.

2017년 오데마 피게는 세라믹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으로 이루어진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를 출시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세라믹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선구자 중 하나였던 오데마 피게는 최고 수준의 세라믹 제조 및 가공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2006년에 로열 오크 오프쇼어에 처음으로 세라믹 베젤을 적용했고, 2011년에는 미들 케이스와 베젤을 세라믹으로 제작한 로열 오크 오프쇼어 아놀드 슈워제네거 더 레거시 크로노그래프 Ref. 26378IO를 출시했다. 그리고 2012년에는 마침내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모두 세라믹으로 만든 최초의 로열 오크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와 세라믹을 융합한 건 그로부터 5년 뒤인 2017년이다.  

화이트 세라믹으로 제작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9CB

케이스백은 세라믹이 아닌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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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세라믹으로 제작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9CS

블루 세라믹으로 제작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9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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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오데마 피게는 케이스, 베젤, 브레이슬릿을 전부 블랙 세라믹으로 만든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579CE를 출시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화이트 세라믹, 2022년에는 블루 세라믹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오데마 피게는 최고 수준으로 제작하고 마감한 세라믹을 통해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의 확장성을 향상시켰다.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에 세라믹이라는 감각적인 소재를 첨가해 특별한 시계로 재해석한 것이다. 덩달아 로열 오크를 필두로 한 럭셔리 스포츠 워치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세라믹 시계는 많은 애호가 및 부호들의 수집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바야흐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의 새로운 황금기가 도래했다. 

2019년에 선보인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세라믹 Ref. 26585CE.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세라믹의 등장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오데마 피게는 케이스백도 티타늄이 아닌 세라믹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전체적인 디자인이 한층 더 매끄러워졌고, 완벽한 통일성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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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과의 협업을 통해 선보인 트래비스 스콧 x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오픈워크 “캑터스 잭" 브라운 세라믹 Ref. 26585CM은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가 단순한 시계를 넘어 수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음을 입증했다.

팝과 스트리트 문화와의 강력한 연대를 바탕으로 기계식 시계를 새로운 무대로 끌어올린 오데마 피게는 제이지, 아놀드 슈워제네거, 무하마드 알리와 같은 유명인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파악했다.

무겁고 진지한 기존의 고급 시계와 달리 유희와 일탈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다. 오데마 피게의 시계가 종래의 인식과 틀을 넘어 값비싼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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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이자 시계 애호가인 존 메이어(John Mayer)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존 메이어” Ref. 26574BC.

칼리버 5134를 탑재한 마지막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로 200개 한정 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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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2

2015년에 창설된 RD 시리즈는 연구 및 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의 약자다. 오데마 피게는 RD 시리즈를 통해 기술적 혁신과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으로 시계 제작의 획기적인 발달을 도모하고 있다. RD 시리즈에서 선보인 기술은 멀지 않은 미래에 양산 모델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기술을 시연하는 모터쇼의 콘셉트카와 비슷한 개념이다. 지금까지 총 4개의 시계가 RD 시리즈를 통해 출시됐다. 그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RD#2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진화를 이끈 시계로 평가받는다. RD#2의 공식 명칭은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Royal Oak Self-Winding Perpetual Calendar Ultra-Thin) Ref. 26586PT다. 2018년에 출시된 이 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시계로 등극했다. 케이스와 무브먼트의 두께는 각각 6.3mm와 2.89mm다. 두께가 3.95mm인 칼리버 2120/2800보다 1mm 이상 얇은 무브먼트를 개발한 것이다. 칼리버 5134와 비교하면 1.42mm나 더 얇다. 케이스 두께는 Ref. 26574보다 3.2mm 더 얇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Ref. 26586PT RD#2

오데마 피게는 성능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두께를 줄이기 위해 무브먼트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했다. 무브먼트를 얇게 만들기 위해서는 부품을 얇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부품을 전면 재배치해야 한다. 오데마 피게는 3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을 면적이 넓은 1개의 층으로 압축했다. 이를 위해 월의 마지막 날과 윤년을 제어하는 월말 캠(end-of-the-month cam)을 날짜 톱니바퀴(date wheel)에 통합시켰다. 날짜 톱니바퀴에는 독특하게 생긴 이빨과 홈이 하나씩 있는데 월의 마지막 날을 표시하고 월 톱니바퀴(month wheel)를 앞으로 한 칸 전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다른 비밀은 월 톱니바퀴에 있다. 월 캠(month cam)과 통합한 월 톱니바퀴는 48개월에 한 바퀴 회전하며 월의 마지막 날을 계산한다. 마지막 날이 31일인 달에는 레버가 가장 얕은 구멍에, 마지막 날이 30일인 달에는 레버가 그보다 약간 더 깊은 구멍에 걸린다. 가장 깊은 4개의 구멍은 2월에 해당하는데 4개의 구멍 중 하나는 다른 3개보다 깊이가 얕다. 여기에 레버가 걸리면 그 해의 2월은 말일은 29일이다. 즉, 윤년이라는 의미다. 

칼리버 5133. 4시 방향에는 48개월이 프로그램된 월 톱니바퀴가, 6시 방향에 날짜 톱니바퀴가 있다.

RD#2에 탑재한 칼리버 5133. 지름이 32mm로 칼리버 5134보다 3mm 커졌다.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여러 부품은 기하학적 구조로 가공했으며, 상호간의 움직임과 배치를 최적화함으로써 조립 및 조정 시간을 단축했다.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의 고도화와 생산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설계 변경으로 인해 퍼페추얼 캘린더 레이아웃은 칼리버 5134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문페이즈는 12시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날짜가 그 문페이즈의 자리를 차지했다. 3시 방향에는 월과 윤년, 9시 방향에는 요일과 낮밤 인디케이터가 자리한다. 부품을 넓게 분산시킨 결과 월과 요일을 가리키는 바늘은 중심에서 약간 위쪽으로 치우쳤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Ref. 26586IP.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티타늄으로, 베젤은 플래티넘으로 만들었다.

오데마 피게는 RD#2를 출시한지 1년만인 2019년 RD#2를 토대로한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Ref. 26586IP를 선보였다. 다이얼은 그랑 태피스리 패턴 대신 새틴 브러시드 마감으로 결을 살렸고, 낮/밤 인디케이터 디자인을 변경했다. 그 외에 다른 미적 요소는 RD#2의 것을 그대로 계승했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5133으로 바뀌지 않았다. 단, RD#2가 플래티넘을 사용한 것과 달리 Ref. 26586IP는 티타늄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폴리시드 처리한 링크는 플래티넘)과 플래티넘 베젤을 조합하며 감량에 나섰다. 이는 착용감을 개선하고 촉각으로도 얇은 두께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영리한 시도였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씬 Ref. 26586TI. Ref. 26586IP과 달리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그리고 베젤을 전부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퍼페추얼 캘린더의 수혜자는 로열 오크 뿐만은 아니었다. 오데마 피게는 2019년 야심차게 기획한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Code 11.59 by Audemars Piguet)를 출범하며 로열 오크 일변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당연히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컬렉션에도 퍼페추얼 캘린더를 투입했다. 몇 년 전에 리뉴얼을 거친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에 사용했던 칼리버 5134를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에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럭셔리 스포츠 워치인 로열 오크와는 달리 현대적인 드레스 워치에 가까운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약간은 차이가 있었다. 무브먼트가 동일하기에 레이아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카운터 다이얼 없이 하나의 다이얼에 퍼페추얼 캘린더 관련 정보를 한꺼번에 표시하여 간결한 인상을 줬다. 대신 입체감의 발원지인 이너 베젤에 52주를 표시해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394OR. 로즈 골드 케이스. 블루 어벤추린 다이얼로 별이 수놓은 밤 하늘을 표현했다.

  •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394BC. 화이트 골드 케이스. 블루 어벤추린 다이얼로 별이 수놓은 밤 하늘을 표현했다.

RD#4

오데마 피게는 2023년 RD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유니버셀(Code 11.59 by Audemars Piguet Universelle)을 공개했다. 오데마 피게 역사상 가장 복잡한 손목시계로, 1899년에 완성한 유니버셀(L’Universelle) 회중시계의 정신을 계승한다.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시계 답게 케이스 지름은 42mm, 두께는 15.55mm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무브먼트다. 1100개가 넘는 부품으로 이루어진 칼리버 1000은 23개의 컴플리케이션과 17개의 특수한 장치까지 총 40개의 기능을 담아냈다.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은 칼리버 5133를 참고했다. 다이얼에는 서로 멀찌감치 떨어진 4개의 창이 있다. 창은 각각 날짜, 요일, 월, 두 자릿수 연도를 표시한다. 윤년은 계산을 하지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유니버셀

부품을 넓게 퍼뜨리고 통합해 두께를 줄이는 칼리버 5133의 해법을 동일하게 적용했지만 퍼페추얼 캘린더의 계산 방식은 달라졌다. 일반적인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2100년까지 스스로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2100년이 오면 사용자가 개입해야 한다. 이는 그레고리력을 기반으로 하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한계다. 그레고리력에 의하면 1년은 365.2425일이다. 이로 인해 4년마다 하루씩 오차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4의 배수인 해를 윤년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4의 배수인 해라고 무조건 윤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4의 배수인 동시에 1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으로 계산한다. 대신, 400의 배수인 해는 윤년으로 친다. 이 같은 규칙 때문에 기계식으로 구현한 대부분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2100년을 평년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2200년과 2300년도 마찬가지다. 

100년에 한 번씩 수정을 요구했던 기존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와 달리 400년에 한 번만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하면 된다. 2400년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한동안은 누구도 수고할 필요가 없겠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유니버셀은 퍼페추얼 캘린더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준-그레고리력(Semi-Gregorian) 계산법을 적용했다. 핵심은 윤년을 따로 계산하기 위해 월의 마지막 날과 윤년을 조율하는 프로그램 톱니바퀴를 변경한 것이다. 48개월을 기준으로 만드는 보통의 프로그램 톱니바퀴와 달리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유니버셀의 프로그램 톱니바퀴는 36개월을 기준으로 삼는다. 윤년 계산은 별도의 윤년 캠이 도맡아서 처리한다. 그 결과 이 시계는 100의 배수인 해에는 시계를 수동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400의 배수인 해에는 조정을 필요로 한다. 

볼 베어링에 의해 회전하는 로터의 중심에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을 통합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통해 무브먼트의 두께를 1.1mm나 줄였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유니버셀은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의 진전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편의성까지 꼼꼼하게 고려했다. 요일과 문페이즈는 케이스 왼쪽 측면의 푸시 버튼 2개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 양방향으로 회전하는 리버서블 데이트 시스템(Reversible Date System)을 도입해 크라운을 돌려 날짜를 앞뒤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4시 방향의 슈퍼크라운을 이용해 월도 앞뒤로 돌릴 수 있다. 

칼리버 7138

올해로 창립 150주년을 맞은 오데마 피게는 퍼페추얼 캘린더로 성대한 축하연의 막을 올렸다. 퍼페추얼 캘린더가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은 오데마 피게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는 로열 오크와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컬렉션으로 나란히 등장했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무브먼트는 동일했다. 차세대 셀프와인딩 칼리버 7138은 퍼페추얼 캘린더에 대한 오데마 피게의 모든 노하우를 응축한 회심의 결과물이다. 오데마 피게는 이와 관련하여 퍼페추얼 캘린더를 인간공학의 관점에서 풀어냈다고 밝혔다. 

통상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가진 시계는 케이스 측면에 커렉터가 있다. 시계를 구입하면 케이스에 동봉되는 작은 핀을 이용해 커렉터를 눌러 캘린더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시계를 몇일 동안 착용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간 방치한 뒤 다시 사용할 때는 꽤나 번거로울 수 있다. 게다가 퍼페추얼 캘린더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매뉴얼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수정하는 순서와 피해야 할 시간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혹시 모를 오작동 및 고장의 위험은 오롯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 오데마 피게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494BC

칼리버 7138을 탑재한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는 별도의 커렉터가 없다. 대신, 올인원(all-in-one) 크라운 하나로 퍼페추얼 캘린더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추가로 조정 시 시계가 손상될 위험을 제거하며 편의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올인원 크라운은 어느 위치에 놓이는가에 따라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위치는 총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첫 번째 위치(위치 1)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와인딩을 할 수 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은 두 번째 위치(위치 2)에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날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월과 윤년을 조정할 수 있다. 크라운을 두 칸 뽑은 세 번째 위치(위치3)에서는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 상태에서 크라운을 한 칸만 밀어 넣고(위치 2′) 크라운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요일과 주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문페이즈를 설정할 수 있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Ref. 26674SG.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소재는 샌드 골드다. 케이스 측면에 있던 커렉터가 사라지면서 케이스 디자인이 한층 더 깔끔해졌다.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의 기본 골자는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울트라신 RD#2의 칼리버 5133를 참고했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한 층에서 소화하는 한편, 월말 캠은 날짜 톱니바퀴와, 월 캠은 월 톱니바퀴와 합쳤다.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유니버셀 RD#4의 칼리버 1000처럼 100년의 배수인 해를 평년으로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올인원 크라운 하나로 정교한 컴플리케이션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혁신적이다. 

3시 방향의 월 및 윤년 카운터와 완벽한 대칭을 이루기 위해 9시 방향의 요일 카운터에는 24시간 인디케이터를 추가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구간은 캘린더 정보를 설정할 수 없는 시간대(21시~03시)를 의미한다. 설령 시계를 조작하더라도 캘린더 정보는 변경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무브먼트가 손상되지도 않는다.

다이얼 디자인을 보면 오데마 피게가 미학과 가독성까지 염두해가며 무브먼트를 설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52주를 표시하는 숫자가 조금씩 자리를 이동했다. 전에는 12시 방향에 숫자 52가 있었다면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는 숫자 1이 자리한다. 그 연장선에서 날짜는 1일을, 월과 윤년은 1월(JAN)과 숫자 1을, 요일은 월요일(MON)을 12시 방향으로 정렬했다. 이로써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면 모든 바늘이 12시 방향을 가리키게 된다. 참고로 칼리버 5134와 비교하면 월과 날짜 카운터가 서로 자리를 바꿨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유럽식 날짜 표기(요일/날짜/월/년)를 토대로 사용자가 보다 자연스럽게 캘린더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끔 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날짜 톱니바퀴는 1부터 31까지 숫자 사이의 폭에 맞춰 31개 이빨의 간격을 미세하게 조정했다. 이는 가독성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한 오데마 피게의 세심한 배려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올인원 크라운을 위한 별도의 모듈을 추가했음에도 칼리버 7138의 두께는 4.1mm에 지나지 않는다. 동일한 기능을 가진 칼리버 5134보다 두께가 0.21mm 더 얇다.

칼리버 7138의 날짜 톱니바퀴. 12시 방향 카운터 다이얼에 표시한 숫자의 폭에 맞춰 톱니바퀴의 이빨 일부를 비정형으로 가공했다.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의 여정은 일단 여기까지다. 오데마 피게는 퍼페추얼 캘린더의 역사를 뒤흔들고 바꿔 놓았으며, 퍼페추얼 캘린더를 통해 고급 시계의 가치가 여전히 컴플리케이션에 있음을 증명했다. 과연 앞으로도 오데마 피게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개선될 수 있을까?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훌륭하기에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오데마 피게는 결코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르 브라쉬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어진 사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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