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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원 듀에토

매일 찾아오는 고민의 즐거움

  • 채소라
  •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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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원 듀에토

Jaeger-LeCoultre Reverso One Duetto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의 대표 아이콘 리베르소(Reverso) 라인은 모든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우아함과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사랑받아 왔다. 아르데코 양식의 직사각 케이스와 회전하는 리버서블 구조가 간직한 독보적인 개성과 헤리티지 덕분이다. 이제 리베르소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정체성이 되었고, 여기에 케이스 비율을 변주하거나 다이아몬드 세팅을 더한 여성 시계 컬렉션으로 확장했다. 리베르소 중에서도 세로 비율이 길고 슬림한 리베르소 원은 단연 사랑받는 여성 시계 컬렉션이다.  

리베르소 원 듀에토의 매력은 반전 다이얼이다. 케이스를 뒤집으면 색다른 다이얼이 나타난다. 사실 두 개의 다이얼은 리베르소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다. 오리지널 리베르소는 케이스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구성 좋은 소재로 덕분에 실용적이고 멋스러운 변주가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점이 현대적 재해석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매일 아침 시계를 찰 때 어떤 다이얼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 뒤에는 예거 르쿨트르의 유산이 숨어 있다.

뉴 클래식의 탄생

이 시계는 선구적인 여성 시계 제작자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리베르소 원의 시작은 1925년 예거 르쿨트르에서 선보인 듀오플랜 칼리버다. 기술 총괄이었던 앙리 로다네(Henri Rodanet)는 두 개의 플레이트를 위아래로 겹쳐 쌓은 독특한 수직 복층 구조로 초소형 무브먼트를 만들었다. 그 크기는 길이 16mm, 폭 5.8mm, 두께 3.4mm에 불과했다. 나아가 1929년 예거 르쿨트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계식 무브먼트인 칼리버 101을 구현했다. 창의적인 발상과 작은 사이즈의 듀오플랜 칼리버는 1937년에 선보인 예거 르쿨트르의 화려한 사각 주얼리 시계 안에 탑재됐다. 보수적인 시계 산업 안에서 주얼리와 시계로 기능하는 여성 시계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 예거 르쿨트르의 하이 주얼리 워치에도 정통성을 부여한 발명품이었다. 당시 홍보 문구는 듀오플랜 주얼리 시계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설명했다. ‘스위스 기술과 프랑스 감각의 결합, 듀오플랜 시계는 정확성과 우아함의 결합체’. 

리베르소 원의 또 하나의 특징은 회전식 케이스다. 라틴어로 ‘반대로’, ‘뒤집다’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대로, 케이스를 뒤집는 리베르소에서 변주한 모델이다. 두루 알려진 리베르소의 역사는 영국 장교들의 폴로 경기에서 비롯되었다. 1931년 3월 4일, 파리 특허청에 ‘지지대에서 밀어 다이얼을 완전히 회전할 수 있는 시계’라는 내용의 특허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폴로 경기를 즐기던 영국 장교들은 경기 중 나무망치(말렛)를 휘두르다 시계 글라스가 파손되는 일을 자주 겪었다고 한다. 동시에 손목에서 시계를 풀지 않고도 시간을 확인하고자 탄생한 것이 바로 리베르소의 회전식 케이스다. 시계의 역할을 생각하면 혁신적인 발상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클래식이 된 셈이다.

리베르소는 스포츠 워치로 탄생했지만 대칭과 직선을 강조한 아르데코 양식 덕분에 드레스 워치로도 사랑받는다. 오리지널 리베르소는 여느 스포츠 워치와 마찬가지로 가독성이 높다. 투 핸즈의 블랙 다이얼과 흰색 바 인덱스는 군더더기가 없어 분명한 필요에 의해 생겨났음을 짐작하게 한다. 스몰세컨드 버전부터 조금씩 기능을 더했고 1991년에는 크로노그래프와 파워리저브를 탑재한 컴플리케이션 버전을 도입했다. 1930년대 아르데코 미학과 회전형 케이스를 간직하며, 기능과 기술력은 날로 다양하게 재해석되고 있다. 회전하는 케이스를 뒤집으면 또 하나의 다이얼을 볼 수 있는 듀에토 버전은 1997년에 등장했고, 2016년에는 오직 여성을 위한 리베르소 원 라인을 새롭게 내놓았다.

오리지널 리베르소

형태와 비율의 미묘함을 즐기다

리베르소 원은 케이스의 가로세로 비율이 1:2다. 그 비율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컬렉션 중 클래식이나 트리뷰트 라인보다 가로 비율이 길고 슬림하다. 형태 특성상 단순히 크기를 줄이기보다 비율에 변주를 주어서, 미묘한 차이를 즐기는 시계다. 케이스 위아래에는 가드룬 장식 대신 56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파베 세팅했다. 

무브먼트는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44다. 듀에토 전용 무브먼트로 앞뒤 모두 시, 분 표시가 가능한 수동 칼리버다. 하나의 무브먼트로 두 개의 다이얼을 구동하므로 한 쪽만 맞춰도 양면이 똑같은 시간을 표시한다. 고작 3.45mm 밖에 안 되는 작고 얇은 무브먼트에는 중앙에 다이얼 양면을 관통하는 축이 있다. 중앙 축과 연결된 특수 기어 시스템은 중앙 축을 회전하도록 해서 양쪽의 바늘까지 힘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언제나 즐거운 선택의 순간

듀에토를 선택하기 전에는 두 개의 다이얼이라는 점 때문에 케이스 두께를 걱정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께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9.09mm 정도로 오히려 보통의 드레스 워치보다 얇기 때문이다. 두 가지 다이얼로 관심을 옮겨보면 꼭 낮과 밤의 하늘을 닮은 컬러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실버 다이얼에는 촘촘한 선레이 패턴 기요셰가 방사형 광채를 담아냈고, 단차를 두고 블루 래커 처리한 미드나잇 블루 다이얼의 은은한 스팽글은 무수히 많은 별을 새긴 듯한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덱스는 아라비아 숫자와 중앙에서 다이얼 끝단까지 뻗어나간 바 형태가 각각 다이얼 컬러와 대비를 이룬다. 양면 모두 미니멀한 도핀 핸즈까지 더해 시간을 알려주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실버 다이얼 위 각 모서리에는 직각을 이루는 직선 디자인이 있다. 네 개의 모서리 장식은 인덱스의 숫자 1, 5, 7, 11을 끌어안는 모양새인데, 기하학적인 이유로 중심에서 원형을 그리며 돌아가는 핸즈가 닿지 않을 모서리를 섬세하게 다룬 느낌이다. 이는 1920년대 듀오플랜 주얼리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헤리티지 요소로, 모든 리베르소 원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개 사각 시계는 인덱스 안쪽이나 바깥쪽을 둘러 새긴 레일웨이 장식이 흔하지만, 리베르소 원은 각진 허공을 모른 척하지 않고 그 틈을 채워주는 유일한 사각시계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늘 사각 시계에서 핸즈의 동그란 궤적이 신경 쓰였던 나로선 반드시 짚고 싶었던 매력 포인트다.

수동 와인딩의 매력

수동 무브먼트 시계를 착용해 본 경험이 처음이라면, 이 시계에 더욱 매료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직접 와인딩이 필요한 시계를 처음 착용해봤는데, 50시간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므로 이틀에 한 번 혹은 요일을 정해두고 와인딩을 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 착용해 보니 크라운을 습관적으로 돌리게 되었다. 아마 이것이 많은 이들이 핸드와인딩 시계를 선호하는 그 특별한 감각이 아닐까 싶다.

크라운을 돌리면 똑, 똑, 똑 톱니바퀴가 소리를 내며 태엽이 감긴다. 케이스와 크라운이 모두 작은 편임에도 와인딩에 전혀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청각적, 촉각적으로 무브먼트의 작은 사이즈가 손으로 느껴졌다. 감기는 느낌은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와인딩 된다는 감각은 명확하게 전해졌다. 작은 사이즈 덕분인지 무난한 파워리저브 시간 때문인지 금방 풀 와인딩이 되어서 아쉬울 정도였다.

처음 이 시계를 본 순간 우아한 아르데코 양식과 다이얼 컬러에 반했으나 그 진면목은 사용하며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다이얼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 그 우아함이 단순한 외관을 넘어 유서 깊은 정통성에서 비롯된다는 것, 여기에 실용성까지 갖춘 점이 리베르소 원 듀에토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 시계는 주체적인 현대 여성에게 가장 특별한 손목 위 동반자가 틀림없었다.

상세 정보
  • 지름 :
    40.1x20mm
  • 두께 :
    9.09mm
  • 케이스 소재 :
    스테인리스스틸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30m
  • 스트랩/ 브레이슬릿 :
    블루 엘리게이터 악어가죽
  • 다이얼 :
    실버 그레이, 선레이 브러시드 기요셰(앞면), 미드나잇 블루, 스팽글(뒷면)
  • 무브먼트 :
    칼리버 844
  • 방식 :
    핸드 와인딩
  • 기능 :
    시, 분
  • 파워리저브 :
    50시간
  • 가격 :
    1,9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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