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Clear
검색하기

쇼파드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

극한의 정밀함을 추구하는 고진동 기계식 시계를 통해 시계 제작의 의미를 되돌아본다

  • 이재섭
  • 2025.11.17
SNS Share
  • Facebook
  • X
  • Kakao
https://www.klocca.com/article/%ec%87%bc%ed%8c%8c%eb%93%9c-%ec%95%8c%ed%8c%8c%ec%9d%b8-%ec%9d%b4%ea%b8%80-41-sl-%ec%bc%80%ec%9d%b4%eb%8d%98%ec%8a%a4-8hf/
복사
쇼파드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
Chopard Alpine Eagle 41 SL Cadence 8HF

쇼파드(Chopard)는 지난 2012년 L.U.C 8HF를 선보이며 고진동 기계식 시계의 한계를 돌파했다. 현대 손목시계에서 가장 흔하게 적용되는 시간당 진동수(28,800vph, 4Hz)의 두 배로 진동하는 고속 엔진을 개발한 것이다. 이조차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기어이 COSC 인증까지 획득하며 쇼파드가 추구하는 정밀함과 신뢰성을 모두 거머쥐었다. 오늘날 고진동 기계식 시계의 시간당 진동수는 4Hz 또는 5Hz로 규정된다. 그 이상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시간당 진동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맞춤형 이스케이프먼트가 필요하다. 추가로 더 강한 메인스프링을 비롯해 강한 토크 및 마모를 견뎌내기 위한 윤활유도 요구된다. 기어트레인의 회전비나 밸런스 스프링도 달라야 한다. 번거로운 여러 요소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건드리며 8HF 시리즈의 양산화에 성공한 쇼파드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도전과 열정을 증명했다. 

쇼파드 공동 회장 칼-프리드리히 슈펠레.

그럼에도 너무 높은 시간당 진동수의 타당성 및 안정성에 대한 의문, 떠들썩하게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쇼파드의 사풍 때문인지 8HF 시리즈는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정작 쇼파드는 미지근한 반응을 크게 신경쓰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L.U.C와 함께 쇼파드 컬렉션을 떠받치고 있는 알파인 이글 컬렉션에 보란듯이 8HF 무브먼트를 이식했다. 2021년과 2023년에 알파인 이글 케이던스 8HF 티타늄을 출시했던 쇼파드는 올해 알파인 이글 컬렉션의 세 번째 고진동 시계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Alpine Eagle 41 SL Cadence 8HF)를 공개했다. 이 시계는 지난 주에 막을 내린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스포츠 워치 부문을 수상했다. 쇼파드의 우직함이 다시 한번 인정을 받은 순간이었다. 

무게가 75g으로 알파인 이글 컬렉션에서 가장 가벼운 이 시계는 세라마이즈드 티타늄으로 케이스를 제작했다. 기능성을 높이면서도 알파인 이글의 미학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5등급 티타늄 합금 표면을 고온에서 산화시켜 세라믹 코팅층을 입힌 세라마이즈드 티타늄은 티타늄처럼 가볍지만 티타늄보다 단단하고, 스크래치에 강한 세라믹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그렇다고 세라믹처럼 충격에 의해 깨지는 건 아니다. 참고로, 세라마이즈드 티타늄의 비커스 경도는 1,000HV에 달한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250HV, 5등급 티타늄이 350~400HV임을 감안하면 매우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모델 명에 붙은 SL은 슈퍼 라이트(super light)를 의미한다. 이는 케이스는 물론이고 무브먼트까지 세라마이즈드 티타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케이스 지름과 두께는 각각 41mm와 9.7mm다. 스포츠 워치를 지향하는 컬렉션인만큼 방수 성능이 100m에 달한다. 

지나치게 가벼운 시계는 미묘한 불안감을 조성하지만 세라마이즈 티타늄이라는 소재와 훌륭한 방수 성능이 시계를 안심하고 착용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8개의 나사로 케이스에 고정한 베젤과 크라운의 소재도 세라마이즈드 티타늄이다. 

비드 블라스팅 마감으로 광택을 억제한 세라마이즈드 티타늄 케이스는 피치 블랙 PVD 티타늄 다이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정적을 깨는 듯한 주황색 로고와 인덱스 그리고 독수리 깃털 모양으로 끝부분을 가공한 초침은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반전을 가져온다. 독수리의 홍채에서 영감을 얻은 다이얼의 패턴은 알파인 이글의 시그니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날짜 디스크와 날짜를 의미하는 숫자는 각각 검은색과 회색으로 처리했다. 6시 방향에는 8HF를 상징하는 로고를 새겼다. 그레이 슈퍼루미노바를 칠한 어플리케 인덱스는 시계에 적당한 입체감을 선사한다. 동 컬렉션 내 대부분의 모델과 달리 3, 6, 9시 인덱스는 로마 숫자가 아닌 바 인덱스로 처리했다. 이전에 출시한 알파인 이글 케이던스 8HF나 알파인 이글 41 XP CS 플래티넘과 같은 문법인데 다이얼이 더 단정하고 정돈됐다는 느낌이 든다.  

고진동 설계로 특허를 받은 칼리버 01.41C.

케이스에서 보았던 미학은 무브먼트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외장과의 조화와 시계의 무게를 최대한 줄일 요량으로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와 브리지 역시 세라마이즈드 티타늄으로 만들었다. COSC 인증을 받은 셀프와인딩 칼리버 01.41C는 시간당 진동수가 57,600vph(8HF)임에도 파워리저브가 60시간이나 된다. 이토록 높은 진동수에서 보통의 무브먼트와 비슷한 수준의 긴 파워리저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를 최적화해야 한다. 이스케이프 휠과 팰릿 포크는 마찰이 적고, 윤활유가 불필요한 실리콘으로 제작했다. 이스케이프 휠에는 구멍을 뚫어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해 에너지 전달 효율을 높였다. 이스케이프 휠의 이빨 수가 많고, 이스케이프 휠과 밸런스 휠의 크기가 작은 것도 특징이다. 높은 시간당 진동수는 외부 충격이 밸런스의 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이는 충격으로부터 밸런스의 움직임이 빠르게 회복됨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는 등시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검은색 텅스텐 로터와 무브먼트에는 주황색 글자로 다양한 정보를 남겨 놓았다. 

이전
다음

블랙 또는 오렌지 러버 스트랩 그리고 오렌지 스티칭으로 장식한 블랙 소가죽 스트랩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트랩에는 세라마이즈드 티타늄 핀 버클을 연결했다.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는 250개 한정 생산된다. 복잡한 구조의 무브먼트와 소재의 특성상 수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알파인 이글 41 SL 케이던스 8HF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캐릭터다. 극한의 가벼움을 추구하면서 그와 상충하는 가치인 안정성과 정밀함을 동시에 가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8Hz라는 높은 시간당 진동수로 작동한다. 고진동 시계가 현대 손목시계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분명하나 8Hz는 다소 과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8Hz는 그저 숫자일 뿐. 쇼파드가 이 시계를 통해 진정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미학과 첨단 시계 제조 기술의 조합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일 것이다. 

상세 정보
  • 지름 :
    41mm
  • 두께 :
    9.7mm
  • 소재 :
    세라마이즈드 티타늄
  • 유리 :
    사파이어 크리스털
  • 방수 :
    100m
  • 스트랩 / 브레이슬릿 :
    블랙 또는 오렌지 러버 스트랩, 블랙 소가죽 스트랩, 세라마이즈드 티타늄 핀 버클
  • 다이얼 :
    피치 블랙
  • 무브먼트 :
    칼리버 01.14-C
  • 방식 :
    셀프와인딩
  • 기능 :
    시, 분, 초, 날짜
  • 시간당 진동수 :
    57,600vph(8Hz)
  • 파워리저브 :
    60시간
  • 가격 :
    문의
  • 수량 :
    250개

로그인하거나 가입하여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 0
  •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