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닌텐도 스위치 2가 출시되었다. 벌써부터 리세일 시장에서 가격이 두 배라고 한다. 이 정도면 백화점 롤렉스 매장이 아니라 국제전자상가에 줄을 서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물량이 충분히 풀리기 전까지는 그냥 ‘존버’하면서 집에 있는 스위치나 해야겠다 싶은데, 사실 게임기를 만질 시간도 별로 없어서 스위치2를 손에 넣는다고 한들 거실의 인테리어 토템이 될 확률이 높다. (내가 최신 전자 제품보다 시계를 좋아하는 이유다) 아, 우리집 애들은 좋아하겠구나. 아들아, 아빠는 네가 태어날 때 구입한 ‘젤다 야숨’의 엔딩을 아직 보지 못했단다.
그러니까 벌써 5년 전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셧다운에 들어간 2020년 3월, 닌텐도는 스위치용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을 출시했다. 게임 자체도 잘 만들었지만 당시 코로나 팬데믹은 게임의 뜨거운 열기에 그야말로 기름을 부었다. 바깥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물의 숲으로 모여든 것이다. (그해 타임지가 선정한 2020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였다) 이 게임 덕분에 당시 닌텐도 스위치 재고는 동이 났고, 게임기 구매를 위해 추첨까지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연히 중고 시장에서도 꽤 웃돈이 붙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구하기 어렵고 비쌌던 건 게임과 함께 출시된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
이건 여러 스페셜 에디션 중에서도 특별했다. 본체 곳곳에 모동숲의 디자인과 컬러 코드를 적용했고, 충전과 TV 연결을 위한 독에는 게임 속 너굴 가족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이미 스위치가 한 대 있었지만 나는 아내에게 선물해서 같이 게임을 하겠다는 핑계로 모동숲 에디션을 들였다. 물론 오픈마켓에서 프리미엄을 꽤 지불하고 말이다. 덕심과 물욕에 눈이 멀어 덜컥 구입했지만 결국 업무와 육아로 인해 내 모동숲 ‘섬’은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 아이가 무럭무럭 자랐다. 아내의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은 딸아이가 점유했고, 요즘 우리 부부가 미처 키우지 못한 섬을 열심히 탐험하고 있다.
덕분에 요즘 우리집 거실 TV 아래에는 언제나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이 충전 중이다. 아이들이 험하게 굴려서 때가 묻고 스크래치도 났지만 여전히 ‘아이스 블루’와 ‘민트 그린’ 컬러 조이콘이 결합된 모동숲 에디션은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이다. 그리고 두 컬러를 조합한 게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요즘 럭셔리 시계의 컬러 트렌드가 어쩐지 모동숲 에디션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시계 쪽에서도 모동숲 에디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친김에 전부 모아봤다. 아이스 블루와 민트 그린 워치의 만남, 모여봐요 모동숲 워치!
먼저 시계업계에 이 두 가지 컬러가 어떻게 퍼지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 원조를 따지기란 쉽지 않다. 유행이라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빠르게 모방하며 확산되니까. 그래도 아이스 블루(스카이 블루, 라이트 블루 등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만 일단은 아이스 블루로 표현하겠다)를 대중화시킨 대표적인 브랜드를 찾자면 역시 롤렉스가 아닐까 싶다. 롤렉스는 2008년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데이트Ⅱ 플래티넘 모델(Ref. 218206)에 처음으로 아이스 블루 컬러를 사용했다. 이후 자사의 플래티넘 모델에만 아이스 블루 컬러를 사용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고, 2013년 데이토나 50주년을 기념해 아이스 블루 다이얼과 브라운 세라크롬 베젤을 조합한 플래티넘 데이토나를 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아이스 블루 다이얼이 대중들의 시선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도 대략 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롤렉스는 플래티넘 소재로 아이스 블루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Ref. 218206을 직접적으로 계승하는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데이트 40mm 플래티넘 모델(Ref. 228236)이 대표적이며, 1908 컬렉션과 올해 WWG 2025에서 선보인 랜드 드웰러 컬렉션 역시 플래티넘 모델에는 아이스 블루 다이얼을 사용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아이스 블루 컬러의 폭발적인 유행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건 파텍필립이다. 파텍필립은 2021년 티파니와의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노틸러스 Ref. 5711/1A-018 티파니 에디션을 공개했다. 다이얼에 티파니의 시그너처 컬러인 티파니 블루를 적용한 스틸 노틸러스였다. 인기가 없다면 이상할 지경이다. 두 브랜드의 파트너십 170주년을 기념해 170개 한정 생산한 이 유니콘에 시계 애호가들이 열광했고, 이후 아이스 블루 컬러는 그 이름과 반대로 시계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컬러가 되었다.
한편 민트 그린(이 또한 여러 표현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민트 그린으로 표기하겠다) 컬러는 시계업계의 그린 컬러 유행이 끝나갈 무렵에 자연스럽게 퍼져나갔다. 대략 2018년을 전후로 시계 업계에 그린 컬러 광풍이 몰아쳤는데, 유행이 살짝 꺾일 때쯤 두 방향으로 갈라졌던 것 같다. 하나는 블루를 섞은 터콰이즈(청록색) 계열이고, 또 하나는 화이트 톤을 더해 화사한 느낌을 강조한 민트 그린 계열이다. 두 컬러 모두 최근 시계 시장에서 자주 발견되는 컬러로, 특히 올해는 롤렉스, 위블로 등 여러 브랜드에서 민트 그린 계열의 컬러를 새롭게 선보였다.
브라이틀링은 컬러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각 컬렉션에서 다양한 사이즈 옵션과 컬러 옵션을 제공하고, 한정판으로 새로운 컬러 조합을 시도한다. 그래서인지 브랜드 안에서 수많은 모동숲 에디션을 조합해볼 수 있다. 작정하고 모으면 브라이틀링 하나만으로도 칼럼 한 편을 쓸 수 있을 정도.
대표 컬렉션 내비타이머를 리뉴얼할 때도 론칭 시점부터 아이스 블루와 민트 그린 컬러를 과감하게 추가했다. 43mm 모델에는 블랙 서브 다이얼을 조합해 두 가지 컬러 모두 선보였고, 41mm 모델의 경우 실버 서브 다이얼을 조합한 민트 그린 컬러를 내놓았다. 또 올해 3월에는 기함급인 내비타이머 B19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스틸 모델을 전체 아이스 블루 다이얼로 출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첫 스틸 모델에 아이스 블루 다이얼을 적용했다는 것에서 이 컬러의 인기와 상징성을 짐작할 수 있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생략된 내비타이머에도 모동숲 에디션이 있는데, 아이스 블루는 내비타이머 GMT 혹은 내비타이머 41에서, 민트 그린은 내비타이머 36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1년 여름에는 슈퍼오션 헤리티지 57 파스텔 파라다이스 캡슐 컬렉션에서 아이스 블루와 민트 그린 컬러를 동시에 선보였다. 이 타임피스는 1957년 오리지널 슈퍼오션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로, 당시 여름 시즌을 맞이해 여성들에게 활력을 더해줄 컬러풀한 파스텔 팔레트를 선보였다. 또 여성용 크로노맷 모델에서도 아이스 블루와 민트 그린 두 가지 모두 선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터프한 파일럿을 위한 귀여운 모동숲 에디션도 있다. 새롭게 리뉴얼된 어벤저 B01 크로노그래프 44에는 매트한 민트 그린 다이얼 모델이 포함되어 있다. 올해 롤렉스가 선보인 오이스터 퍼페추얼 피스타치오 그린보다 살짝 더 어두운데, 일반적인 민트 그린보다 채도를 낮춰서 밀리터리 느낌을 강조한다. 이와 결이 같은 아이스 블루는 어벤저 B01 크로노그래프 42 나이트 미션 모델에 있다. 어벤저 나이트 미션 모델은 블랙 세라믹 케이스로 야간 작전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항공 디자인에 사용되는 세라믹과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일반 44mm 어벤저와 달리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사용한 것도 다른 점.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모동숲 조합은 탑 타임 컬렉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닌텐도 스위치와 협업이라도 한 것처럼 거의 완벽한 모동숲 색감을 구현했다. 스카이 블루(아이스 블루)는 탑 타임 B31 모델에 숨어 있다. 이 시계는 브라이틀링 매뉴팩처 B01 무브먼트를 탑재한 첫 모델이자, 탑 타임 컬렉션 최초의 논 크로노 모델이기도 하다. 지름 38mm 케이스에 탑 타임의 DNA를 그대로 담아냈으며, 레트로 감성과 모던한 감각이 조화를 이룬다. 다이얼 디자인은 클래식 자동차의 대시보드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것. 화이트와 스카이 블루의 투톤 조합은 한여름의 ‘빙그레 캔디바’처럼 산뜻하며, 오렌지 컬러 크로노 초침으로 가독성을 높이고 디자인에 포인트를 더했다.
스카이 블루와 조화를 이루는 민트 그린(터콰이즈)은 탑 타임 B01 파우스토 코피 리미티드 에디션에 구현되었다. 이 시계는 이탈리아 사이클 선수 파우스토 코피에게 헌정하는 모델로, 그의 자전거에서 영감을 받은 강렬한 컬러감이 특징이다. 타키미터 스케일에는 코피의 별명인 ‘Il Campionissimo(챔피언 중의 챔피언)’을 적었고, 6시 방향에는 그의 사인을 넣었다. 라이벌 지노 바르탈리 에디션과 함께 출시되었는데, 서브 다이얼을 가로지르는 브러시드 라인은 전설적인 두 선수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750피스 한정판.
위블로는 올해 민트 그린 세라믹 케이스로 빅뱅 유니코 42mm 모델과 빅뱅 원 클릭 33mm 모델을 선보였다. 이로써 기존 빅뱅 스카이 블루 세라믹 모델과 함께 완벽한 모동숲 에디션이 완성되었다. 새로운 민트 그린 세라믹은 밝고 시원한 파스텔 색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뜻한 민트 향과 함께 금방이라도 동물 친구들이 손목에 놀러올 것만 같다. 닌텐도 스위치 모동숲 에디션으로 게임할 때 착용하면 딱이겠다. 반대쪽 손목에 빅뱅 유니코 스카이 블루 세라믹 모델까지 착용하면 금상첨화.
2023년 여름에 선보였던 스카이 블루 세라믹 모델은 미들 케이스에 화이트 컬러 소재를 사용해, 하얀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을 표현했다. 민트 그린이 봄에 최적화된 시계라면 스카이 블루는 여름에 최적화된 시계다. 푸른 하늘과 구름을 담아낸 이 시계를 착용하면 멀리서 초여름의 상쾌한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다. 유니코 무브먼트는 스켈레톤 디자인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며,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활용해 여름의 뜨거운 순간을 잠시 붙잡아둘 수도 있겠다. 2023년 여름에 200개 한정판으로 선보였는데, 아깝게 놓친 사람들을 위해 올해는 스피릿 오브 빅뱅 스카이 블루 세라믹 모델도 준비되어 있다. 이 또한 200피스 한정판이니 갖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몇 년 전 롤렉스는 원색 다이얼을 적용한 오이스터 퍼페추얼 라인업을 선보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특히 티파니 노틸러스가 연상되는 터콰이즈 모델은 2차 마켓에서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최근 컬러 다이얼이 모두 단종되어서 아쉬웠는데, 올해부터 파스텔 다이얼로 시즌2가 시작되었다. WWG 2025에서 롤렉스는 파스텔 다이얼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모델을 선보였다.
피스타치오 그린 모델은 직경 41mm와 33mm로 선보인다. 이 심플한 컬러는 꽤 복잡한 과정 속에서 얻어진다. 다이얼의 황동 베이스 플레이트에 래커를 연속으로 6번 얇게 증착시켜 균일한 표면을 형성하고, 마무리로 바니시 및 폴리싱 처리를 하여 눈부신 광채와 깊이 있는 컬러를 완성한다. 롤렉스를 상징하는 그린 컬러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매일 착용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자연스런 색감이 일품이다. 향후 파스텔 톤의 그린 다이얼을 보다 유행시킬 기폭제가 될 모델이다. 터콰이즈 오이스터 퍼페추얼이 그랬듯이. 물론 지금의 피스타치오 그린과 과거의 터콰이즈 모델이 만나면 그야말로 완벽한 모동숲 에디션이 완성된다.
비록 컬렉션은 다르지만 피스타치오 그린 오이스터 퍼페추얼의 또 다른 모동숲 파트너도 올해 출시되었다. 바로 터콰이즈 블루 래커 다이얼을 장착한 새로운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모델.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괴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스위스에서 실물을 보고 완전히 마음이 바뀌었다. 골드와 블랙 사이에서 터콰이즈 컬러가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구입하기도 소화하기도 쉽지 않은 모델이다. 어쩐지 모동숲의 동물 친구들이 갑자기 금팔찌 아이템을 장착하고 롤스로이스를 타는 장면이 상상된다.
태그호이어는 과감하고 화려한 컬러를 즐겨 사용하는 브랜드다. 그런데 까레라, 모나코 같은 플래그십 모델에서 아이스 블루나 민트 그린 모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2023년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글라스 박스 모델이 아이스 블루 컬러로 250피스 출시된 적이 있는데, 태그호이어도 아이스 블루는 비장의 카드로 남겨둔 듯하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아이스 블루에 근접한 몇 가지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데이트 모델은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크로노그래프 다이버 워치다. 40mm로 크로노그래프 다이버 워치로는 비교적 작은 사이즈다. 3개의 서브 다이얼과 12시 방향의 빅 데이트 디스플레이로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하며, 그레이 컬러 인덱스로 가독성을 살렸다.
지름 40mm의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 모델에도 최근 아이스 블루 모델이 추가되었다. 일반적인 아이스 블루보다 조금 더 어두운 톤으로, 티타늄 케이스의 그레이 컬러와 맞춘 설정이다. 솔라그래프 기술이 적용되어 다이얼 표면의 질감도 살짝 반투명에 가깝다. 초침과 인덱스는 폴라 블루 컬러로 산뜻하게 마무리했다. TH50-00 솔라그래프 무브먼트는 태양광이나 인공조명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1분만 노출해도 하루 종일 시계를 구동할 수 있고, 40시간이면 배터리가 풀 충전되어 최대 10개월 동안 작동한다.
이러한 아이스 블루 다이얼과 매칭되는 태그호이어의 민트 그린 다이얼은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 34mm 모델에 있다. 다이얼은 미세한 결이 있는 동심원 패턴으로 마감했고, 역시 솔라그래프 기술을 위해 표면을 얕게 반투명 처리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오리스도 올해 파스텔 톤의 새로운 빅 크라운 워치를 다수 선보였는데, 그 중에는 파스텔 톤의 어스 그린 컬러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신제품은 케이스 크기를 40mm로 조정하면서 베젤 공간을 조금 늘리는 등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다. 다이얼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를 아플리케 방식으로 붙여 넣어서 입체감을 살린 것도 반가운 변화 중 하나. 40mm 모델의 경우 범용 무브먼트 모델과 인하우스 무브먼트 모델을 함께 출시했는데, 어스 그린 모델은 자동 와인딩 인하우스 칼리버 403이 탑재되어 5일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스트랩은 스틸 브레이슬릿 혹은 체르보 볼란테가 수작업으로 제작한 사슴 가죽 스트랩을 매칭할 수 있다.
새로운 어스 그린 빅 크라운 모델의 모동숲 파트너로는 라군 블루 다이얼의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칼리버 473 모델이 제격이다.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직경 38mm 케이스에 핸드 와인딩 인하우스 칼리버 473을 탑재해 보다 클래식한 구성이다. 칼리버 473은 칼리버 400 시리즈 최초의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로 케이스 백 쪽에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추가해 멋과 편의성을 더했다.
사실 오리스는 그동안 파스텔 컬러 워치에 매우 진심이었다. 특히 다이버즈 식스티-파이브 ‘코튼 캔디’ 컬렉션으로는 이미 완벽에 가까운 모동숲 에디션이 출시된 바 있다. 게다가 스틸 케이스는 물론 브론즈 케이스에 브론즈 브레이슬릿까지 선택 가능하다. 브라이틀링과 더불어 파일럿 워치와 다이버 워치 양대 장르 모두 모동숲 에디션을 구축한 흔치 않은 브랜드다.
무한 자기복제 영역에 돌입한 PRX 컬렉션. 첫 출시 이후 다이얼 컬러가 끊임없이 확장되는 중인데, 인기 모델답게 시계 시장의 트렌디한 컬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아이스 블루 모델이 먼저 출시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에는 민트 그린 모델이 추가되어 모동숲 조합을 완성했다. 오토매틱 모델은 다이얼에 와플 패턴을 더해 더욱 입체적이고 극적인 빛 반사를 연출한다. 또 쿼츠 모델의 경우, 아이스 블루 모델에는 선버스트 피니싱이, 라이트 그린 모델에는 버티컬 피니싱이 들어가 서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물론 다이얼 색감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훌륭하다. PRX의 모동숲 컬러는 40mm와 35mm 모두 출시되었기 때문에 페어 워치로 다양하게 조합할 수도 있다. 워낙 인기 모델이고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라 이미 모동숲 조합을 완성해 소장하고 있는 사람도 꽤 많을 듯.
WWG 2025에서 그랜드 세이코는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하는 스프링 드라이브 U.F.A. 무브먼트를 공개했다. 새로운 ‘Ultra Fine Accuracy(U.F.A.)’ 기준을 적용한 칼리버 9RB2는 연간 ±20초, 월간 기준 약 ±3초라는 놀라운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랜드 세이코는 올해 이 무브먼트를 적용한 첫 번째 모델 에볼루션 9 SLGB001을 선보인다. 직경 37mm 케이스는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했고, 다이얼은 얼어붙은 숲에서 영감을 받은 양각 패턴의 아이스 블루 다이얼을 적용했다. 섬세한 마감 기법으로 연한 블루 톤을 표현해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선사한다.
이 시계와 매칭되는 모동숲 에디션은 같은 에볼루션 9 컬렉션의 SLGH021이다. 독특하게 표면 처리한 라이트 그린 다이얼은 일본 겐비 계곡의 웅장하고 신비로운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발산한다. 케이스 직경은 40mm이며, 9SA5 하이비트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8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같은 일본 기업이라서 그런지 닌텐도 스위치와 어쩐지 더 잘 어울려 보인다.
럭셔리의 끝판왕 리차드 밀은 완성된 모동숲 에디션의 소재도 꽤 특별하다. 아이스 블루(파스텔 블루)는 쿼츠 TPT® 케이스, 민트 그린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다. 먼저 아이스 블루 컬러의 주인공은 RM 65-01 오토매틱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볼드한 토노형 케이스 안에 맞물린 수많은 부품들이 마치 F1 레이싱 머신의 엔진을 손목에 올린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토노형 케이스 좌우에 배치된 4개의 푸셔도 시계에 볼륨감을 더한다. 리차드 밀의 대표 모델답게 RM 65-01은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출시되었는데, 2024년에는 여름 시즌을 맞아 파스텔 블루 쿼츠 TPT®와 옐로 쿼츠 TPT® 모델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특히 쿼츠 TPT®의 독특한 무늬가 결합된 파스텔 블루는 다른 브랜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선사한다.
민트 그린 컬러는 RM 07-02 오토매틱 사파이어에 녹아 있다. 투명 사파이어 케이스를 사용한 여성용 워치 컬렉션으로 올해 초 그린 컬러, 그린 컬러 젬셋, 핑크 컬러 젬셋, 라일락 컬러까지 4가지 모델이 출시되었다. 리차드 밀은 스테틀러(Stettler AG)와 협력해 산화알루미늄 기반의 합성 사파이어 케이스를 제작해 사용하는데, 컬러 사파이어의 경우 원하는 컬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사파이어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젬셋 모델의 기술력 역시 돋보인다. 그런데 이 시계 두 개면 대체 닌텐도 스위치를 몇 대나 살 수 있는 거지?
상남자 시계로 유명한 파네라이는 2023년 루미노르 두에 38mm에 세 가지 파스텔 다이얼을 추가했다. 군용 다이버 워치의 DNA에 깜찍한 파스텔 다이얼을 섞으니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근육질의 파이터가 팔에 모동숲 캐릭터 문신을 그려 넣은 느낌이랄까. 색감도 꽤 잘 뽑아냈는데, 특히 파스텔 블루와 파스텔 그린은 모동숲의 컬러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특유의 샌드위치 구조 다이얼에 파스텔 톤으로 블루와 그린 컬러를 표현했고, 인덱스는 화이트 컬러로 처리해 산뜻하다. 여기에 아래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그러데이션 효과까지 더해 다이버 워치의 상징성을 더했다.
제니스는 데피 스카이라인 컬렉션으로 다양한 컴플리케이션과 컬러 베리에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 타깃의 데피 스카이라인 36mm 모델에는 아이스 블루, 핑크, 민트 그린의 파스텔 다이얼을 일찌감치 추가해뒀다. 이걸로 ‘별뽕’ 맞은 모동숲 에디션을 깔끔하게 만들어 볼 수 있다. 색감 자체는 파스텔 톤이지만 다이얼에 사각 별 장식을 각인한 뒤 메탈릭 선버스트 피니싱 처리해 화려함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무브먼트는 엘리트 670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해 5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아이스 블루의 다이얼의 경우 41mm 부티크 에디션도 만나볼 수 있다. 데피 스카이라인 41mm 모델은 3시 방향에 데이트 창, 9시 방향에 스몰 세컨드가 자리한다. 엘 프리메로 3620 고진동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해 10초에 한 바퀴 회전하는 스몰 세컨드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시계에서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문스와치는 선물과도 같다. 사실 바이오 세라믹은 진짜 세라믹(산화지르코늄)만큼 고급스런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괜찮은 색감의 컬러 케이스를 저렴한 가격에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는 충분하다. 만약 문스와치를 좋아한다면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모동숲 에디션을 컬렉팅할 수도 있다. 바이오 세라믹 소재 특유의 질감 덕분에 플라스틱 소재의 닌텐도 스위치와 어쩌면 가장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시계일지도.
조합에 필요한 재료는 문스와치 ‘미션 투 우라노스’와 ‘미션 온 어스’ 두 가지다. 미션 투 우라노스는 파스텔 블루 컬러와 화이트 컬러를 매칭한 모델로, 그리스 신화의 하늘의 신 우라노스(천왕성)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 또 ‘미션 온 어스’는 블루와 그린 컬러 디자인으로 지구에 대한 찬사를 담았다. 색감이 민트 그린에서 조금 벗어나 있긴 하지만 브라운 컬러 초침이 거슬린다면 ‘미션 온 어스 폴라 라이트’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세라믹의 장인답게 라도는 꽤 일찍부터 다양한 컬러의 세라믹 케이스 모델을 선보였다. 특히 2019년에는 레 컬러스 스위스(Les Couleurs Suisse AG)와 디자인 파트너십을 체결해 아홉 가지 트루 씬라인 모델을 선보였다. 모든 컬러가 유니크한데, 특히 그레이톤 잉글리시 그린 버전은 지금 봐도 꽤나 매력적인 색감을 자랑한다. 케이스 지름은 39mm이고,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해 두께는 5mm에 불과하다.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하이테크 세라믹으로 제작해 가볍고 스크래치에도 강하다.
라도의 르 코르뷔지에 컬렉션은 2023년 트루 스퀘어 씬라인으로 다시 재현되었다. ‘트루 스퀘어 씬라인 × 레 컬러스™ 르 코르뷔지에’는 케이스, 브레이슬릿, 다이얼, 인덱스에 잉글리시 그린 컬러와 아이언 그레이 컬러를 절묘하게 조합했다. 잉글리시 ‘그린’이라고 명명했지만 실물을 보면 파스텔 톤의 아이스 블루에 더 가깝다. 산뜻한 하늘색과 시크한 그레이 컬러의 조합이 시계의 존재감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든다. 역시 쿼츠 칼리버 R420을 탑재해 얇은 두께로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한편 라도의 트루 스퀘어 오토매틱 오픈 하트 컬렉션에는 케이스부터 브레이슬릿까지 전체를 터콰이즈 컬러 세라믹으로 제작한 좀 더 화려한 모델도 있다. 아직까지 아이스 블루 모델은 없지만 요즘 트렌드를 생각하면 곧 출시할 것 같기도.
피아제는 최근 파스텔 톤의 그린 다이얼을 적용한 36mm 폴로 데이트 모델을 출시하며 모동숲 에디션을 완성했다. 동일 모델로 이미 라이트 블루 버전이 존재하기 때문. 새로운 36mm 폴로 데이트 모델은 케이스의 베젤에 60개의 다이아몬드를, 다이얼의 아워 마커에 36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화려하면서도 스포티하다. 지름 42mm의 남성용 오토매틱 모델과 달리 브레이슬릿에 퀵체인지 시스템을 적용해 보다 편리하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참고로 36mm 폴로 데이트 모델의 라이트 블루 다이얼은 42mm 폴로 크로노그래프 모델로도 만나볼 수 있다.
클럽 컬렉션은 엔트리 모델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월드타이머 컴플레이션까지 갖춘 브랜드의 핵심 컬렉션으로 자리 잡았다. 워낙 라인업이 방대해서 다양한 컬러를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클럽 컬렉션의 장점. 때문에 모동숲 에디션도 손쉽게 만들어볼 수 있다. 클럽 캠퍼스 컬렉션에서 일렉트릭 그린 모델과 엔드리스 블루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두 모델 모두 오렌지 컬러 스몰 세컨드가 적용되었는데 어떤 컬러든 잘 어울린다. 여러모로 모동숲 커플 시계로 착용하기 좋은 조합.
클럽 캠퍼스는 같은 컬러가 36mm와 38mm 두 가지 사이즈로 출시되기 때문에 자신의 손목 크기에 맞춰 저스트 핏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솔리드 백과 시스루 백 두 가지 옵션이 있고, 스트랩도 다양하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시계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케이스와 다이얼의 피니싱은 이 가격대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매뉴얼 와인딩 방식의 알파 무브먼트는 피니싱이 꽤 훌륭하니 가급적 시스루 백 버전을 선택할 것.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의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아이스 블루, 민트 그린 조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둘 중 하나가 채워지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조이패드 하나로 솔로 플레이를 수행하는 중.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아쉽게도 아직 모동숲 조합을 완성하지 못한 브랜드를 소개한다. 아이스 블루든 민트 그린이든 하나만 출시하면 솔로 탈출!
IWC는 지난해 포르투기저 컬렉션을 리뉴얼하면서 새로운 호라이즌 블루 다이얼을 선보였다. 이름처럼 맑고 투명한 오후의 하늘색을 표현한 다이얼로, 화이트 골드 케이스 모델에만 적용해 더욱 특별하다. IWC는 다이얼 퀄리티가 뛰어나기로 유명한데, 호라이즌 블루 다이얼 역시 여러 브랜드의 아이스 블루 다이얼 중에서도 색감이나 피니싱 측면에서 단연 상위권이다. 이 퀄리티로 민트 그린 모델이 하나쯤 나와주면 좋겠다. 아, 이번에는 화이트 골드 말고 스틸 모델로.
티파니 노틸러스로 시계 시장의 컬러 트렌드를 뒤흔들어 놓았지만, 아직 파텍필립에 민트 그린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큐비투스에 티파니 블루와 동일한 색감과 질감으로 민트 그린 다이얼 모델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마도 가장 럭셔리한 모동숲 에디션이 될 것 같다. 구입은커녕 실물 구경조차 어렵겠지만.
오데마 피게 역시 몇몇 아이스 블루 혹은 터콰이즈 모델이 있으나 민트 그린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최근 선보인 아이스 블루 모델은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다. 기존 칼리버 5134와 칼리버 5135를 대체하는 칼리버 7138이 적용된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로, 모든 기능을 올인원(all-in-one) 크라운 하나로 제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 새로운 무브먼트의 첫 모델이 아이스 블루라니. 역시 어떤 브랜드에서든 특별대우를 받는 컬러다. 이 타임피스의 아이스 블루는 코드 11.59 특유의 다이얼 패턴에 그러데이션 효과까지 가미되어 더욱 개성이 넘친다.
AP의 또 다른 아이스 블루 다이얼은 로열 오크 오프쇼어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모델이다. 메가 타피세리 패턴의 라이트 블루 다이얼은 매트하게 무광 마감 처리해 비스트를 귀여운 애완동물로 만든다. 같은 컬러의 텍스타일 장식 러버 스트랩도 조화롭다. 블랙 서브 다이얼을 유지하면서 다이얼 컬러를 민트 그린으로 변경해도 꽤 예쁠 것 같다. 다만 동일 디자인의 티타늄 모델이 그린 다이얼로 출시가 되어서 민트 그린 모델이 나와줄지는 미지수.
튜더는 블랙 베이 크로노 핑크 다이얼에 이어서 블랙 베이 크로노 터콰이즈 다이얼 모델을 선보였다. 마이애미 핑크 다이얼과 플라밍고 블루 다이얼은 동일한 채도와 색감으로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대부분의 파스텔 컬렉션이 블루, 핑크, 그린을 함께 갖추고 있는 만큼, 같은 톤으로 민트 그린 컬러가 꼭 나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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