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쿵푸 팬더> 중에서
며칠 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리버스 팬더 신제품으로 유튜브 리뷰를 촬영했다. 영상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시계에 입문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는 아직까지 그 유명하다는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를 한 번도 구입한 적이 없다.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꽤 좋아하고 수동 시계에도 딱히 거부감이 없는데, 왜 그랬을까? 게다가 달까지 다녀온 스토리텔링도 완벽하지 않은가. 너무 유명한 시계라서 본능적으로 피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체 블랙 컬러의 매트 다이얼이 한몫했던 것 같다. 모나코를 포함해 그동안 구입했던 대부분의 크로노그래프 워치가 팬더 혹은 리버스 팬더 디자인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다.
시계 분야에서 리버스 팬더 다이얼(Reverse Panda Dial)이란 어두운 메인 다이얼(주로 블랙)에 밝은 서브 다이얼(화이트 혹은 실버)을 조합한 디자인을 말한다. 말 그대로 팬더(화이트 메인 다이얼에 블랙 서브 다이얼)의 디자인을 ‘뒤집어 놓은’ 형태다. 공식 용어라기보다는 컬렉터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굳어진 애칭으로, 시계 디자인을 마치 동물의 얼굴처럼 인식하는 인간의 시각적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의 좌뇌는 어떻게든 자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려고 기를 쓴다.) 대체로 서브 다이얼이 있는 크로노그래프 워치에 사용되는 용어지만, IWC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2처럼 두 개의 서브 다이얼이 좌우로 배치된 시계에도 종종 사용되곤 한다.
내게도 전형적인 블랙 리버스 팬더 한 마리가 있었다. 바로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8 B01 모델이다. 내비타이머8는 조지 컨이 브라이틀링 CEO로 부임한 뒤 처음 선보인 신규 컬렉션이었다. ‘이게 왜 내비타이머야?’라는 이야기부터 ‘이거 갤럭시 워치 아니야?’라는 말까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델로 결국 1년 만에 이름이 ‘에비에이터8’으로 반강제 개명되고 디자인도 살짝 변경되었다. (지금은 클래식 AVI 컬렉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튼 내가 구입한 모델은 이름이 바뀌기 전 1년 정도만 출시되었던 나름 희귀한(?) 모델로, 꽤 균형 잡힌 리버스 팬더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내 손목이 점차 가늘어지면서 결국 방출했지만, 없는 살림에 정품 디버클까지 구입해 체결해 줄 만큼 아껴 착용했던 시계다.
사실 리버스 팬더 워치가 등장한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은 가독성이다. 블랙 메인 다이얼에 화이트 서브 다이얼을 사용하면 크로노그래프 정보를 보다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나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툴 워치의 경우, 빠르고 정확한 계측이 필수였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팬더 혹은 리버스 팬더 디자인이 대부분 레이싱 워치나 항공 워치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으로 말하면, 리버스 팬더 디자인만으로도 그런 툴 워치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리버스 팬더 워치는 디자인과 스타일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직경 43mm의 작지 않은 사이즈임에도 내가 내비타이머8 B01을 자주 착용했던 이유 역시 리버스 팬더 특유의 구성 덕분이었다. 3시·6시·9시 방향에 배치된 세 개의 서브 다이얼은 시계에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었고, 메인 다이얼의 여백을 줄여 실제 사이즈보다 작아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칼리버 B01의 경우 서브 다이얼 간격 밸런스도 좋은 편이었다.) 만약 이 세 개의 서브 카운터가 없었다면, 그 큼직한 시계를 가죽 스트랩이 해질 정도로 자주 착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실 더 무겁고, 두껍고, 비싼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굳이 구입한다는 건, 이 장르 특유의 기계적인 메커니즘과 복잡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팬더 혹은 리버스 팬더 디자인은 이러한 크로노그래프 워치의 강점을 보다 극대화시킨다.
리버스 팬더 워치를 고를 때 주의할 점
색의 대비
리버스 팬더 워치는 컬러의 대비감으로 가독성을 향상시킨 시계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좋지 않은 법. 너무 대비가 강하면 세련미가 떨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톤온톤으로 자연스럽게 컬러가 이어지는 리버스 팬더 워치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서브 다이얼의 소재와 질감
메인 다이얼과 서브 다이얼의 소재와 질감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메인 다이얼과 서브 다이얼의 소재를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도 많은데(예를 들어 운석이나 카본 다이얼), 이 경우에 두 다이얼의 소재가 잘 조화를 이루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메인 다이얼과 서브 다이얼의 피니싱 차이
리버스 팬더 워치의 경우, 두 다이얼의 피니싱을 서로 다르게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서로 다른 두 피니싱이 하나의 다이얼에서 서로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지 따져 보자.
투 카운터 vs 스리 카운터
리버스 팬더 워치는 서브 다이얼 하나 차이로 느낌이 확 달라진다. 심플한 디자인이 좋다면 투 카운터, 좀 더 복잡한 디자인이 좋다면 스리 카운터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스리 카운터는 날짜 창의 위치가 다소 애매해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3·6·9시 VS 6·9·12시
ETA 7750의 시대가 저물고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시대로 전환하면서 요즘은 오히려 6·9·12시 서브 카운터가 희귀해졌다. 오리지널 리버스 팬더의 느낌을 제대로 내고 싶다면 3·6·9를 가급적 선택하자. 9시 카운터를 생략하고 6시와 12시에만 세로 방향으로 서브 다이얼을 넣은 모델은 어느 정도 리버스 팬더 느낌을 낼 수 있다.
서브 다이얼의 배치와 간격
리버스 팬더 워치는 서브 다이얼의 컬러가 달라서 사이즈나 간격이 훨씬 눈에 띈다. 다이얼에 비해 서브 다이얼 크기가 너무 작지는 않은지, 간격이 너무 넓거나 좁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펴볼 것.
날짜 창의 위치
데이트 기능이 추가된 모델의 경우, 날짜창의 위치도 고려할 만한 요소다. 쓰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의 경우 흔히 4시 30분 방향에 날짜창이 위치하는데, 이때 날짜 창의 컬러가 너무 도드라지면 리버스 팬더 특유의 균형미가 깨질 수도 있다.
팬더와 리버스 팬더 워치는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둘 중에서 리버스 팬더는 블랙이 메인 컬러라서 좀 더 무난한 구성이기도 하다. 일반 팬더 디자인의 몽블랑 타임워커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동시에 소장했었지만, 손이 훨씬 자주 갔던 쪽은 리버스 팬더 디자인의 내비타이머8이었다. 둘 다 직경 43mm의 같은 사이즈였음에도 내비타이머8을 더 자주 착용했던 이유는 역시 블랙이 메인 컬러라 여러 복장에 보다 무난하게 잘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올블랙 크로노그래프보다는 경쾌하고 툴 워치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일반 팬더보다 차분하다. 캐주얼, 비즈니스, 스포츠를 모두 넘나드는 범용성. 이것이야말로 리버스 팬더 워치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블랙 리버스 팬더의 자리가 비어 있던 차에 오메가가 문워치 리버스 팬더 모델로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블랙 래커 다이얼에 화이트 서브 다이얼까지 모두 래커로 제작했고, 레귤러 모델임에도 세라믹 베젤까지 적용했다. 가격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최근 출시된 리버스 팬더 워치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품질과 상품성을 갖췄다. 그러니 <쿵푸 팬더>의 주인공 포가 사용하는 궁극기, ‘내면의 평화(Inner Peace)’를 발동하지 않는 한 패배는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요즘 나와 비슷한 지름 충동을 느낄 사람들을 위해 각 브랜드의 리버스 팬더 시계를 모아봤다. 인연이 되는 시계를 만난다면 오메가의 뽐뿌를 이겨내고 보다 저렴한 모델로 지갑을 지켜낼 수도 있겠다. 뭐, 반대로 문워치가 아예 안보일 만큼 하이엔드 달나라 너머로 가버릴 수도 있고…
스피드마스터 문워치 리버스 팬더
이번 리버스 팬더 칼럼을 쓰게 만든 원흉, 아니 주인공. 문워치 특유의 도구스러운 느낌은 약해졌지만, 대신 빼어난 외모를 얻었다. 취향에 따라 갈리겠으나, 개인적으로 득실을 따지자면 실점보다는 득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출시 직후 뜨거운 반응이 그걸 증명한다. 문워치 자체가 워낙 잘 만들어지고 검증된 플랫폼이라 사실 적당히 양념만 쳐도 어지간해서는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요리인데, 이번 ‘래커+세라믹’ 양념은 깊은 블랙의 맛이 문워치 속살에 진하게 스며들어 전에 없던 감칠맛을 뿜어낸다. 래커 다이얼, 세라믹 인서트, 돔 글라스, 스틸 베젤까지, 각각의 소재에서 반사되는 다채로운 빛의 향연이 일품이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데이토나’라는 이름처럼 태생이 레이싱 워치인지라 1963년 첫 출시 때부터 팬더 혹은 리버스 팬더 계열의 다이얼이 중요한 정체성으로 자리해 왔다. 특히 폴 뉴먼 데이토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팬더’ 워치로도 유명하다. 현행 스틸 모델은 서브 다이얼 전체가 아니라 테두리(링)만 컬러를 바꿔 놓아, 완벽한 팬더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뭔가 ‘다크서클 팬더’랄까. 과거의 전형적인 리버스 팬더 스타일은 화이트 골드 모델 쪽에 더 많이 포진해 있다. Ref. 126519LN은 브라이트 블랙 & 스틸 다이얼을 갖춘 리버스 팬더 크로노그래프 워치로,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세라크롬 베젤의 화려함이 남다르다. 오이스터플렉스 브레이슬릿은 화이트 골드의 무게감을 덜어 주고 리버스 팬더 특유의 스포티한 인상도 살려준다.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39mm
레이싱 헤리티지와 스타일 측면에서 오메가 문워치 리버스 팬더에 절대 밀리지 않는 모델이다. 리버스 팬더 모델은 현행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글라스박스의 시작을 알린 제품으로, 블랙 다이얼에 실버 카운터를 결합한 전형적인 레이싱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일단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다. 돔 글라스 주변 곡면 아래에 타키미터 스케일을 배치해 가독성과 미학적 개성을 동시에 살렸다. 크로노그래프 측정을 위한 인덱스를 플랜지에 배치해 가독성을 살린 까레라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 아워 마커는 플랜지 공간과 중첩되도록 배치하고, 서브 다이얼에도 단차를 두는 등 시계 곳곳에 입체감이 넘친다. 특히 리버스 팬더 모델은 날짜창이 12시 방향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과거 빈티지 까레라를 오마주한 것이다. 첫 출시 당시에는 펀칭 가죽 스트랩 옵션만 있었으나, 최근에는 비즈 오브 라이스 브레이슬릿 옵션도 추가되었다. 블랙 & 실버의 모노 톤이라 메탈 브레이슬릿과의 궁합도 매우 좋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38mm
오데마 피게는 최근 직경 38mm의 새로운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선보였다. 외관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내부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칼리버 2385를 대체하는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6401이 탑재되었기 때문이다. 무브먼트가 바뀌면서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의 배치에도 변화가 생겼고, 날짜창의 위치도 보다 균형감 있게 조정되었다. 새로운 로열 오크 38mm 크로노그래프 모델 중에 18K 핑크 골드 소재의 경우 리버스 팬더 다이얼로 디자인했다. 짙은 그레이 다이얼과 베이지 색조의 카운터로 은은한 대비를 줬으며, 따뜻한 골드와 차가운 그레이의 상호 작용이 깊이감과 가독성을 높여준다. 그랑 타피스리 패턴, 핑크 골드 핸드와 아워 마커, 서브 다이얼의 골드 라인이 더해진 고급스런 리버스 팬더 워치다.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 43 애스턴 마틴 아람코 포뮬러 원™ 팀
리버스 팬더 디자인을 대표하는 시계 3개를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가야 할 시계가 내비타이머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내비타이머에는 다양한 다이얼이 존재하는데, 전형적인 ‘클래식’으로 꼽히는 구성은 역시 블랙 다이얼과 실버 다이얼을 조합한 리버스 팬더 스타일이다. 가독성이 중요한 파일럿 워치인 만큼, 크로노그래프에서도 보다 높은 가독성을 추구했던 결과다. 최근 애스턴마틴 아람코 F1 팀과 협업한 신제품 역시 리버스 팬더 스타일로 출시되었다. 이 시계는 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은 소재와 정밀 공학에 내비타이머의 헤리티지를 결합했다. 메인 컬러는 애스턴마틴 아람코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싱 그린과 라임 컬러다. 내비타이머 역사상 최초로 경량 티타늄 케이스를 사용했고, 메인 다이얼에는 F1 차량 운전석 소재를 연상시키는 탄소 섬유 다이얼을 적용했다. 텍스처 가죽 스트랩은 레이싱 하네스를 떠올리게 하며, 다이얼 요소 곳곳에는 야간 가독성을 높이는 장치를 더했다. 애스턴마틴이 F1에 처음 도전했던 1959년을 기념해 1,959개 한정으로 출시한다.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222의 인기가 높은 가운데 여전히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오버시즈 컬렉션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블루 모델이 다이얼 전체에 블루 톤을 적용하는 반면, 블랙 모델은 실버 카운터를 갖춘 리버스 팬더 디자인이다. 직경 42.5mm로 작지 않은 사이즈지만, 3개의 실버 서브 다이얼이 이를 적절하게 보완해 주는 느낌이다. 오버시즈의 가장 개성 넘치는 요소는 브랜드의 말테 크로스 로고에서 영감을 받은 노치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은 메탈 브레이슬릿까지 이어지면서 디자인 언어를 완결한다. 단순히 브레이슬릿을 물리적으로 통합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까지 하나로 통합해 놓은 진정한 ‘일체형’ 브레이슬릿 스포츠 워치다. 리버스 팬더 디자인은 1960년대 모터스포츠를 연상시키는 한편, 흑백 대비로 가독성까지 끌어올린다. 일반적으로 리버스 팬더 크로노그래프는 화려함을 절제하는 편인데, 이 시계만큼은 예외다. 화려한 하이엔드 피니싱과 빈티지 스타일이 조화를 이루는 스포츠 워치.
아메리칸 클래식 인트라-매틱 크로노그래프 H
1968년 해밀턴이 선보인 투 카운터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복각한 시계다. 미드레인지 스위스 시계 중에서 빈티지 크로노그래프 스타일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모델 중 하나. 곧게 뻗어나가는 러그, 큼직한 크라운과 피스톤 푸셔, 메시 브레이슬릿이 리버스 팬더의 빈티지한 분위기를 살려 준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브라운·그린·블루 컬러 3종은 빈티지 레이싱 워치의 레트로 감성을 더욱 강조했다. 브라운과 그린 모델은 그러데이션 다이얼에 베이지 컬러 인덱스를 적용했고, 매트 블루 모델은 일반적인 야광 컬러에 오렌지 컬러 초침을 더했다. 메시 브레이슬릿뿐만 아니라 다이얼 컬러에 맞춘 펀칭 가죽 스트랩과 교체 도구를 함께 제공해 두 가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다토그래프 업/다운
역사상 가장 비싼 리버스 팬더 워치가 폴 뉴먼 데이토나라면, 현실적으로 ‘도달 가능한’ 리버스 팬더의 끝판왕은 이 녀석이다. 이 모델 역시 내비타이머처럼 여러 컬러가 존재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리버스 팬더 다이얼일 것이다. 2개의 서브 다이얼이 중앙에서 살짝 내려가 있는 독특한 레이아웃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 플래티넘 모델의 블랙 다이얼은 솔리드 실버 소재로 제작했다. 다이얼 주변에는 브랜드 로고와 타키미터 스케일을 배치했고, 12시 방향에는 브랜드 시그니처인 아웃사이즈 데이트, 6시 방향에는 작게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위치한다. 앞면도 아름답지만 뒷면은 그야말로 예술작품이다. 문워치의 칼리버 3861도 충분히 아름다운 고전적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지만, 이건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가격이 높다고 모두 다 이런 무브먼트가 갖춘 건 아니다. 크로노그래프의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있는, 귀엽고 럭셔리한 독일산 리버스 팬더다.
블랙 베이 크로노
다이버 워치 장르인 블랙 베이 컬렉션에 크로노그래프 기능과 타키미터 베젤을 더해 기묘한 ‘혼종’을 만들어냈다. 핸즈와 인덱스는 분명 다이버 워치의 문법인데, (리버스) 팬더 디자인의 투 카운터 다이얼과 푸셔, 베젤의 타키미터 스케일을 보고 있으면 또 영락없는 레이싱 워치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오묘함이 아마도 이 시계의 매력일 것이다. 튜더는 취향에 따라 팬더와 리버스 팬더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레퍼런스를 구성했다. 개인적으로는 블랙 다이얼과 블랙 베젤이 하나의 톤으로 이어지는 리버스 팬더 디자인을 선호한다. 다이버 워치의 냄새도 이쪽이 조금 더 진한 편. 다이버 워치의 혈통 덕분에 200m 방수 성능과 탁월한 야간 가독성을 갖췄다. 무브먼트는 브라이틀링 B01을 기반으로 한 칼리버 MT5813으로, 30분 카운터가 아니라 45분 카운터로 수정된 점이 포인트다. 3연·5연 브레이슬릿 모두 T-Fit 클래스프가 적용되어 편리하게 길이 조정이 가능하다.
PRX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PRX 컬렉션에서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시계의 가장 큰 경쟁력이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디자인이기 때문에, 굳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크로노그래프를 고려하지 않는 것. 하지만 그 선입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꽤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일체형 브레이슬릿 크로노그래프 워치이기도 하다. 1970년대 빈티지 디자인에 뿌리를 둔 PRX 컬렉션답게, 크로노그래프 모델 또한 팬더와 리버스 팬더로만 전개된다. 그중 리버스 팬더 디자인은 블루 컬러로 출시되었다. 수직 브러싱 처리한 메인 다이얼에 실버 서브 다이얼을 조합했고, 서브 다이얼은 중심부와 주변부를 각각 다르게 피니싱해 입체감을 더했다. 메인 다이얼의 미닛 트랙도 실버 컬러로 구분해, 베젤로 넘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변화를 줬다. 직경은 42mm로 스리 핸즈 데이트 모델보다 다소 큰 편이지만, 대신 사각 푸셔와 리버스 팬더 다이얼의 존재감을 얻을 수 있다.
폴로 크로노그래프
피아제 폴로는 원형 케이스 안에 쿠션형 다이얼을 넣은 ‘셰이프 인 셰이프(shape-in-shape)’ 디자인이 특징이다. 케이스와 러그의 폴리싱 영역, 플랫하게 깎아낸 베젤의 새틴 브러싱 영역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돋보인다. 크로노그래프 모델 중 그린 다이얼 버전은 실버 서브 카운터를 적용한 리버스 팬더 디자인이다. 폴로 크로노그래프는 다이얼 영역에 비해 서브 다이얼 면적이 꽤 넓은 편인데, 리버스 팬더 구성에서는 이 점이 더 도드라진다. 다이얼을 꽉 채우는 큼직한 두 개의 서브 다이얼은 가독성은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된다. 울트라-씬으로 유명한 브랜드답게 100m 방수 스포츠 크로노그래프임에도 두께는 11.2mm로 비교적 얇은 편이다.
많은 브랜드가 특별한 시계를 만들려고 한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특별한 소재를 사용하고, 특별한 무브먼트를 개발한다.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시계’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쿵푸 팬더>에서 포의 아버지가 말했듯, 어쩌면 특별한 시계를 위한 비밀 재료라는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언급한 리버스 팬더 워치들은 모두 서로 다른 이야기와 소재, 무브먼트를 조합한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계산해서 시계를 선택하지 않는다. 결국 특별한 시계를 완성하는 마지막 재료는 스펙도, 가격표도 아니다. 그 시계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다.
특별하다고 믿으면 특별해진다.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거나 못생겨 보일지 몰라도, 내가 특별하다고 믿으면 그건 세상에서 하나뿐인 최고의 시계가 된다. 궁극의 재료는 이미 내 안에 있는 셈이다. 당신에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줄 궁극의 리버스 팬더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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