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me up, I wrote a song for you, And all the things you do, And it was all yellow.” (내가 다가가 널 위해 노래를 썼어, 네가 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그건 모두 노란빛이었어.)
– 콜드플레이 ‘Yellow’ 중에서
최근 부쩍 옐로 컬러 워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과거 한때 유행했다가 한동안 잊혀졌던 컬러인데, 컬러 트렌드의 쿨타임이 돌아온 것인지 각 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노란색을 선호하는 편이다. 2010년대 브라이틀링의 옐로 컬러 슈퍼오션은 한때 워너비 워치였고, 지난 2020년 롤렉스가 비비드한 래커 컬러 다이얼 5종 세트를 선보였을 때 가장 갖고 싶었던 색도 옐로 컬러였다. 지금도 여름에는 벨앤로스의 블랙 세라믹 BR-03에 파네라이의 형광 옐로 스트랩을 체결해서 즐겨 착용한다.
노란색의 최대 강점은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다. 색 자체의 주목도가 높아서 타인의 시선을 순식간에 내 쪽으로 끌어당긴다. 같은 효과를 디자인으로 구현하려면 엄청난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컬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에너지로 강력한 주목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단순히 타인의 시선을 받고 싶은 목적이라면 꼭 값비싼 럭셔리 워치가 아니더라도 컬러만으로 비슷한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같은 이유로 노란색에 도전하기를 꺼린다. 시계만 지나치게 튀기도 하고, 노멀한 착장에는 매칭하기도 쉽지 않다. 옐로 컬러가 블랙, 실버, 블루처럼 시장의 주류가 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옐로 컬러에는 어떤 속성이 있는 것일까? 괴테는 《색채론》(1810)에서 노랑을 “어둠에 의해 완화된 빛”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보기에 노랑은 가장 순수한 상태에서 밝음의 본성을 지니며, 평온하고 명랑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사람을 자극하는 색이다. 그러나 괴테는 같은 대목에서 경고를 잊지 않았다. 노랑은 조금만 오염되어도 곧바로 불쾌한 색으로 전락한다는 것. 즉, 가장 밝은 색은 가장 쉽게 훼손되는 색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한 세기 뒤 칸딘스키는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1911)에서 노랑을 트럼펫 소리에 비유했다. 그에 따르면 노랑은 화면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파랑이 안으로 침잠하는 색이라면, 노랑은 보는 사람을 향해 전진하고 팽창하는 색이다. 미술사에서 노랑이 걸어온 길도 이 양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고대 이집트에서 노랑은 신들의 피부를 칠하던 신성한 색이었지만, 중세에 이르면 배신과 시기의 색이 되어 유다의 옷에 입혀졌다. 그리고 반 고흐에게는 다시 태양과 희망의 색이 되었다.
손목 위의 노랑도 이러한 이중성 위에 서 있다. 노랑은 다이얼에 올릴 수 있는 색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색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장에서 가장 늦게 팔려나가는 색이기도 하다. 개성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오히려 그 지나침이 대중에게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노란 시계의 역사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가시성이라는 기능에서 출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계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2026년 현재 각 브랜드의 쇼케이스에 놓인 노란 시계들은 대체로 이 두 계보 중 하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옐로 컬러의 기능적 계보는 물속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레저 다이빙 붐과 함께 다이버 워치는 전문가의 도구에서 벗어나 대중의 장비가 됐고, 스위스의 독사(DOXA)는 수중 가시성 실험 끝에 1967년 오렌지 다이얼의 SUB 300을 내놓았다. 프로페셔널(오렌지), 샤크헌터(블랙), 시램블러(실버)와 같이 컬러가 곧 모델명이 되는 독사 특유의 체계 안에서 옐로 다이얼 버전은 ‘다이빙스타(Divingstar)’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었다.
노랑의 수중 성능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바 있다. 2011년 머스탱 서바이벌(Mustang Survival)이 수행한 수중 색상 가시성 연구에서 노랑은 형광 그린, 오렌지에 이어 세 번째로 잘 보이는 색으로 기록됐다. 특히 부유물이 많은 탁한 물과 저조도 환경에서 채도 높은 노랑은 파스텔 계열이 사라진 뒤에도 오래 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강한 가시성은 물 밖에서도 여전하다. 노랑은 명도가 가장 높은 유채색이고, 검정과 조합하면 인간의 눈이 지각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대비를 만든다. 스쿨버스, 안전모, 공사장의 중장비가 모두 이 조합을 쓰는 이유다. 따라서 시계를 안전 장비 혹은 구조 도구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노랑은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적 계보는 심해에서 우주까지 이어져 있다. 1973년 NASA의 우주비행사 윌리엄 포그 대령은 스카이랩 4 임무를 준비하며 기동과 엔진 연소 시간을 재는 데 자신이 쓰던 시계를 동원했다. 공식 지급품인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아니라, 1971년경 구입한 옐로 다이얼의 세이코 6139-6005였다. 그는 결국 두 시계를 모두 차고 우주로 올라갔고, NASA의 인증을 받은 적 없는 이 노란 크로노그래프는 우주에 간 최초의 자동 크로노그래프가 됐다. 무중력에서는 로터가 돌지 않으리라는 우려와 달리, 팔을 움직일 때마다 와인딩된 시계는 정확히 작동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2006년 포그가 스카이랩 모듈 안에서 노란 세이코를 차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며 알려졌고, 6139의 시세는 순식간에 폭등했다.
또 하나의 계보는 디자인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1960년대 말 플라워 파워(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비폭력 평화 저항 운동의 상징.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주의자들이 총 대신 꽃을 들고 평화를 외쳤음)의 물결이 산업 디자인까지 번지자, 롤렉스는 데이데이트에 고광택 래커 다이얼을 얹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텔라(Stella)’ 다이얼이다. 래커를 여러 겹 칠하고 오븐에 굽고 손으로 폴리싱해 거울 같은 광택을 낸 이 다이얼은 옐로를 포함해 옥스블러드, 터콰이즈, 그린 등 열 가지가 넘는 색으로 만들어졌다. 주로 중동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기획이었는데,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금 시계에 원색 다이얼이라는 조합이 당시로서는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리지 않아서 수량이 적었던 스텔라 다이얼 모델은 희소성과 독특한 인상 덕분에 이후 빈티지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데이데이트가 됐다. 그리고 2020년 9월, 롤렉스는 오이스터 퍼페추얼에 옐로, 코럴 레드, 터콰이즈, 그린, 캔디 핑크의 래커 다이얼을 올리며 이 유산을 공식적으로 소환했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되었다. 옐로와 코럴 레드는 불과 1년 반 만인 2022년 단종됐고, 단종 발표와 동시에 세컨더리 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서브마리너 그린, 일명 헐크로 시계업계에 그린 열풍을 일으켰던 롤렉스는 이 모델로 옐로 컬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최근 출시된 옐로 워치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튜더의 블랙베이 크로노 39 ‘범블비’(Ref. M79310N-0001)다. 튜더는 ‘데어링 워치(Daring Watches)’ 컬렉션을 통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최근 추가된 모델이 바로 범블비다. 돔형 옐로 다이얼에 블랙 서브다이얼 두 개를 뚫어 넣은, 이름 그대로 호박벌의 배색이다. 케이스는 기존 41mm에서 39mm로 줄고 두께도 13.1mm로 얇아졌으며, 러그 투 러그 47mm에 COSC 인증 MT5813 칼리버를 품었다. 다운사이징과 컬러 다이얼이라는 최근 몇 년의 두 흐름이 한 시계에서 만난 셈인데, 노랑과 검정의 대비가 만드는 가독성이 돋보인다.
브라이틀링에게 옐로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다. 이 브랜드는 오랜 시간 꾸준히 옐로 컬러 모델을 선보여 왔다. 크로노맷, 슈퍼오션, 어벤저 등 주요 컬렉션에 옐로 컬러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지금도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옐로 컬러 모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탑 타임 B01 에디 메르크스는 가장 최근 선보인 옐로 컬러 워치다. 사이클 역사상 최다승 기록을 가진 전설을 기리는 한정판으로, 옐로 다이얼은 투르 드 프랑스 리더의 상징인 마이요 존(옐로 저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또한 한정 수량 525개는 메르크스의 통산 승수를 의미한다.
태그호이어가 2025년 내놓은 포뮬러 1 크로노그래프 x 세나 역시 전설적인 선수를 기리는 모델이다. 이 시계는 블랙과 옐로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블랙 DLC 티타늄 케이스에 블랙 선레이 다이얼을 깔고, 세나의 헬멧에서 가져온 노랑을 핸즈와 디테일, 그리고 옐로 러버 스트랩에 집중시켰다. 다이얼 전체를 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블랙 사이에 적절하게 들어간 노란색이 시계의 주목도를 끌어올린다.
불가리가 게임 그란 투리스모와 협업해 만든 알루미늄 크로노그래프 스페셜 에디션(500개 한정)은 1990년대 이탈리아 GT카의 계기판에서 노랑을 가져왔다. 이탈리아 모터 스포츠에서 옐로는 페라리의 고향이자 창립자 엔초 페라리의 출생지인 모데나(Modena) 시의 상징 색상을 의미하며, 페라리 엠블렘(방패 로고)의 황금빛 바탕색의 기원이기도 하다. 로마를 거점으로 둔 브랜드의 모터 스포츠 워치로는 자연스러운 설정이다.
한편 소재의 차원에서 노랑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브랜드는 위블로다. 빅뱅 유니코 옐로 매직은 브랜드가 ‘최초의 브라이트 옐로 세라믹’이라고 내세운 시계로, 다이얼이 아니라 케이스와 베젤 전체가 노란색이다. 세라믹은 안료를 넣고 소결하는 과정에서 채도 높은 원색을 얻기가 유독 어려운 소재다. 따라서 위블로의 옐로 세라믹은 컬러 이전에 재료공학의 성과라 하겠다. 미들 케이스, 푸셔, 크라운, 나사 등에는 블랙 컬러를 사용해 가독성이 뛰어나다.
반면 라도는 블랙 하이테크 세라믹 케이스를 사용하면서 다이얼에 옐로 컬러를 사용했다. 아나톰 오토매틱은 바깥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지는 그라데이션 마감을 적용해 중앙의 옐로 컬러가 마치 연극 무대의 조명처럼 시선을 끈다. 여기에 옐로 컬러의 러버 스트랩으로 통일감을 줬다. 내부에는 72시간 파워리저브의 R766 칼리버를 탑재했다.
다양하게 색을 변주하는 노모스는 클럽 컬렉션에 옐로 다이얼을 배치했다. 2025년 선보인 클럽 캠퍼스 스타라이트는 ‘가장 밝은 별’에서 이름을 가져온 페일 옐로 다이얼에 오렌지 초침을 더해 옐로 컬러의 새로운 활용법을 보여준다.
문스와치의 다양한 테마 중에도 노란색이 있다. 문스와치 ‘미션 투 더 선’ 모델은 태양의 강렬한 빛을 옐로 컬러로 표현했다. 위블로 옐로 세라믹 워치의 가격을 생각하면, 바이오 세라믹으로 제작한 노란색 케이스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일본의 대표 브랜드에서도 옐로 컬러 워치를 찾아볼 수 있다. 세이코는 2025년 6월 SKX 계보를 잇는 차세대 세이코 5 스포츠(SRPL87)에 옐로 다이얼을 포함시켰다. 42.5mm 케이스에 4R36 칼리버, 블랙 실리콘 스트랩의 이 시계는 50여 년 전 우주로 갔던 세이코의 6139-6005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좀 더 특별한 모델을 찾는다면 최근 출시된 세이코 5 모토콤포 리미티드 에디션이 좋겠다. 다이얼의 노란색 컬러로 1981년 등장한 혼다 모토콤포의 탄생 45주년을 기념한다.
한편 시티즌의 츠요사 옐로는 일체형 브레이슬릿의 엔트리 오토매틱 워치에 노랑을 입혀 컬러 다이얼 입문 시계의 대표주자가 됐다.
독사가 다이빙스타를 SUB 200과 SUB 300T의 상시 라인업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사는 유행과 무관하게 60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노랑을 만들어 왔다. 컬러에도 굳이 근본을 따져야 한다면 독사의 다이버 워치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벨앤로스의 신작도 옐로 워치로서 주목할 만하다. BR-03 헬리패드(Helipad) 한정판은 헬리콥터 착륙장의 시각 코드를 가져왔다. 착륙장의 노란색 라인으로 시를, 헬리콥터 기수로 분을, 그리고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초를 각각 표시한다. 4개의 프로펠러 중에서 한 곳에만 화이트를 적용해 가독성을 살렸다. 블랙 세라믹 케이스와 옐로 러버 스트랩의 대비가 한눈에 구조용 헬기를 떠올리게 한다.
티쏘의 시데럴 S 옐로는 포지드 카본 케이스에 옐로 러버 스트랩을 조합한 300m 방수 성능의 레가타 워치다. 블랙 다이얼에 옐로 컬러 인덱스를 조합해서 높은 시인성을 보여준다.
해밀턴의 카키 네이비 스쿠버 오토 모델에도 옐로 컬러 모델을 만나볼 수 있다. 밀리터리 워치 분위기에서 살짝 벗어나 가벼운 레저용 다이버 워치로 접근한 모델로, 블랙 다이얼과 베젤에 옐로 미닛 트랙과 초침 팁, 애시드 옐로 러버 스트랩을 조합해 발랄한 해변의 시간을 표현했다.
적당한 가격대의 비비드한 옐로 컬러를 원한다면 오리스의 빅크라운 포인터데이트가 적절할 것 같다. 선샤인 옐로 다이얼에 화이트 아워 마커와 인덱스를 조합하여 산뜻한 노란색을 맛볼 수 있다. 파일럿 워치의 정체성과는 많이 멀어진 것 같지만 패션 시계로 접근하면 꽤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특히 옐로 컬러 모델은 범용 무브먼트를 탑재해 가격대도 괜찮은 편.
반대로 극단적으로 럭셔리한 옐로 워치를 원한다면 리차드 밀을 방문하면 된다. 리차드 밀의 베스트 모델인 RM 65-01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옐로 컬러 쿼츠 TPT 모델도 있다. 일반적인 노란색보다는 살짝 어두운 다크 옐로 컬러이고, 사파이어 다이얼 위에 프린팅된 다채로운 컬러 조합이 극강의 캐주얼을 보여준다.
여러 브랜드에서 노란 시계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걸 구입하는 일은 여전히 용기를 요구한다. ‘과연 매일 착용할까?’, ‘금방 질리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한다. 분명 입문용이나 첫 시계로 구입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넘쳐나는 시계 속에서 당신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컬러다. 어차피 시계라는 물건은 ‘기능’이 아닌 ‘기분’의 영역이다. 지루한 시계 생활에 가끔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계는 자기 역할은 반 이상은 소화한 셈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자. 망설여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노란색을 골라야 할 이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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