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 & 코드 11.59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하나의 뿌리에서 탄생한 꽃과 잎
- 이상우
- 2026.01.07
2025년에는 창립 기념 연도를 맞은 거물급 브랜드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는 창립 150주년을 맞이하며 더욱 특별한 한 해를 보냈다. 1875년 두 명의 젊은 시계 장인 쥘 루이 오데마와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가 함께 설립한 오데마 피게는 초기부터 퍼페추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 같은 고난도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제작하며 명성을 쌓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여러 하이엔드 브랜드에 무브먼트를 공급하던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했다. 특히 1892년에는 세계 최초의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용 무브먼트를 제작하면서 높은 기술력을 입증했다.
2025년 창립 150주년을 기념해 오데마 피게는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주목받은 모델은 역시 로열 오크와 코드 11.59 컬렉션으로 선보인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다.
창립 150주년이라는 숫자를 기념하면서 오데마 피게는 왜 하필 퍼페추얼 캘린더를 꺼내들었을까? 사실 오데마 피게는 퍼페추얼 캘린더 분야에서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1921년부터 컴플리트 캘린더 손목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고, 1948년에는 Ref. 5516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시계에 도전했다. Ref. 5516은 윤년 표시 기능을 갖춘 최초의 퍼페추얼 캘린더 손목시계였는데, 여기에 탑재된 칼리버 13VZSSQP는 밸주 베이스 수동 무브먼트에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결합한 구조였다. 참고로 당시 오데마 피게에 모듈을 납품한 인물은 르 브라쉬의 알프레드 오베르(Alfred Aubert)라는 장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78년, 전설적인 모델 Ref. 5548이 등장한다. 1975년 오데마 피게에 입사한 자클린 디미에(Jacueline Dimier)가 디자인한 작품으로, 외형적으로는 계단처럼 층이 진 베젤이 특징이었다. 이 모델에 탑재된 칼리버 2120/2800은 예거 르쿨트르의 칼리버 920에 뒤부아 데프라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결합한 초박형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였다.
이 무브먼트는 2025년 칼리버 7138이 나오기 전까지 사실상 오데마 피게 퍼페추얼 캘린더 워치의 핵심 엔진이었다. 오데마 피게는 1984년 칼리버 2120/2800을 로열 오크에 이식해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Ref. 5554(이후 Ref. 25554로 변경)를 제작했다. 이후에도 칼리버 2120/2800은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이뤄졌고, 특히 2015년에는 52주 표시 기능을 추가한 칼리버 5134로 대폭 진화했다. 하지만 그 기본 뼈대는 2120/2800 계열을 계속 유지해 왔다.
이처럼 1978년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칼리버 2120/2800의 계보를 이어오던 오데마 피게는 창립 150주년을 맞아 완전히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를 선보였다. 칼리버 7138이 그 주인공이다. 이 무브먼트는 신형 로열 오크 점보를 위해 개발된 칼리버 7121, 그리고 로열 오크 RD#2에 적용되었던 칼리버 5133의 퍼페추얼 캘린더 구조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칼리버 7138은 크라운의 네 가지 포지션을 활용해 캘린더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0단에서는 와인딩, 1단에서는 날짜와 월, 그리고 윤년 조정, 2단에서는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시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다. 2단에서 다시 크라운을 1단으로 밀어 넣으면(1단′) 기어의 세팅 구조가 바뀌면서 요일과 주, 그리고 문페이즈를 조정할 수 있다. 크라운을 2단에서 1단으로 내릴 때 기존의 1단과 다른 위치에 기어가 체결되는 것이 흥미로운데, 마치 자동차의 수동 기어를 조작하는 것과 유사한 감각이다.
이 새로운 조정 방식은 무브먼트 내부의 ‘원더링 휠(Wandering Wheel)’이라는 부품 덕분에 가능하다. 이 부품은 크라운의 포지션에 따라 서로 다른 톱니에 가서 맞물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칼리버 7138을 확대한 모형을 조작해보면 원더링 휠이 말 그대로 배회하듯이 무브먼트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해당 기어와 맞물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위험 시간대에는 크라운을 돌려도 날짜 변경이 물리적으로 차단되도록 설계해 무브먼트 고장 위험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날짜 디스플레이는 한 자리 숫자와 두 자리 숫자의 간격이 미세하게 다를 수밖에 없는데, 오데마 피게는 보다 정확하게 날짜를 가리킬 수 있도록 날짜 휠의 톱니 형상도 최적화했다.
문페이즈 역시 보다 정교하게 세팅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세팅 시 보름달이 디스플레이 중앙에 정확히 위치하도록 문페이즈 휠의 톱니 수를 기존 59개(29.5일 × 2)에서 60개로 늘린 것. 이 60개 톱니의 휠은 수동으로 조정할 때만 사용하며, 실제로 문페이즈를 퍼페추얼 캘린더 메커니즘에 연동시키는 것은 그 뒤에 숨어 있는 135개의 톱니를 가진 휠이다. 이렇게 구조를 추가하고 성능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브먼트 두께는 4.1mm로,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인 칼리버 5134보다 오히려 0.21mm 얇아졌다.
Royal Oak Selfwinding Perpetual Calendar
오데마 피게의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그리고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두 컬렉션으로 출시되었다. 같은 무브먼트를 사용했지만 각 컬렉션의 개성과 어우러지면서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는 직경 41mm에 두께는 9.5mm다.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춘 스포츠 워치임에도 불구하고 두께가 10mm 미만이며, 방수 성능은 50m까지 지원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열 오크의 그것이다. 팔각형 베젤과 육각 나사 그리고 일체형 브레이슬릿이 강인하면서도 화려하고 단단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우아한 퍼페추얼 캘린더 디스플레이가 더해지면 디자인에서 성능까지 어느 능력치 하나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육각형, 아니 팔각형 모델이 된다.
퍼페추얼 캘린더와 문페이즈 정보는 총 4개 서브 다이얼로 표시한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보면 무브먼트가 변경되면서 다이얼의 레이아웃도 일부 조정된 것을 알 수 있다. 9시 방향에 요일, 12시 방향에 날짜, 3시 방향에 월과 윤년 정보를 배치해 ‘요일 → 날짜 → 월’의 순서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유럽인들이 사용하는 표시 순서를 따르도록 변경한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캘린더 정보는 12시 방향에서 정확하게 시작되도록 새롭게 정렬했다. (기존에는 12시 방향에 52주, 31일 같은 마지막 정보가 위치했다). 이 또한 사소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무브먼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캘린더 배치를 바꾸면서 9시와 3시 방향의 대칭이 틀어졌다는 점이다. (12시에 있던 월·윤년 표시가 3시로 이동했다. 기존에는 3시 방향에 날짜만 표시했기 때문에 요일만 표시하는 9시와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오데마 피게의 집요한 장인정신은 여기서 또 한 번 빛난다. 변경된 3시 방향 서브 다이얼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9시 방향 서브 다이얼 안쪽에 24시간 인디케이터를 추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인디케이터 위쪽에는 빨간 색으로 위험 시간대(날짜 변경 불가능)를 표시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6시 방향에는 NASA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밤하늘의 가득한 별이 표현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는 마치 르 브라쉬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플랜지에는 52주 정보가 적혀 있으며, 중앙 핸즈로 각 주의 해당 정보를 표시한다. ᅠ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41mm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샌드 골드, 두 가지 소재로 출시됐다. 스틸 모델에는 톤온톤 블루 다이얼이 적용됐는데, 밤하늘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은은한 블루 컬러가 인상적이다. 다이얼에는 그랑 타피세리 패턴이 새겨져 있어서 빛을 받으면 보다 풍부한 색감을 보여준다. 아워 마커는 18K 화이트 골드로 제작했고, 스포츠 워치답게 핸즈와 아워 마커에는 야광 처리가 되어 있다. 주요 인덱스에는 화이트 컬러를 사용했고, 24시간 인디케이터와 윤년 핸즈, 그리고 52주 핸즈에도 같은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깔끔하게 톤을 맞췄다.
로열 오크의 메인 컬러는 대체로 블루 컬러지만, 이번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만큼은 샌드 골드 모델이 주인공인 것 같다. 실제로 2025년 GPHG에서 아이코닉 워치상을 수상한 모델도 블루가 아닌 샌드 골드 모델이다. 샌드 골드는 금에 구리와 팔라듐을 결합한 오데마 피게의 독자적인 골드 소재다. 베이지와 샴페인 톤 사이를 오가는 색감으로, 각도와 조명에 따라 화이트 골드처럼 보이기도 하고, 로즈 골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이트 골드에 로즈 골드를 한 방울 살짝 떨어트린 것처럼 차분하게 빛나는 골드의 색감이 일품이다. 특히 로열 오크의 날카로운 피니싱과 궁합이 좋다. 이 모델에는 동일한 샌드 골드 톤의 다이얼이 적용됐고, 캘린더 핸즈는 모두 블랙으로 처리해 대비감을 주었다. 샌드 골드 컬러와 검푸른 문페이즈 창의 조화 역시 돋보인다.
최근에는 38mm 모델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내부에는 칼리버 7136이 탑재됐고, 52주 인디케이터가 생략되면서 두께는 9.4mm로 더 얇아졌다. 38mm는 스틸 모델의 경우, 라이트 블루 다이얼이 적용되어 보다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Code 11.59 by Audemars Piguet Selfwinding Perpetual Calendar
코드 11.59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직경 41mm에 두께는 10.6mm다. 케이스 구조상 같은 무브먼트를 사용한 로열 오크보다 두께가 다소 늘어났으며, 방수 성능은 일반 셀프와인딩 모델과 동일하게 30m까지만 제공한다.
코드 11.59는 원형 베젤과 케이스 백 사이에 팔각형 미들 케이스를 조합한 3피스 구조다. 원형 안에 팔각 형태를 절묘하게 숨겼는데, 로열 오크의 DNA를 계승하는 요소다. 특히 아치형 러그는 미들 케이스의 각진 아우트라인에 길을 터주면서 시계의 독창적인 실루엣을 보다 강조한다. 이 러그는 상단 베젤에만 용접되어 있으며, 아래 부분은 케이스 백에 정교하게 맞닿도록 설계하여 완벽한 정렬을 이룬다. 측면에서 보면 마치 샌드위치 같은 케이스 사이에 로열 오크를 통째로 밀어 넣은 느낌이다. 러그 끝의 육각 나사 역시 로열 오크 베젤의 육각 나사를 절묘하게 오마주한 것.
코드 11.59의 개성은 다이얼 쪽에서 보다 강렬하게 드러난다. 왜곡이 생기는 모습이 영락없는 돔 글라스인데 막상 손으로 만져보면 평평하다. 곡률을 글라스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적용한 것이다. 게다가 이중 곡면 사파이어 크리스털이라서 시계를 살짝 기울이면 글라스에 여러 곡선이 중첩되어 나타나고, 그와 동시에 다이얼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급격하게 가라앉는다. 결과적으로 글라스 안쪽의 좁은 공간이 마치 작은 우주처럼 팽창하는데, 그 공간감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다이얼의 정교한 무늬는 스위스의 기요셰 숙련공 얀 폰 케넬(Yann von Kaenel)과 협업하여 개발한 결과물이다. 동심원이 중심부에서 바깥을 향해 점진적으로 뻗어나가는 형상이며, 각 동심원을 수백 개의 작은 구멍으로 장식해 빛의 반사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번 코드 11.59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스모크 블루 다이얼을 조합했다. 바깥쪽으로 갈수록 살짝 어두워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넣어서 다이얼의 기요셰 효과가 더욱 도드라진다. 코드 11.59는 오데마 피게에서 사실상 드레스 워치 포지션을 맡고 있다. 이런 특성이 반영되었는지 야광 효과는 핸즈에만 적용되었다. 대신 아워 마커를 더욱 입체적으로 가공하여 화려하게 빛나도록 했다. 로열 오크보다 다이얼 영역이 넓기 때문에 아워 마커의 길이도 더 긴 편이며, 다이얼 바깥쪽의 52주 표시 영역도 넓게 배치되어 가독성이 상대적으로 좋다. 스트랩은 다이얼과 같은 톤의 블루 러버 코팅 스트랩이며, 화이트 골드 폴딩 버클을 매칭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와 코드 11.59, 두 개의 컬렉션을 투톱 체계로 운영 중이다. 이를 반영하여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 역시 두 컬렉션으로 동시에 출시가 되었다. 다이얼 디자인이나 폰트가 다르긴 하지만 무브먼트가 같기 때문에 캘린더 레이아웃은 두 모델이 동일하다. 하지만 시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감각은 완전히 정반대다.
일단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곡선과 직선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로열 오크는 직선이 메인이다. 이제는 아이콘이 되어버린 팔각 베젤, 그리고 베젤 안쪽에 박힌 육각 나사, 육각 크라운, 수평선으로 이어지는 메탈 브레이슬릿, 그리고 날카로운 측면 피니싱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에 선이 살아 있다. 하지만 베젤 안쪽의 다이얼은 완벽한 원형이다. 특히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은 4개의 원형 서브다이얼이 더해져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반면 코드 11.59는 곡선이 메인이다. 정면에서 보면 완전한 원형 케이스 형태이고, 다이얼의 중첩된 동심원 패턴 역시 원형의 느낌을 보다 강조한다. 여기에 4개의 원형 서브다이얼, 그리고 다이얼 외곽 52주 인디케이터의 시원한 아우트라인이 곡선의 미학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시계에는 곡선과 대비를 이루는 날카로운 직선이 곳곳에 숨어 있다. 원형처럼 보이는 케이스를 측면에서 보면 미들 케이스의 숨겨뒀던 각이 드러난다. 러그에는 스트랩을 고정하기 위한 육각 나사를 배치했고, 아워 마커에도 각을 주어서 날카로운 빛 반사를 유도했다.
언뜻 보기에 화려한 것은 로열 오크다. 하지만 적어도 다이얼 영역의 화려함은 코드 11.59가 한 수 위다. 화려함을 시계 전체에 분산시키고 싶다면 로열 오크, 오직 한곳에 집중시키고 싶다면 코드 11.59다. 두 모델의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베젤이다. 로열 오크는 베젤 영역의 비중이 커서 다이얼이 상대적으로 작고, 코드 11.59는 베젤 영역이 좁아서 다이얼이 더 넓어 보인다. 따라서 코드 11.59는 아워 마커 영역을 넓게 가져가면서 베젤 공간을 채웠다. 52주 인디케이터를 더 도드라지게 설정한 것도 넓어진 다이일 영역을 보완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결론적으로 로열 오크가 강함을 드러내는 ‘외강내유’의 시계라면, 코드 11.59는 강함을 숨겨둔 ‘내강외유’의 시계다. 코드 11.59가 로열 오크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제작된 시계라는 것은 분명하다. 정제돼 보이지만 구조적으로는 굉장히 공격적인 시계로, 특히 측면을 보면 오메마 피게의 시계라는 걸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의 핵심 DNA는 가져 오되 코드 11.59를 완전히 상반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안과 바깥, 직선과 곡선이 서로 거울처럼 마주보고 있는 두 모델은 마치 양면 점퍼 같다. 로열 오크를 뒤집어 입으면 코드 11.59가 되고, 코드 11.59를 뒤집어 입으면 로열 오크가 되는 셈이다. 물론 시계는 양면 점퍼와 달라서 모든 스타일을 맛보려면 둘 다 구입해야 한다. 이게 어쩌면 오데마 피게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리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모델은 로열 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샌드 골드 모델이었다.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독자적인 골드 합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샌드 골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골드 컬러 중 하나다. 골드 톤을 분명 갖추고 있지만 화이트 골드처럼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스텔스 기능이 추가되었다고 할까. 요즘처럼 톤 다운된 복장 컬러와 동양인의 피부 톤에도 좀 더 잘 맞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샌드 골드는 오데마 피게에서도 일부 모델에만 적용하는 특별한 소재다. 여기에 신형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까지 더해져서 완성도가 매우 높아졌다. 다만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컴플리케이션만 고려한다면, 코드 11.59 컬렉션이 좀 더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브랜드가 로열 오크 이전부터 이어온 퍼페추얼 캘린더의 역사와 전통을 가장 정공법으로 계승하는 모델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 뿌리에서 나왔더라도 어떤 것은 꽃이 되고 어떤 것은 잎이 된다. 오데마 피게의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에서 파생된 두 모델은 사실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무엇이 꽃이고 무엇이 잎이라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꽃은 화려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잎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그 초록빛을 간직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꽃과 잎의 모습은 분명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잎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오데마 피게의 뿌리가 깊고 단단하다는 것이다. 꽃과 잎, 두 모델 모두 브랜드의 15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자 새로운 퍼페추얼 캘린더가 더 깊게 뿌리내리기에 손색이 없다. 다음에 이 새로운 뿌리에서 어떤 열매가 열릴지 몹시 궁금해진다.
로그인하거나 가입하여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